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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투세 또 유예? 사라지는 조세정의

기사입력 : 2024년10월10일 08:33

최종수정 : 2024년10월10일 09:10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구이언(一口二言)'. 한 입으로 두 말을 한다는 뜻이다. 이 고사성어는 정치인과 뗄 수 없는 사이다.

물론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내놨던 정책의 방향을 바꿀 수는 있다. 그러나 유권자 표를 바라보고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철회하는 일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더불어민주당이 결정 짓지 못하는 금융투자소득세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정아 경제부 기자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와 관계없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인해 일정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 해당 소득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과세하는 게 목적이다.

이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소득은 전통적인 노동으로 얻은 소득이 아닌, 자본이 더 많은 자본을 창출할 수 있는 시장에서 얻은 소득이라는 점도 조세정의 상 과세의 대상이 된다.

금투세는 여러 곡절을 겪었다. 정부는 지난 2020년 말 세법개정을 통해 금투세에 대한 과세체계를 마련해 2023년부터 시행하기로 했으나 2022년 말 세법이 개정되면서 과세 시행 시기는 2025년 말로 2년 유예됐다.

최근에는 금투세 시행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여당을 중심으로 금투세 유예 또는 폐지 주장이 힘을 얻었다. 주식시장의 '큰손'은 물론 '개미 투자자'들까지 연일 금투세 도입을 폐지하라는 원성이 빗발친다.

금투세를 바라보는 민주당의 시각이 변화된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금투세 도입을 이끌었던 민주당이 금투세 폐지에 찬성표를 던지는 건 올해 초에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지난 7월 이재명 대표는 금투세 폐지와 관련해 "금투세를 없애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면서 "금투세 도입의 시행시기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투세 유예를 내포한 것이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도 지난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금투세와 관련해 "2년 유예는 대선, 3년 유예는 총선, 4년 유예할 바에는 폐지가 맞다"고 말했다.

다음 정권을 노리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금투세를 이전처럼 2년 유예하느니 차라리 폐지하고, 집권 후 금투세를 다시 도입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는 민주당 스스로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꼴이다.

금투세는 '고액 투자자'를 주 대상으로 하는 세제다. 기재부에 따르면 주식투자자 중 금투세 폐지로 혜택을 입는 투자자는 전체 1400만명 중 1%, 약 15만명에 불과하다. 주식시장의 큰손이라고 불리는 기관은 이미 양도소득세를 통해 세금을 내고 있다. 기관을 제외하고 금투세를 낼 만한 일반 투자자는 이미 자산가일 확률이 높다.

또 고액 투자자가 쥐고 있는 자금은 150조원 규모로 추정되지만, 금투세 도입으로 국내 증시를 이탈한다는 주장엔 근거가 없다. 만약 이들이 실제로 국내 증시를 이탈해 해외 시장에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세금은 내야 한다. 오히려 해외시장에서 소득이 발생하게 되면 250만원을 제외한 소득에 세금을 내야 하므로 금투세보다 세금이 더 많아진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올해 초 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고 "윤석열 정부가 시행도 되지 않은 금투세를 폐지하자고 하더니 어제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유예하는 안이 합리적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유예든 폐지든 금투세 시행을 미뤄 부자들 세금을 걷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도탄에 빠진 국민을 구하라는 총선 민의를 왜곡하고 부자들의 곳간만 지키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동의할 수 없다. 예정대로 2025년부터 금투세가 차질 없이 시행되게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금투세는 노동소득엔 과세하지만 자본소득엔 과세하지 않는 현재의 과세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여야 합의로 도입이 결정된 세제정책이다. 민주당이 선거를 앞두고 주식 투자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금투세를 유예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앞으로 부자감세 공격에서 민주당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상황이 어려울 땐 원칙을 지키라는 말이 있다. 조세정의를 지키는 것, 그것이 국회가 해야 할 일이다.

plu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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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단축 개헌..."동의 안해" 55.5% [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언급한 '복귀 후 임기단축 개헌 추진'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과반을 차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7일 공개됐다.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자동 응답시스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에서 임기단축 개헌 추진 언급'에 55.5%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동의한다'는 34.0%, '잘모름'은 10.4%로 나타났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연령별로 70대 이상, 지역별로는 부산·울산·경남을 제외한 모든 분류에서 50%를 넘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67.6%로 비율이 가장 높았고, 50대(62.2%), 30대(57.2%), 60대(53.4%), 만18세~29세(50.9%) 순이었다. 유일하게 70대 이상은 '동의한다'가 44.3%로 '동의하지 않는다' 38.6%를 앞섰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남·전북 64.5%, 대전·충청·세종 60.8%, 경기·인천 58.4%, 대구·경북 56.9%, 강원·제주 54.2, 서울 53.0%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부산·울산·경남만 '동의한다'는 대답이 43.4%로 '동의하지 않는다' 42.2%보다 우세했다. 지지정당별로는 역시나 정치 성향에 따라 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87.5%가 '동의하지 않는다'를 선택했다. 국민의힘 지지자는 64.3%가 '동의한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지지자는 71.9%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는 '동의하지 않는다'가 41.5%, '동의한다'는 38.7%로 나타났다. 진보당 지지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56.5%, '동의한다' 43.5%였다. '지지정당없음'에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64.9%, '동의한다' 23.7%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이 복귀하지 못하고 탄핵이 될 거라고 보고 있는 것"이라며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집권 기간이 2년이나 남아 있는데 개헌이 성사될 가능성이 없다, 신뢰가 낮다고 보는 거"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 RDD(무작위 전화 걸기) 활용 ARS를 통해 진행됐다. 신뢰 수준은 95%, 표본 오차는 ±3.1%p, 응답률은 6.2%다. 자세한 조사 개요 및 내용은 미디어리서치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ight@newspim.com 2025-02-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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