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20일(현지시간)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획기적인 비만치료제로 유럽을 대표하는 제약사로 우뚝 섰던 덴마크의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가 야심차게 개발한 신약이 기대에 못 미치는 임상시험 결과를 내놓으면서 주가가 20% 이상 폭락했다.
이날 하루 노보노디스크의 시가총액은 1250억 달러(약 180조원)가 증발했다.
또 시장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적' 금리 행보 전망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폭탄' 위협이 다시 한번 유럽을 강타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는 전장보다 4.47포인트(0.88%) 떨어진 502.19으로 장을 마쳤다. 낮 한 때 494.47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낙폭을 줄여 500선을 지켰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85.11포인트(0.43%) 하락한 1만9884.75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9.89포인트(0.27%) 내린 7274.48로 마감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20.71포인트(0.26%) 떨어진 8084.61로 장을 마쳤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20.71포인트(0.06%) 하락한 3만3766.29으로,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는 27.40포인트(0.24%) 오른 1만1467.30에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사진=로이터 뉴스핌] |
노보노디스크의 임상시험 결과는 유럽 증시에 대형 악재로 작용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날 비만치료 신약 '카그리세마'가 환자의 체중을 22.7% 감소시키는 효능을 발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시장이 예상했던 25%와 비교되면서 이 회사 주식을 수렁에 빠뜨렸다.
임상시험 결과 발표와 함께 이 회사 주가는 폭락해 장중 한 때 27.3%까지 떨어졌다.
로이터 통신은 "유럽 기업 역사상 가장 큰 하루 폭락 중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덴마크 증시 벤치마크 지수도 13.2% 급락해 2023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종가를 기록했다. 범유럽 지수의 헬스케어 섹터도 4.03% 하락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한번 유럽에 관세 위협을 가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유럽연합(EU)이 미국산 석유와 가스를 대량으로 구매하지 않으면 관세 폭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EU는 미국산 석유와 가스를 대규모로 구매해서 (미국이 겪고 있는) 엄청난 적자를 보상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오로지 관세일 뿐이다(Otherwise, it is TARIFFS all the way!!!)"라고 했다.
이와 관련 EU 집행위원회는 "우린 이미 강력한 미국과의 유대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에너지 분야 등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트럼프와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AJ벨의 재무 분석 책임자인 대니 휴슨은 "투자자들은 벌써부터 (트럼프의) 잠재적 위험을 주가에 반영해왔다"면서도 "오늘 트럼프의 발언도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특징주로는 스위스의 바이오 제약회사 이도시아(Idorsia)가 고혈압 치료제 트리비오에 대한 글로벌 판권 독점 협상이 중단됐다고 밝힌 후 50.4% 폭락했다.
또 덴마크의 질랜드파마(Zealand Pharma)는 미 식품의약국(FDA)이 이 회사 장질환 치료제 승인을 거부한 뒤 3.8% 떨어졌다.
ihjang6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