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비상계엄 선포와 이후 탄핵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영화 '서울의 봄'이 넷플릭스와 IPTV 관람이 급증하며 재개봉 요구도 쏟아지고 있다. 영화계에선 재개봉 자체가 하나의 입장 표명이 될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이 흘러나온다.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다음날인 4일 '서울의 봄' IPTV 관람수가 1261건을 넘기며 관람 수치가 급증했다. 전일의 97회에 비해 1200%나 관람률이 증가하면서 1980년대 계엄 당시의 상황에 높은 관심이 쏟아졌다. 이후 9일까지 매일 1000건이 넘는 관람 수를 기록하면서 1년 후 '서울의 봄' 열풍이 온라인에서 다시 불고 있다.
'서울의 봄' 포스터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넷플릭스에서도 '서울의 봄'은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닷새 연속 '톱 10' 영화 차트 정상을 지켰다. 지난해 11월에 개봉한 작품으로서는 이례적인 수치로 많은 이들이 계엄 상황에 이 작품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고 찾았다는 의미다. 12일 현재는 국내 작품 톱10 영화 차트에서 2위를 유지 중이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 군사반란 당시를 배경으로 권력을 틀어쥐려는 전두광(황정민)의 반란군과 이에 맞선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의 진압군 사이, 일촉즉발의 9시간을 담은 작품이다. 개봉 당시 극장가 비수기임에도 최종 1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시대가 불러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성수 감독의 수작이다.
특히 최근엔 '서울의 봄'이 서울작심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되며 오는 18일 스크린 상영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작심영화제 측에선 이번 비상계엄 사태 이전에 이미 '서울의 봄'을 시나리오 부문 우수작으로 선정하며 상영이 일찌감치 확정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개봉 당시에도 '서울의 봄'이 불러온 흥행 열풍과 더불어 만듦새와 완성도에도 호평이 쏟아졌던 것은 물론이다. 올해 부산영화평론가협회 심사위원특별상과 더불어 한국영화평론가협회 감독상, 백상예술대상 남우주연상, 작품상, 대상까지 3관왕, 부일영화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올해의 스타상을 수상했다. 지난달 열린 청룡영화상에서도 작품상, 남우주연상, 편집상, 최다관객상까지 거머쥐며 시대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영화로 인정받았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서울의 봄'의 한 장면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2023.11.09 jyyang@newspim.com |
이번 사태와는 무관하다고 해도 '서울의 봄'이 가장 가까운 과거의 계엄 직전 상황을 담은 만큼, 국민적 관심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는 게 영화계 중론이다. 다만 여러 관객들이 제기하는 재개봉 요구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재개봉 자체가 특정한 입장을 드러내는 것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다.
영화 관계자는 "재개봉을 하게 되더라도 지금은 아닐 것"이라며 "온라인상의 밈과 작품은 분리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선을 그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무리 영화와 관련이 있다고 해도 현재의 국가적 혼란 속에 주목받는 것이 달갑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봄' 개봉 당시 김성수 감독은 "이 이야기가 기어코 나를 찾아오는구나 했다"고 말했다. 정우성도 "시대가 이끌어준 영화"라고 작품을 평했다. 지난해 흥행에 이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재개봉 요구 역시 '서울의 봄'의 운명이라는 한 관계자는 "우리 역사의 가장 어두운 단면을 다뤘던 작품이 다시 소환되는 것이 기쁘지만은 않다. 씁쓸하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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