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상 잘못이 해임 처분에 이를 정도라고 단정할 수 없어"
"부적절한 인사권 행사로 보더라도 직무수행 장해될 정도 아냐"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김의철 전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에 대한 해임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16일 김 전 사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김의철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한국방송공사(KBS), 한국교육방송공사(EBS)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22.10.17 kimkim@newspim.com |
재판부는 "해임제청 단계에서 이사회가 원고에게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했다면 절차적 보장은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며 "원고는 최종 해임제청안이 중대하게 변경돼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나 수정 내용이 전체적·실질적으로 동일성이 유지돼 특별히 원고에게 예측할 수 없는 방어상 불이익을 가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본인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상정할 의도로 이사를 부적법하게 해임해 이사회 구성을 위법하게 변경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김 전 사장 해임에 절차적 위법은 없었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김 전 사장 해임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의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KBS에 심각한 경영 위기가 초래됐거나 원고의 경영상 잘못이 해임 처분에 이를 정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 재임 기간에 상당한 규모의 적자가 발생했으나 경영평가단은 2022년 당기순손실이 복합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했고, 수입 측면에서는 경제 위축으로 인한 광고시장 약화 및 콘텐츠 경쟁력 하락에 따른 광고·협찬 수입 미달 등을 주요인으로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해당 경영평가단은 KBS의 수익성, 성장성이 악화됐음에도 재무안정성은 안정된 구조라고 평가했다"며 "원고는 재임 기간이 약 1년 9개월로 당초 임기의 절반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해임됐고, 원고가 해임된 이후 KBS는 지난해 상반기에도 당기순손실 239억원 상당이 발생했다"고 부연했다.
또 재판부는 KBS의 신뢰도·영향력 상실이 전적으로 김 전 사장의 잘못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그가 인사권을 다소 부적절하게 행사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더라도 사장으로서의 직무수행능력에 대한 근본적 신뢰 관계가 상실됐다거나 직무수행에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려는 방송법의 목적, 이를 위해 적격을 갖춘 사람을 사장으로 임명하고 임기를 보장하는 등 사장의 독립적 지위를 보장해야 할 필요성 등에 비춰볼 때 원고를 해임한 것은 KBS의 독립성을 해치는 것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김 전 사장은 1심 선고 이후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오늘 판결이 공영방송 KBS 정상화의 조그만한 계기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앞서 KBS 이사회는 2023년 9월 김 전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을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해임안을 재가했다.
김 전 사장에 대한 해임 사유는 ▲무능 방만 경영으로 경영 위기 초래 ▲불공정 편파방송으로 국민 신뢰 상실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직무유기와 리더십 상실 ▲편향된 인사로 인한 공적 책임 위반 등이었다.
이에 김 전 사장은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함께 해임 효력을 중단해달라는 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12월 KBS 사장에 취임한 김 전 사장의 정식 임기는 지난해 12월까지였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