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 석 규모의 경기장에 단 2만2137명만 입장
경기 시작 시각, 티켓 가격, 무더위 등등의 변수
[서울=뉴스핌] 남정훈 인턴기자 = 첼시가 클럽월드컵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지만, 경기장의 절반 넘게 비어 있는 관중석은 대회의 흥행에 우려를 더했다.
17일(한국시간) 미국 애틀랜타의 메르세데스 벤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첼시는 LAFC를 2-0으로 꺾고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는 7만 석 규모의 경기장에 단 2만2137명만 입장해, 5만 석이 넘는 자리가 텅 빈 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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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로이터=뉴스핌] 7만 석 규모의 메르세데스 벤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첼시 경기의 관중석이 텅텅 비어있다. = 2025.06.17 wcn05002@newspim.com |
영국 공영방송 BBC는 17일(한국시간) "FIFA가 야심 차게 추진한 새 클럽월드컵이 초반부터 흥행에 경고등이 켜졌다"라며 "관중석이 휑한 모습은 FIFA로선 난처한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비어 있는 관중석은 눈에 띄게 드러났다. 1층 하부 관중석조차 절반 이상이 비었고, 최상단 구역은 아예 개방하지도 않았다. 2층 일부 좌석만 간신히 관중이 채웠으며, 경기 시작 이후에도 온라인 판매가 계속될 정도로 표는 넉넉했다. BBC에 따르면 이 경기의 가장 싼 입장권은 우리 돈 6만8000원 수준이었지만 킥오프 이후 일부 관중은 경기 중에도 4만7900원에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심지어 대회 전에는 '1장 사면 4장 무료' 같은 학생 대상 할인 행사도 있었다.
경기 시작 시각 역시 흥행에 걸림돌이 됐다. 현지 시간 기준 월요일 오후 3시에 열린 이 경기는 직장인이나 학생 입장에서는 관람이 어려운 시간대였다. 이는 현지보다 영국 시청자 타깃에 맞춘 시간 설정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경기가 열린 애틀랜타는 LAFC의 연고지와 약 3200km나 떨어져 있어, 원정 팬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다. LAFC가 멕시코 레온을 대신해 급히 참가하게 된 사정도 지역 팬들의 관심을 끌기엔 부족했다.
티켓 가격 역시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다. 경기 직전 기준 최저가는 37파운드(약 6만8300원)로, 일부 지역 팬들에게는 부담이 됐을 수 있다. 현지 매체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의 더그 로버슨 기자는 "축구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팬들이 새 대회에 익숙하지 않고 내년 월드컵을 대비해 지출을 아끼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FIFA가 현지 홍보 없이 대회를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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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로이터=뉴스핌] 7만 석 규모의 메르세데스 벤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첼시 경기의 관중석에 팬들이 모였지만, 중간중간 빈 좌석이 있다. = 2025.06.17 wcn05002@newspim.com |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의 조너선 탄엔월드 기자는 "이번 대회는 로컬 조직위 없이 FIFA가 직접 주관하다 보니 지역사회와의 연결이 부족했다"라며 "사람들이 대회의 정체를 잘 모르니 표를 사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BBC의 축구 수석 기자 필 맥널티도 "이 대회는 이미 빡빡한 일정 속에 또 하나의 무리한 쇼케이스 대회로 끼워 넣은 결과"라며 "텅 빈 5만 석은 FIFA에게 뼈아픈 장면"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여기에 무더위도 변수로 떠올랐다. 맨체스터 시티의 미드필더 티자니 레인더르스는 ESPN과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맨시티는 위다드(모로코)와의 조별리그 G조 경기를 18일 정오에 앞두고 있으며, 이날 기온은 29도를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PSG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경기는 32도 속에서 진행됐다.
이번 대회는 FIFA가 야심 차게 확대 개편한 클럽월드컵의 첫 시즌으로, 미국에서 단독 개최되며 총 32개 팀이 참가하고 있다. 일부 경기는 성공적인 관중 동원을 보였다. 인터 마이애미와 알 아흘리의 경기엔 6만 명이, PSG와 아틀레티코의 경기에는 8만 명 넘는 관중이 몰렸다. 이른바 '스타 파워'와 '빅매치'에만 몰리는 쏠림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흥행 양극화는 FIFA가 추구한 대회의 양적 확대가 반드시 질적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팬 친화적이지 못한 일정, 비싼 티켓, 홍보 부족 등은 축구 열기와 별개로 관중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
wcn050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