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변압기' 수요 폭발로 역대급 실적
트럼프발 고율 관세 위협…반덤핑 촉각
"트럼프, 과도한 관세 부과 가능성 낮아"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과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 증가로 LS일렉트릭이 사상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초고압 변압기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1기 당시 한국산 변압기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전례가 있어, 북미 시장 의존도가 높아진 LS일렉트릭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지난해 역대급 매출…변압기가 견인
14일 업계에 따르면 LS일렉트릭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LS일렉트릭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4조5518억원, 영업이익 3897억을 기록, 전년 대비 7.6%, 19.96%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말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 76% 성장한 1조3595억원, 1199억원을 기록하며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지난해 4분기 말 수주 잔고는 3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늘었다.
초고압 변압기는 LS일렉트릭의 실적을 견인한 핵심 제품으로 꼽힌다. 초고압 변압기는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과 노후 전력망 교체 프로젝트가 맞물리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북미지역에서 초고압 변압기 수주 물량이 확대된 점이 호실적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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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일렉트릭 청주 스마트공장 전경 [사진=LS] |
◆ 북미 매출 37% 의존…트럼프 관세 위협
그러나 북미 시장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대상을 변압기까지 확대할 가능성은 여전히 LS일렉트릭의 주요 리스크로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공식 발표한 데 이어, 11일에는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에 대해서도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며 보호무역주의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세 부과 대상이 전방위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변압기 또한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LS일렉트릭의 지난해 미국향 매출 비중은 37%에 달해, 고율 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 트럼프 1기 당시 한국산 변압기에 최대 60.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는 점에서도 불안감이 남아있다. 바이든 행정부 이후 현재까지도 한국산 대형 변압기에 대한 반덤핑 관세율은 조정·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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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이 KOC 전기 증설 공장의 초고압 변압기 초도 생산을 기념하는 사인보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LS일렉트릭] |
◆ "관세? 오히려 기회"
다만 업계에서는 현재 변압기 부족 현상을 고려할 때 과도한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자급률이 20% 수준에 머무르는 점을 고려하면 수입이 필수적인데, 과도한 관세 부과는 미국 유틸리티 업체들의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자신감을 직접 드러내기도 했다. 구 회장은 지난 12일 '일렉스 코리아 2025' 행사에 참석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세로 인해 미국 내 공장을 지으려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면 그에 따라 전력 수요도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구 회장은 "관세 정책으로 미국 시장에 나가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한국 업체들 사이에서 미국에 공장을 지으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전력 수요 폭발로 이어질 것이고 회사는 초고압 변압기, 배전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사업 영업력을 강화해 미국 시장에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