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교육 불참, 의료계 내부의 우려 증폭
지도부 아닌 개별 선택권과 판단 중요성 강조
정부, 시대착오적 독재 방식 버리고 귀 기울여야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의과대학생들이 집단 휴학 후 복학했지만 수업 불참으로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의료계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에 참여해 스스로의 시간을 잃지 말라는 조언과 함께 '대화를 위한 희생도 필요하다'는 다소 강경한 의견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 갈등으로 전국 의대의 의대생들이 집단으로 휴학을 단행했으나, 올해 3월 31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생의 96.9%가 학교로 복귀했다. 다만 이들의 수업 참여도는 여전히 저조한 상태여서 이른바 '반쪽 복학'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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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전경/사진 = 조준경 기자 |
24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을 포함한 의료계도 의대생 복귀 방식과 시점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모색 중이다. 이달 초 의대 수업 참여율은 3%대에 불과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소폭 증가하는 추세이기는 하나, 여전히 각 대학마다 과반 이상의 학생들이 수업에 미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해결책은 정부가 전문직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의대생들은 교육 당국의 '제적 협박'에 일단은 복귀했으나, 사직 전공의로까지 이어지는 의료계 투쟁 전선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우선 의대생들의 수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의대생들의 주장을 정부가 세심히 들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년 이상의 시간이 투쟁을 위해 소진됐는데, 이를 의대생들이 매몰 비용으로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안덕선 고려대 명예교수는 "복지부나 교육부가 이래라저래라 한다고 해서 전문직이 따르는 것도 아니고, 선배 의사들이 어른이랍시고 그들에게 지시를 해서 듣지도 않을 것"이라며 "이미 성인으로서 판단을 할 수 있는 이들이기에 그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충고했다.
안 교수는 "학생들도 교육을 못 받았을 때 받는 피해는 다 알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투쟁) 하는 것"이라며 "교육부가 증원 이전으로 동결했다고 해서 학생들이 '그러려고, 그 정도를 위해 우리가 희생했는가?'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대생들이 투쟁으로 인해 본인이 입게 될 손해에 대한 언급은 효율적인 측면만 보고 판단한 측면이 적지 않다는 취지의 비판이다.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특정 사안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이 정도 대의 민주주의를 달성할 때 얼마나 많은 젊은 사람들이 감옥도 가고 희생도 많이 당하면서 그들의 인생이 손해를 봤느냐"며 "그런데 우리나라 민주화 지수는 낮아졌고, 자꾸만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도 비판했다. 안 교수는 "공무원들이 나랏일이라고 우겨대며 자기들 마음대로 전문직과의 적절한 거리 설정이나 정책 협조도 없이 일을 밀어붙여서 지금 이렇게 된 것"이라며 "시대착오적 독재적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의대생들이 입게 된 기회비용 손해에 대해서는 "전세계적으로 갭이어(Gap year)로 1년에서 2년 정도의 시간을 본인의 취미 등을 위해 사용하는 풍토가 됐다"면서 "어떤 대화를 위해서 1~2년은 희생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 "결국 손해는 의대생들이…지도부 아닌 각자가 판단해야"
대한의사협회 산하 지역 의사회인 서울시의사회의 황규석 회장은 최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지속되는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투쟁'이 그들 나름대로 더 나은 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한 방안이라고 봤다.
다만, 그러한 환경을 만드는데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하며, 투쟁 지속 여부는 소수 의견에 의해서가 아닌 학생 개개인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황 회장은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는 그들이 현명하기 때문에 직접 물으면 된다"라며 "전체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전자투표를 해서 복귀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도 각 개인의 복학 의사가 '전체주의'에 의해 억압받는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특히 이미 의사 면허를 취득한 전공의들이 의대생들에게 대학으로부터 제적당할 위험도 감수하는 투쟁을 요구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지난달 28일 사직 전공의 출신인 박단 의협 부회장이 본인의 SNS에 복학을 고려하는 의대생들을 겨냥해 "팔 한 짝 내놓을 각오도 없이 뭘 하겠다고"라고 글을 썼다가 거센 역풍을 맞기도 했다.
황 회장은 "학생들이 더 나은 의료 환경을 만들려는 마음은 알지만, 어느 정부도 의료계가 원하는 만큼, 의료계를 위한 정책을 펼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사회 소수 집단인 의료계의 처지를 상기시켰다.
황 회장은 "그나마 (의대) 교육이 가능한 시기가 지금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들어가면 5.5학기로 해서 의사들을 배출할 수 있다"며 "2개 학번이 서로 겹치지 않게 교육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복귀를 하고 나머지는 선배(의사)들이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