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통상근로, 가산임금 지급"→대법서 파기환송
"자택 당직·콜대기 근로시간 범위 개별 판단해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수술실 간호사들이 퇴근 후에도 응급 환자 발생을 대비해 호출 대기 중인 시간을 전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A씨 등 298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 등은 공단 산하 B병원에서 각각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기사로 근무했다.
공단은 보수규정에 따라 2013년부터 2016년까지 A씨 등에 대한 기본급(호봉급 또는 연봉급), 특수지 근무수당, 특수업무 수당, 기술자격 수당 등을 합산해 통상임금을 산정한 다음 이를 기초로 시간 외·야간·휴일·연차수당과 퇴직금을 산정, 지급했다.
이에 A씨 등은 공단이 그동안 시간 외 수당 및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을 정하면서 상여금, 급식보조비, 장기근속수당, 교통보조비, 직급보조비·직책수행경비, 맞춤형 복지포인트, 임금(기본급·상여금) 소급 인상분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했다며 이를 포함해 통상임금을 재산정한 뒤 차액분을 지급하라며 2016년 4월 소송을 제기했다.
공단 측은 각 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당직 근무수당과 콜대기 수당은 근로기준법상 법정수당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통상임금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단은 수술실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퇴근했다가 야간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발생한 경우 병원의 콜(호출)에 따라 출근해 업무를 수행한 경우 콜대기 수당을 지급해 왔다.
1·2심은 상여금, 급식보조비, 장기근속수당, 직급보조비·직책수행경비, 맞춤형 복지포인트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봤다. 아울러 당직 및 콜대기 근무도 일반적인 숙·일직 업무가 아닌 통상적인 근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들 중 임상병리사, 방사선기사, 수술실 간호사들이 당직 및 콜대기 근무 중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과 태양이 평일 주간에 행하는 통상근무와 다르다고 할 수 없는 점, 원고들이 제공했던 노동의 밀도가 초과 근로에 관한 근로기준법상 임금 가산규정의 적용을 쉽게 배제할 수 없는 점,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호출에 대비해 자택 등에서 대기한 시간 역시 실질적으로 사용자인 피고의 지휘·감독 아래 놓여있는 시간으로 봄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의 당직 및 콜대기 근무시간 전부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1·2심은 A씨 등의 당직 및 콜대기 근무시간 전부에 대한 가산임금 지급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각 당직 및 콜대기 근무의 내용과 질 등을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당직 및 콜대기 근무시간 전부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원은 "원고들 중 수술실 간호사, 방사선기사, 임상병리사의 경우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이들이 통상근무 시간에 수행한 업무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통상근무와 근무 밀도 차이가 어느 정도였는지, 자택에서 당직 또는 콜대기 중 콜을 받으면 몇 분 안에 출근해야 하는지 등을 알 수 없다"며 "원고들의 자택에서의 당직 또는 콜대기 근무시간 전부가 실질적으로 피고의 지휘·감독 아래에 놓여있는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 그중 어느 범위까지 근로시간으로 봐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1·2심에서 판단이 엇갈린 임금 소급 인상분에 대해서는 "근로자들은 매년 반복된 합의에 따라 임금이 인상되면 임금 소급 인상분을 지급받으리라고 기대할 수 있었고 노사 간 합의에 따라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가 인상된 기본급을 기준으로 확정됐다"며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