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시장, 트럼프 관세 카드 여파에 시선 집중
뉴욕증시 급락 영향에 투자자들 금 포지션도 청산 추정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오픈AI에 비견되는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등장이 미국 주식시장 인공지능(AI) 거품 붕괴 위험을 키우면서 자산시장 전반에 공포감이 확산된 가운데, 27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2% 떨어졌다. 포지션 청산으로 인해 금 가격도 아래를 향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물은 전장보다 배럴당 1.49달러(2%) 내린 73.17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국제 벤치마크 브렌트유 3월물은 1.42달러(1.8%) 밀린 77.08달러를 기록했다.
딥시크의 저렴한 AI 모델 등장으로 엔비디아 등 미국 IT 기업들의 고평가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뉴욕증시에서 기술주와 에너지주가 급락한 영향이 원유 시장으로까지 확산됐다.
중국 딥시크.[사진=로이터 뉴스핌] |
유가는 앞서 나온 중국의 1월 제조업 구매 관리자 지수(PMI)가 49.1로 급락하며 수축 국면으로 진입한 것이 확인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경제 성장과 에너지 수요를 위협할 것이란 우려가 더해지면서 장초부터 이미 하락 흐름을 보였다.
애널리스트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가를 낮춰야 한다는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유가가 계속 압박을 받던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미즈호증권 에너지선물 담당이사 밥 요거는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산유국들이 유가를 낮춰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끝날 수 있다며 OPEC을 계속 압박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OPEC과 러시아 등을 포함한 OPEC+는 4월부터 증산할 것이란 기존 계획을 고수하며 아직은 트럼프 대통령 압박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이 콜롬비아에 관세를 잠시나마 위협했던 점도 원유 시장을 일시 긴장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이민자 송환 동의를 이끌어내며 관세 계획을 철회해 콜롬비아산 원유 수출 우려가 진정되긴 했으나, 전문가들은 2월 1일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부과 가능성 등 트럼프 관세 카드가 시장을 앞으로도 계속 뒤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TD증권 상품전략가 다니엘 갈리는 선물 가격이 75달러 범위를 하회하자 알고리즘 트레이더들이 매수 포지션을 청산해 낙폭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퀀트 펀드들도 시장 하락 속에서 레버리지를 축소하며 매도 움직임을 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 가격은 딥시크 관련 시장 충격 속에 포지션 청산이 초래되면서 지난주 고점서 후퇴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2월물은 트로이 온스(1ozt=31.10g)당 전장보다 1.5% 하락한 2738.40달러에 마감했다. 금 현물은 한국시간 기준 28일 오전 3시 49분 기준 1.3% 내린 2736.75달러를 기록했다.
TD증권 상품 전략 책임자 바트 멀렉은 "이번 매도세는 단순히 일반적 금리나 통화 영향이 아닌 전반적 주식시장 흐름에 좌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마도 레버리지를 걸었거나 마진을 설정했던 일부 주식들이 큰 변동을 겪으면서 투자자들이 유동성을 확보해야 했을 수 있고, 그로 인해 금도 다른 자산들과 함께 동반 매도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제이너 메탈스 부사장 겸 수석 금속 전략가인 피터 그랜트는 계속되는 안전자산 수요로 금 가격이 지지를 받을 것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 정책 관련 불확실성 지속으로 결국 금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돌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