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국제화가 촉진되면서 오랜시간 중국에도 성단제(圣诞节, 크리스마스, 성탄절)가 도시 거리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꽤나 떠들석한 축제일로 자리잡았다.
'빨간 날'은 아니지만 달력에 성탄절이라는 글자가 표시됐고, 상가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하고 캐롤이 울려퍼졌다. 중국 성탄절은 발렌타인데이나 징둥의 618, 알리바바 솽스이 쇼핑 대축제와 같은 마케팅 수단이 되면서 명절로서 사회적 열기를 더했다.
젊은 층들은 상점과 영화관, 레스토랑을 찾아 성탄이브의 낭만을 즐겼고, 이는 연말연시 대목을 떠밭치는 버팀목이 됐다. 성탄이브 제과점에서는 우리돈 5만원이 넘는 케잌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기업들은 서방 국가에 크리스마스 소품들을 수출해 큰 돈을 벌어들였다.
성탄절 유행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 개혁 개방 및 세계화의 산물인 동시에 중국 문화의 포용성과 중국 체제의 다원성을 반영하는 트렌드라며 긍정적인 현상으로 평가했다.
중국은 홍콩을 반환받은 이후에도 성탄절을 계속해서 홍콩의 중요한 휴일로 유지하고 있다. 정상 영업하는 본토 A증시와 달리 홍콩 증시도 성탄 이브인 12월 24일 오후 부터 26일까지 이틀 반나절 휴장한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사진= 중국 인터넷. 2024.12.25 chk@newspim.com |
일부 중국 학자들은 크리스마스가 국경을 초월한 문화현상으로 중국 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평화의 시기 서구 문화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수용 태도는 발전적 창조로 이어지고 문화적 다양성을 촉진시켰다. 중국인들은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중국식 크리스마스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최근 수년 동안 중국에 유행했던 성탄 이브의 사과 선물 '핑안궈(平安果, 성탄 이브의 사과)'는 크리스마스 중국화의 상징적인 사례가 됐다.
성탄절을 보내는 중국 사회의 분위기가 최근들어 예전같지 않다는 얘기가 들린다. 매년 성탄절이면 SNS 인터넷에 유행했던 중국식 메리크리스마스, '성탄콰이러(圣诞快乐)' 인사도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중국 매체들은 성탄절 영화가의 박스오피스 수입이 크게 감소했음을 주요 뉴스로 전하고 있다. 이는 성탄 축제 분위기가 냉각되고 '성탄절 종소리'가 멀어진 것과 무관치 않아보인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사진=중국 인터넷. 2024.12.25 chk@newspim.com |
성탄절을 보내는 중국 사회의 열기가 가라앉은 배경에는 미중 충돌과 신냉전이 격화하면서 중국 내부에 서방 문화 수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25일 중국 인터넷 SNS에는 성탄절은 서구의 소프트파워 확장, 문화 침투의 도구라며 서방의 종교와 문화에 대한 맹목적 추종을 경계하자는 내용의 계몽성 글들이 등장했다.
일각에선 차제에 중국 인문시조 황제(皇帝)의 탄생일 3월 3일을 '중화 성탄절'로 삼고, 기존 성탄절(크리스마스)은 예탄제(耶诞节, 예수 탄생일)로 바꿔 중국 특색의 성탄절을 정립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네티즌은 한국전쟁 영화 '장진호'까지 거론하며 성탄절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 네티즌은 악조건하의 중국군 희생과 미군 장교가 '전쟁을 빨리 끝내고 돌아가 가족과 성탄절을 보내자'고 말한 영화 내용을 지적하며 12월 24일은 결코 중국의 핑안예(平安夜, 성탄이브) 일 수가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