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비용 줄이고 케어서비스 제공
삼성, 스마트싱스로 자율성 확
LG, 케어솔루션으로 편리함 강조
재활용·리퍼 구조가 지속성 좌우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 중인 구독형 가전 시장을 두고 본격적인 경쟁 구도에 들어섰다. 고가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구독 서비스를 확대하며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동시에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장 선점에 나섰다.
9일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구독 경제 시장은 가전을 포함해 약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40조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년 만에 두 배 이상 커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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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구독 케어 서비스를 한층 강화한 LG 디오스 AI 오브제컬렉션 스템(STEM) 얼음정수 냉장고를 출시했다. [사진= LG전자] |
구독은 소비자가 월 구독료를 내고 일정 기간 제품을 사용하는 서비스다. 제품 구매 시 초기 비용을 낮춰 최신 제품을 부담 없는 가격에 사용할 수 있다. 다양한 케어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가전제품 가격 상승, 지속가능한 소비에 대한 관심 등이 맞물리며 가전 구독 서비스는 새로운 유통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고객이 제품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마치 내 것처럼 최적의 상태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구독 사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 구독 시장에 눈을 돌린 배경에는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문턱을 낮추겠다는 전략이 자리한다. 대당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 가전의 경우 구독 방식을 통해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이면 소비자의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고, 이는 곧 매출 증대와 브랜드 충성도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가전 구독 서비스 'AI 구독 클럽'을 운영 중이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드레서 등 프리미엄 가전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이달 출시 예정인 가정용 AI 로봇 '볼리'도 구독 사업 대상에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셀프 관리 강화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스마트싱스' 앱 연동을 통해 사용자가 제품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스스로 유지·관리할 수 있는 자율성을 강조한다. 소비자가 원한다면 전문가 케어도 가능하다.
LG전자는 '업(UP) 가전' 전략을 기반으로 한 전문가 케어로 편의성을 극대화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케어솔루션'으로 가전 제품을 일정 기간 렌탈해주는 것이 대표적인 방식이다. 특히 단순 대여를 넘어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전문 케어매니저가 부품 교체, 위생 관리 등을 전담한다. LG전자는 이를 통해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전문가 관리'라는 가치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향후 가전 구독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구독 사업을 해외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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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모델이 초대형 프리미엄 TV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구독 기간을 모두 채운 제품들은 폐기되며 일부 소재만 재활용된다. 통상적으로 가전 시장에서 5년 이상 사용한 제품은 폐가전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구독 제품도 마찬가지다. 다만, 제품 반납 후 재구독 시 할인 혜택도 제공돼 소비자 입장에선 추가적인 이점이 있다.
시장 확대에 따른 과제도 함께 부상하고 있다. 구독자 이탈 관리가 대표적이다. 월 구독료를 내는 소비자들이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면 쉽게 이탈할 수 있고, 재구독률이 낮아지면 장기적인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삼성과 LG 모두 서비스 품질 관리, 고객 맞춤형 혜택 강화, 구독자 전용 이벤트 등 다양한 고객 유지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제품 회수와 재구독 구조 구축도 장기적인 사업 유지 측면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구독 기간이 끝난 제품을 회수하고, 회수한 제품을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에 다시 사용할지에 따라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구독 제도가 유지되기 위해선 제품 회수 후 리퍼 과정으로 다시 사용하는 구조가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고 한다.
가전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에는 아직 폐가전을 재활용하거나 리퍼 제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며 "구독 서비스가 지속 가능한 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선 제품 회수 및 재가공 체계를 지금보다 세부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