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상대 조사·처벌 요구…민원서, 市 반박 불가 내용 빼곡
[용인=뉴스핌] 우승오 기자 = 지역주택조합 단체성이 문제가 되는 상황은 조합설립인가 이전이나 창립총회 이전이 대부분이다. 주택법상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이전은 비법인 사단인 '추진위' 단계로, 조합원을 모집하거나 토지 매매 계약을 체결할 경우 유효성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용인수지지역주택조합추진위원회'(추진위)는 용인시가 조합원 모집 신고를 수리하지 않았는데도 조합원을 모집하다 주택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사업 불가 통지를 받았지만 이미 조합원은 400명에 달했고, 추진위는 이 같은 위법 사실을 숨겼다. 게다가 추진위는 새마을금고에서 450억 원대 사업부지 매입자금을 빌려 피해를 눈덩이처럼 키웠다.
피해자들은 시가 추진위 측이 신청한 조합설립인가를 연이어 반려하고 조합원 모집 신고를 수리하지 않는가 하면 주택법 위반 혐의로 고발까지 하면서도 정작 조합원 400여 명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눈을 감았다고 주장한다.
이에 피해자들은 시의 소극행정이 피해를 키웠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시 감사관실에 민원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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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지주택 피해자들이 "시가 적극행정을 하지 않아 피해 규모가 커졌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시 감사관실에 민원을 제기했다. [사진=뉴스핌DB] |
◇피해 조합원이 제기한 '주요 문제점'
17일 피해 조합원이 공정위에 접수한 민원서와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추진위는 불법으로 조합원을 모집하고 수백억 원대 조합비를 걷었다.
민원인은 추진위가 지난 2018년 5월 주택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해 벌금형을 받고도 어떻게 모델하우스를 운영하고 건설사 참여 의사를 타진하면서 조합원을 모집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추진위는 벌금 처분을 받고도 2018년 8월 16일 또다시 시에 조합원 모집 신고서를 제출했다. 기존 사업자가 있어 사업이 불가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조합원을 400여 명가량 모집하고 조합비 수백억 원을 받은 추진위의 무모한 시도는 계속 이어졌다.
이후 추진위는 시를 상대로 '개발계획안 회송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다툼을 이어갔고, 2022년 6월 22일 2심에서도 패소하자 이 사실을 처음으로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결국 대법원도 시의 손을 들어줬다.
민원인은 "대다수 조합원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도 해당 사업지에 원 사업주가 있어 개발이 불가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추진위 측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더 이상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자 뒤늦게 소송 결과와 개발권이 원 사업자에게 있다는 사실을 조합원들에게 밝히면서 새로운 사업 방식을 제안한다.
원 사업주와 무관하게 '장기임대주택'으로 사업을 변경하려면 대출 담보 공매를 막아야 한다며 올해 초 연체이자 납부를 위한 분담금 명목으로 47억여 원을 걷었다.
이에 시는 "성복지구는 지난 2006년부터 '기반시설부담구역'으로 확정돼 현재로선 어떠한 사업 형태도 원 사업주와 협의 없이는 불가하다"며 "조합원 피해가 잇따르는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특별점검에 나서겠다"고 했다.
◇추진위 사기행각 증거자료 제시
민원인은 추진위 측 사기행각 증거자료로 2018년 5월 주택법 위반으로 조합설립인가를 반려했다는 시 공문을 제출했다. 공문은 "추진위가 매입한 토지는 이미 허가자가 존재하는 이중 권원 상태로 인허가가 불가하다"는 내용이다.
민원인은 또 "추진위는 2018년 이후 줄곧 조합원들에게 사업을 정상으로 진행할 것처럼 설명하면서 중도금을 걷었고, 신규 조합원을 모집하는 사기행각을 벌였다"며 피해 조합원들이 납입한 납입금표를 증거자료로 제시했다.
분담금 납입 안내문과 납입 방법, 납입일, 분담금 납부계좌, 금액(납임금의 10%), 자금이 없을 때를 대비한 신용대출 안내문까지 첨부했다.
◇모델하우스 운영…'민법 107·108조 위반'
추진위는 사업승인 전에는 분양광고를 할 수 없는데도, 민법 제107조(진의 아닌 의사표시)와 제108조(통정 허위표시)를 위반하면서 허위 모델하우스를 설치·운영하고, 허위 광고로 부당하게 고객을 유인하고 거래를 강요했다.
추진위는 인가도 사업도 불가능해 조합 총회를 열 수도 없는 상황에서 사업 변경을 이유로 마치 사업을 계속할 것처럼 설명하면서 모델하우스까지 설치해 불법 분양을 일삼으며 1·2차 중도금까지 추가로 걷는 대범함을 보였다.
또 조합원 가입 계약을 할 때 차주와 인허가상의 어떠한 문제점도 고지하지 않고 계약서에 '수지지역주택조합장인'과 업무대행사(A·B사) 도장으로 계약했다.
민원인은 "추진위는 행정청인 용인시의 지주택 관리가 소흘한 틈을 타 무주택 서민들의 간절함을 악용해 사기행각을 벌였다"며 "조합원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행위는 강요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합설립)인가가 불가한데도 조합원을 계속 속이면서 분담금 납부를 종용하고 중대한 하자(사업 불가)를 고지하지 않은 부분은 재산권 침해와 사기에 해당한다"며 "시가 이 같은 사기행위를 철저하게 조사해 부당하게 계약한 사실을 밝히고 진실이 드러나면 계약 을 무효로 하고 조합원 피해 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은 추진위와 업무대행사, 시공사가 일치하지 않은 데다 업무대행사가 대행료를 과다하게 징수하려고 사업을 고의로 지연하는 부작용까지 있기에 시민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고 했다.
이어 "시는 지난해부터 지역주택조합으로 인한 피해를 막고자 '상설 상담반'을 운영 중"이라며 "올해는 상세한 피해 사례를 담은 홍보 책자도 만들어 배포할 예정"이라고 덧댔다.
C법무법인 한 변호사는 "지주택 사업은 그 특성상 처음 추진할 때 보통 소수가 진행한다"며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전 개인으로 구성한 임의단체(추진위)는 비법인 사단으로, 조합에 가입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인허가 관청에 조합 인가를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eungo215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