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덕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가상자산 아닌 '디지털자산' 명시
법정 기구·협회 설립 규정…"규제·관치 벗어나 산업발전으로"
상장심사·스테이블코인 인가제 찬반…"의견 수렴해 보완"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금융당국이 올해 하반기까지 가상자산 기본법(2단계 입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회에서도 '1호 법안' 발의 준비에 한창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대표적인데, 금융위원장이 포함된 심의의결 기구 설치부터 업자 가입을 의무화한 법정 협회 설립까지 명시해 가상자산이 새 정권에서는 '제도권 자산'으로서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24일 국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1호 법란 리뷰' 세미나를 열어 초안 내용을 공개한 뒤 각계 전문가, 언론인의 의견을 청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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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아래 왼쪽에서 세번째) 민주당 의원이 24일 국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1호 법란 리뷰' 세미나를 열고 각계 전문가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송주원 기자] |
민 의원은 우선 그동안 업계 안팎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던 '가상자산', '가상화폐'라는 단어 대신 '디지털자산'으로 명명했다. '가상'은 현실이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전통 자산과 달리 허구적이고 비실체적인 자산으로 받아들여졌다.
민 의원의 초안에는 심의의결 기구인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설치하고, 이 위원회는 3년 단위로 디지털자산산업 기본계획 수립 의무를 진다. 위원회는 금융위원장과 민간위원장 2명을 포함한 20명 이내로 구성되며, 민간위원이 전체 위원회 과반수 이상이 되도록 규정했다.
또 디지털자산업자는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한국디지털자산업협회 설립도 명시했다. 이 협회는 회원 영업질서 유지 및 이용자 보호를 위한 자율규제 기구로 디지털자산시장 및 디지털자산 산업에 관해 조사·연구하고 디지털자산업 표준 약관의 제정 및 개정 업무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협회 산하에 디지털자산 상장심사위원회를 설치해 거래소들이 상장심사를 신청해 디지털자산의 적절성을 심사받도록 했다. 상장심사위원회는 상장유지, 상장폐지 여부도 심사할 수 있다. 불공정거래행위 감시 및 예방활동을 위한 시장감시위원회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그동안 규제 대상으로만 간주했던 디지털자산을 산업 발전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첫 법안이라며 환영했다.
이상영 법무법인YK 변호사는 "심의의결기구인 디지털자산위원회에 금융위원장과 민간위원장을 포함시킨 것은 규제보다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취지로 읽힌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법정 협회 설치 규정에 대해 "디지털자산 관련해서는 바로 상장 부분과 시장감시 부분이 가장 많은 분쟁이 발생하고 이해관계자들의 법률상 리크스가 가장 큰 지점"이라며 "개별 거래소들이 자체적으로 너무 많은 기능을 수행하고 권한을 가지기보다는 각 주체들의 권한과 책임을 분명하게 규율하고 특히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은 분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정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 역시 "시장감시위원회가 마련된다면 객관적이고 균일한 불공정거래 감시가 가능하며 각 거래소가 부담하는 감시비용의 효율성도 증가해 전체적으로 사회적 비용이 감소할 것"이라며 "독립된 별도 상장심사위원회를 통해 상장기준을 마련하고 상장심사 및 폐지 등 상장자산을 관리한다면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아가 디지털자산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최창환 블록미디어 대표는 "관료에 의한 금융 지배를 끝내고 디지털자산을 기존 관료 금융시스템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며 "디지털자산위원회를 법률 집행권한을 갖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 만드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건의했다.
다만 상장심사위원회 설치 시 상장의 '중앙 집중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법안 내용은) 거래소별로 자율적으로 상장하는 권한을 박탈해 협회 산하 상장심사위원회에서 상장 심사를 독점하겠다는 것인데, 이 경우 상장 소요 기간이나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며 "유망한 글로벌 프로젝트가 한국 대신 신속한 상장이 가능한 싱가포르, 홍콩으로 유출될 위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법안의 또 다른 뼈대는 스테이블코인의 분리와 인가다. 법안은 디지털자산을 스테이블코인과 기타 디지털자산으로 구분하고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은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은 사람만 가능하도록 했다. 업권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성장과 혁신을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형구 교수 역시 스테이블코인 인가제 시행 시 국내 5대 거래소 등 대형 거래소들에만 혜택이 집중되고, 코인의 경쟁력은 축소되는 반면 가격은 상승하는 부작용을 우려했다. 강 교수는 "(인가제 대신) 공시 및 준비금, 투명성을 기준으로 패스포트형 등록제가 더 옳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민 의원은 "이 자리는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수렴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는 시작점"이라며 "대한민국이 디지털자산 생태계에서 신뢰와 혁신을 기반으로 한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이날 논의가 탄탄한 입법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했다.
jane9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