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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위기를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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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철강 등 우리나라 국가 기반 산업에 대해 25% 관세 폭탄을 예고하며 미국 내 직접 투자를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보다 못한 재계가 정부와의 협력 없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중심으로 20대 그룹 사장급 인사들로 구성된 민간 경제 사절단을 꾸려 직접 워싱턴으로 날아가 백악관 고위 관계자와 만나 "한국은 지난 8년간 1,600억 달러(한화 약 230조원) 이상을 미국에 투자한 나라"라고 호소했다.

여야 모두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외치면서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아직 전화 통화조차 못한 현실에 대해서는 책임 의식 없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를 두고 지지층 선동에만 열중이다.

산업부 김승현 차장

국내외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모든 기업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어도 알려진 위기에는 사전 대응이 가능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 폭탄 외에 어떤 추가 압박을 가해 올지, 이에 한국 정부가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아무런 확신이 없는 지금의 현실에서 기업들은 투자와 채용 등에서 극도로 보수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 느끼는 위험은 이미 지표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가 전국 50인 이상 508개사(응답 기업 기준)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기업규제 전망 조사'(조사 기관 모노리서치)에서 국내 기업의 97%가 '올해 경제위기가 올 것'으로 응답했다.

'1997년 IMF 위기 정도는 아니지만 올해 상당한 위기가 올 것'(74.1%)이라는 답변이 절대적으로 많았지만 '1997년보다 심각할 것'이라고 답한 기업도 22.8%로 적지 않았다. '올해 경제위기 우려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1%에 불과했다.

최근 정치 불안이 우리 경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으로는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47.2%)가 가장 응답률이 높았고, 그 외 '소비 심리 위축 및 내수 부진 심화'(37.8%), '불확실성 확대로 투자 심리 위축'(26.0%) 순(복수 응답)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활로'를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그룹 신년회에서 "위기는 곧 기회"라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정 회장은 "우리가 예상하는 위기가 아니더라도 지금 세상은 이미 빠르게 변하고 있고, 고객들의 기대는 매일 높아지고 있으며,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작년에 잘 됐으니 올해도 잘 되리라는 낙관적 기대를 할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다"고 힘줘 말했다.

최태원 회장도 방미 길에 오르기 전 김포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 반도체가 위기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위기도 있고 기회도 있다"고 답했다.

정의선 회장의 결단은 '역대 연간 국내 최대 규모 투자'로 구체화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9일 올해 국내에 2024년 대비 19% 이상 늘어난 24조3000억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불확실성을 기다리지 않고 과감한 혁신 투자를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전기차(EV)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전기차 캐즘 시기에도 '소형 대중화 EV'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는 적지 않다는 점을 파고들어 EV3, EV4, EV2 등을 잇달아 출시 예고하며 결국 도래할 전기차 중심의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위기를 기회로"라는 말을 누구나 할 수 있는 레토릭(미사여구)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결국 이를 실행에 옮기는 기업만이 살아남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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