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공정위 인력 충원 지시
공정위, 정권 따라 확대·축소 반복
공정위 "인원·분야 내부 조율 중"
[세종=뉴스핌] 백승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확대를 공식 언급한 가운데, 전 정부에서 축소됐던 공정위 역할이 다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범여권을 중심으로 온라인 플랫폼 규제 관련 법안이 쏟아지면서,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플랫폼국' 신설 여부가 주목된다.
9일 공정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지난 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정위 인력 충원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정위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다만 어떤 분야에서 얼마나 확대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 공정위 조직, 정권 따라 늘었다 줄었다…이번엔 확대
통상 공정위는 민주당 정권 아래에서 조직이 확대되고, 국민의힘 정권에서는 축소되는 경향을 보였다. 민주당이 당론인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과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등을 앞세우고 있는 만큼, 플랫폼 관련 인력 확대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역대 정부 중 처음으로 재벌개혁을 내세우며 공정위 인력을 416명에서 493명으로 늘렸다. 재벌개혁 논조를 이어간 문재인 정부 역시 536명→660명으로 124명 확대했다.
![]() |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스핌 DB] 2021.11.12 jsh@newspim.com |
특히 문 정부에서 공정위 내 경쟁정책국 산하 기업집단과를 확대해 기업집단감시국이 신설됐다. 가맹·유통 분야 내 소상공인 보호 업무를 맡는 유통정책관도 새로 생기기도 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 들어 대기업 지주사를 전담하는 지주회사과가 폐지되는 등 역할과 부서가 일부 축소되며 16명 줄었다.
21대 대선에서 다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만큼 공정위 인력과 분과가 확충될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공정위 인력 충원을 지시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확대할 인원 규모나 분야 등은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 '공정' 중시하는 이재명 정부…플랫폼국 신설 가능성 대두
이재명 정부는 대선 공약부터 '공정'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성장을 위한 3대 전략 중 하나를 '공정한 성장'으로 두고, 공정·상생 시장 질서 구축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공정을 중시하는 것은 이 대통령의 기존 성향이기도 하다. 지난 2019년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에도 지자체 중 처음으로 공정국을 신설하는 등 공정 관련 정책에 방점을 뒀다.
![]() |
민주당이 플랫폼 규제를 강조하는 만큼 플랫폼 업계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공정위 내에서 플랫폼 관련 정책은 경쟁정책국 내 플랫폼공정경쟁정책과에서 담당하는데, 플랫폼 전반의 문제를 다룰 국 단위의 조직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 사건당 처리 기간 평균 172일…"예산 확대도 뒷받침돼야"
공정위의 인력 부족은 만성적으로 지적된 사안이다. 이는 사건처리 기간 지연으로 이어진다. 공정위의 사건처리 기간은 2023년 기준 평균 사건당 172일이다. 직전 해(221일) 대비 22.2% 줄었지만, 여전히 5달 이상 소요되는 격이다.
일각에서는 인력 부족과 함께 예산 확대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의 행정소송 수행 예산만 봐도 수년째 제자리걸음에 그친다. 행정소송 수행 예산은 2018년 30억5000만원→2021년 32억9000만원으로 소폭 올랐다가 3년 연속 동결됐다.
![]() |
올해 38억원으로 증가했지만, 기업이 공정위 시정조치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공정위 비상임위원을 지낸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새 정부가 내놓은 정책 방안은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신고 사건뿐만 아니라 직권조사도 다양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면 직권조사가 줄어 능동성이 떨어질 수 있다"라고 했다.
이정희 교수는 "플랫폼의 중요성이 확대되며 관련 사건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문 정부 당시 기업집단감시국이 신설됐던 것처럼, 플랫폼국이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 환경이 달라지며 공정위 조사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에는 대다수 기업이 종이 문서로 작업해 공정위 조사 시 증거 확보가 비교적 쉬웠지만, 이제는 디지털 문서로 작업해 증거 인멸이 더 쉽다. 이런 변화에 맞게 인력과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정희 교수는 "기업들의 업무 환경이 디지털화된 만큼 공정위도 이에 맞게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면서 "새 정부는 조사 분야를 비롯한 전반적인 예산 확대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100wi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