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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뉴노멀] 트럼프 '재정 재건의 꿈'…마러라고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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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1세기 전으로, "관세로 채무 축소"
GDP 대비 100%, 유지 불능의 부채 구조
관세 수입으로 막는다? '마른 논 물대기'
"목적은 따로, 100년물 국채 강매 속내"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4월2일, 백악관의 정원 로즈가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계가 주목한 연설에서 '미국에 바가지를 씌우는' 교역국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뿐 아니라 상호관세 필요성을 역설하는 행정부의 급박한 사정을 드러냈다.

1. "시계를 1세기 전으로"

그는 로즈가든 연설에서 상호관세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근거로 1913년 도입된 헌법수정 제16조를 문제 삼았다. 관련 수정 조항은 19세기 후반 국가 운영의 주요 재원을 세입의 40~60%를 차지한 관세에서 소득세로 전환하는 계기가 된 헌법적 근거다.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트럼프 대통령은 "이유는 불명확하지만 외국이 아닌 미국민이 정부 운영에 필요한 세금을 내도록 연방소득세가 도입됐다"며 "(나는 관세로 확보한) 수조달러를 사용해 감세를 추진하고 정부 부채를 줄이겠다"고 큰소리쳤다. 관세를 통해 미국인의 세금 부담도 줄이고 국가 채무도 축소하는 구상을 드러낸 셈이다.

재원이 없다면 세출을 줄이는 게 '정도(正道)'지만 그럴 필요 없이 '미국을 착취한' 교역국에 세금(관세)을 지불하도록 하면 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발상이다. 시계를 100여년 전으로 되돌려 세입의 원천을 관세로 되돌리겠다는 정책의 후폭풍은 그도 직감했을 터지만 그럼에도 고율의 상호관세를 추진하는 데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2. "부채에 깔릴 지경"

현재 미국의 재정은 비유하자면 '족쇄를 찬 채 짐을 메고 오르막길을 걷는 상황'과 유사하다. 재정적자 만성화의 원인이 된 지출 과다형 세입·세출 구조라는 족쇄가 양발에 씌어진 상황에서 자신 체중만큼의 무게를 가진 부채라는 짐을 메고 언덕을 오르고 있다. 국가부채가 미국의 연간 경제 규모 만큼 불어난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는 36조달러, 2025회계연도 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로 추정된다.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관련 비율은 2029년도에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의 최고치 106%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2035년도경에는 12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10년 전인 2015년도에는 70%대였다.

연간 이자 지급액은 2025년도 9520억달러가 예상된다. 2024년도 대비 8% 증가한 수치다. 연간 국방 예산을 초과한다. 2024년도와 2023년도 각각 20%대 증가폭이라는 상당한 규모로 팽창한 뒤에 벌어진 추가 확대다. 2025년도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1조9000억달러로 GDP의 6.2%에 달하고 내년도에는 그 비율이 7.3%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처럼 국가부채가 GDP 대비 200%를 넘어도 국가가 운영되는 사례가 있지만 일본은 국내 저축률이 높고 대부분의 부채가 국내에서 조달된 형태다. 하지만 미국은 저축률이 낮고 해외 채권자가 3분의 1로 비교적 비중이 높아 이야기가 다르다. 부채 수준이 계속 올라가면 상환 능력에 대한 외부인의 의심은 커진다. 국채에 대한 요구수익률(채권자가 요구하는 이자) 상승으로 이어져 채무 부담을 더 가중시킬 위험이 도사린다.

3. "마른 논에 물 대기"

여러 통계를 놓고 보면 관세 수입분을 적자 축소에 활용하고자 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은 현실적으로 불충분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행정부의 무역정책 설계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수석고문의 주장에 따라 '연간 6000억달러'의 관세 수입을 상정한다고 해도 당장의 이자 지급금도 충당하지 못하는 형편이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를 통한 재정지출 연간 1조달러 삭감이나 국방비 예산 연간 500억달러 절감 계획이 현실화해도 관련 절감분이나 관세 수입으로는 차후 늘어날 이자 상환액을 충당하는 데에도 허덕일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감세 연장안의 실행은 연간 4500억달러 세입 감소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처럼 관세 수입분은 비록 '마른 논에 물 대기' 수준일지라도 당장의 재정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결국에는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관세라는 게 실제로는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다. 결국에는 민간 수요 위축까지 불러와 재정을 되레 급속히 확장해야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 "수입량이 감소하더라도 유의미한 수준의 세수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관세의 장기적 재정 영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했다. 또 "일시적으로 재정적자 부담의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수입 비용 증가로 소비와 기업 투자가 감소해 전반적인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사회보장·의료보험 제도를 포함하는 '의무지출(정부 지출의 62% 차지)'을 대대적으로 손질하지 않는 이상 유의미한 재정적자 개선이 쉽지 않다는 점을 잘 알 것이다. 다만 관련 지출을 대대적으로 손질한다면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 진담인지 알 수 없지만 3선 구상을 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유산에 손상이 가해진다. 그런만큼 의무지출 예산을 대대적으로 손질할 동기가 부족하다.

이래저래 계산기를 두들겨 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를 통한 재정 재건 계획은 허황된 꿈에 그칠 가능성이 다분하다.

4. "마러라고 로드맵"

부채와 재정적자의 굴레를 끊기 위해서는 더 파괴적인 해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이를 부채질한 것이 일명 '미란 보고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 역할을 하는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 작년 11월 작성한 '국제 무역체제 재구성을 위한 지침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는 미국의 채무 부담을 관세나 안보와 결합해 일부 해소한다는 내용이 있다.

크레디트스위스 졸탄 포자르 전 전략가의 개념을 인용한 형태지만 그의 전략적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스티브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사진=블룸버그통신]

관련 내용은 외국 기관(중앙은행 등)이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100년물 무이표채로 교환하는 거다. 이 무이표채는 당연히 이자가 지급되지 않고 유통시장에서는 거래가 불가능하도록 한다. 100년 뒤 액면가에 적힌 금액만 찾아가도록 한다.

교환 대상을 만기 도래분만 한정해도 차환용 신규 국채 발행을 하지 않아도 된다. 원금을 100년 동안 묶어 놓을 수 있어 채무 관리에 부담을 느끼는 행정부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길 수 있다. 

특히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인플레이션의 복리 효과에 따라 원금의 실질가치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채무자 입장에선 매력적인 선택지, 채권자 입장에선 사실상의 금융몰수에 해당한다.

매년 인플레가 2%로 유지된다고 하면 오늘의 1달러는 100년 뒤 13.8센트의 구매력만 갖게 돼 사실상 원금의 86%가 탕감되는 효과를 가진다. 미국은 교환에 응하지 않는 상대국에 고율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위협하거나 안보 우산에서 제외하겠다고 압박할 수 있다. 사실상 100년물 국채의 강매다.

미란 위원장은 당시 보고서에서 관련 계약을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리조트 이름을 따 '마러라고 협정'이라고 불렀다. 물론 미란 위원장 자신도 금융시장에 일으킬 파장을 염려해 마러라고 협정의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했지만 갈수록 더욱 강압적이고 일방적으로 돼 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태도를 볼 때 그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미란 위원장의 보고서가 행정부의 정책 지침서로 활용되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비앙코리서치의 짐 비앙코 대표는 "대통령이 미란 위원장의 보고서에서 제시된 일부 조치를 이미 채택했다"며 "안보 협정을 위해 관세를 지렛대로 사용하는 방안이나 국부펀드 창설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했다. 이어 "나는 보고서의 많은 내용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강조했다.

bernard02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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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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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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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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