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계엄령 철회에도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
외환보유액 6.2개월분으로 대외 리스크 완충
제도적 견제와 균형으로 정치적 안정성 확보 필요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6일 밝혔다.
피치는 이날 발표를 통해 대통령의 신속히 철회된 계엄령 선포 이후의 정치적 리스크는 향후 수개월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면서도 "이러한 상황이 제도의 질을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으로 훼손하거나 'AA-'(안정적 등급)의 근간이 되는 경제 및 대외 금융 신용 강점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장기화된 정치 위기가 발생하거나 지속적인 정치적 분열이 정책 수립의 효율성, 경제적 성과, 재정 관리를 약화시킬 경우 하방 리스크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런던 금융 중심지 카나리 워프에 위치한 신용평가기관 피치 건물 [사진=로이터 뉴스핌] |
피치는 한국의 제도적 견제와 균형 장치는 대체로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피치는 또 금융시장 리스크 또한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계엄령의 신속한 철회와 한국은행 및 기획재정부의 선제적 대응으로 초기의 환율 및 금융 상황에 대한 압박이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외환보유액은 대외 지급액의 6.2개월분에 달해 대외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상당한 완충 장치를 제공할 것으로 피치는 내다봤다.
세계은행 데이터 기준 한국의 거버넌스 지표는 강력하며, 정치적 분열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전반적으로 개선됐다는 게 피치의 평가다. 피치는 한국은 2016~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변동기를 겪었으나, 주권 신용에는 심각한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비록 일시적이었지만 계엄령이 선포된 사실은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최근 사건들이 정치 시스템 내 긴장을 드러냈기 때문이라는 것.
피치는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정치적, 대중적 압박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는 만약 대통령이 탄핵되거나 사임할 경우, 총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며, 2027년 예정된 선거 이전인 60일 내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현 정부보다 더 느슨한 재정 정책 기조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피치는 판단했다.
피치는 우리나라의 공공 재정은 주권 등급에 중립적인 요인이며, 올해 기준 약 47%로 추정하는 GDP 대비 부채 수준은 'AA' 등급 국가들의 중간값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높은 재정 적자로 인한 정부 부채의 상승 추세는 중기적으로 등급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피치의 평가다.
피치는 또 정치적 불안정성은 2.7%에서 최근 2.0%로 낮춘 2025년 경제성장 전망치에 추가적인 하방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많은 노동조합이 대통령이 사임하거나 제거될 때까지 파업을 계획하고 있어 광범위한 노동 파업이 경제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신속히 해소되면 성장 리스크는 감소할 수 있으며, 선제적 정책 대응으로 상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함께 제시했다.
다만 피치는 장기화된 정치적 불확실성은 가계와 기업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공공 재정에 압박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