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를 상대로 부과한 '상호 관세' 조치가 연방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은 28일(현지시간) "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그러한 무제한적 권한을 부여한다고 해석하지 않으며, 이에 따라 해당 관세 조치를 무효화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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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관세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재판부는 이어 의회가 대통령에게 "무제한적 관세 부과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위헌적이라며, "관세 권한을 무제한으로 위임하는 것은 입법 권한을 행정부에게 부적절하게 포기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는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의회는 IEEPA 내에 대통령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에 대해 명확한 제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이번 판결은 그 한계를 재확인한 셈이다.
재판부는 IEEPA가 '이례적이고 중대한 위협'일 때에만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데,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는 이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지난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국가들과 무역적자에서 해방되는 이른바 '해방의 날'로 선언하고, 사실상 모든 교역국에 상호 관세를 적용해 국제사회 파장을 키웠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가 '국가 비상사태'를 초래하고 있다며 IEEPA를 발동한 바 있다.
현재 상호 관세는 오는 7월 9일로 90일 간 발효가 유예된 상태이며, 미국은 이 기간 각국과 협상 중이다.
이번 판결은 그 조치에 대한 첫 위헌 판단으로, 이미 발효 중인 영국·중국과의 무역 합의와 향후 진행될 12개국 이상의 협상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번 소송은 미 전국의 기업들과 13개 주정부가 연방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것으로, 무역적자를 이유로 모든 교역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위는 대통령의 권한을 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에 백악관은 "비선출 판사들이 국가 비상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을 결정해선 안 된다"라며, 이에 항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방국제통상법원은 미 전역에서 관세 및 무역 분쟁을 관할하며, 이번 판결에 대한 항소는 연방순회항소법원을 거쳐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다뤄질 수 있다.
한편 블룸버그는 법원의 이번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들어 부과한 관세 대부분(트럼프 행정부의 10% 기본관세를 비롯해 상호관세 그리고 펜타닐 이슈와 관련해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에 부과한 관세)의 효력이 중단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무역확장법 232조와 통상법 301조에 근거해 부과한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에 대한 품목 관세, 그리고 향후 목재와 반도체 등에 취해질 수 있는 관세는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WSJ는 "이번 법원의 판결이 (최종심에서도) 유지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부과를 위해 다른 명분(법적 근거)을 찾아야 한다"며 "앞서 행정부는 불공정한 해외 무역관행에 관세 부과를 허용하는 통상법 301조에 근거해 관세를 매기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301조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동안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근거로 사용됐다"며 "IEEPA보다 더 강력한 법적 근거를 가진 것으로 간주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무역확장법 232조와 통상법 301조 등에 바탕해 관세를 부과하려면 사전 실태 조사와 공청회 등을 거쳐야 해 시간이 걸린다.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부과에 IEEPA를 활용한 것도 신속한 조치를 위해서였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