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시설 타격하자 북핵에 눈길
한국군, 독자적 대북 타격 능력 갖춰
"핵 가진 북한과 개발 중 이란은 달라"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이 19일로 일주일째를 맞았다.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일정 사흘을 앞두고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전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촉발된 양측의 대치는 한치 앞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위기로 치닫는 양상이다.
특히 이스라엘이 13일 공습을 시작하면서 나탄즈와 이스파한 등지의 핵심 핵 시설을 때렸고, 핵 개발을 주도해온 과학자와 연구자를 제거하는 등 이란 핵 개발을 저지하는 쪽으로 공세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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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간 17일 이스라엘의 공습 후 이란 수도 테헤란 상공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2025.06.18 kongsikpark@newspim.com |
G7 정상회의 중 급거 워싱턴으로 귀환해 이번 사태를 대응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군사개입을 공언하고 있어 긴장을 더하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이런 트럼프의 언급에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결사항전을 밝히고 나선 때문이다.
이란 핵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현실화 하면서 한반도에서도 이런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번지고 있다.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영변 핵 단지를 비롯한 핵심 시설에 대한 타격이 실제 이뤄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대북정보 관계자와 전문가 그룹에서는 영변 공습과 같은 옵션은 북핵이나 한반도 위기 상황과 관련한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 연구기관 박사는 "이란 핵 시설에 대한 공격에서 알 수 있듯이 핵 비확산에 대한 우려와 대응은 이해 당사자인 이스라엘의 의지 못지않게 미국의 의사나 결단이 중요하다"며 "북핵이나 김정은의 언동이 한미가 정책적 결정을 하는 데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 핵이 투발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ISBM) 기술의 완성을 통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수준이 된다면 미국의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 정부가 북한 수뇌부와 핵 시설을 타격하겠다고 결단했다면 독자적인 능력으로 결행이 가능하다는 게 군 관계자의 귀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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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024년 9월 13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기지를 현지 지도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시찰한 내용과 사진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이스라엘의 경우 이란 핵 시설을 타격한 벙커버스터를 자체적으로 보유하지 않고 있어 미군이 보유한 GBU-57 등이 필요하다.
지하 100m까지 파고드는 이 폭탄은 무게가 3만 파운드(약 13.6t)에 이르기 때문에 B-2 스텔스 폭격기로만 운반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군의 경우 최대 사거리 5500km인 벙커버스터 현무-5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운용 중이다.
지난해 10월 국군의 날에 첫 공개된 현무-5는 탄두중량이 8~9t에 이르러 지하 깊숙한 곳을 파고들어 적 시설을 궤멸시킬 수 있는 가공할 위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는 김정은이 한국과 미국을 향해 핵 위협을 하는 것을 넘어 명백하고도 임박한 징후가 포착됐을 경우에 한정되는 상황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성훈(전 통일연구원장)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타격과 북핵 문제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며 "무엇보다 이란이 핵 개발을 위해 고농축우라늄(HEU) 확보를 위한 원심분리기 등 시설을 가동하는 수준인데 비해 북한은 이미 핵을 보유한 상황이 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미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을 주장하고 있는 북한을 미국이 쉽게 때리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전성훈 위원은 "핵을 가지기 전과 후는 너무나도 다르다"며 "핵무기 보유에 대해 우리는 너무 안이하고 낭만적으로 생각하고 '별 것 아니다'는 식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지만 국제사회의 현실은 냉혹하다"고 강조했다.
2년 전 탈북‧망명한 뒤 신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북한 고위급 출신 인사는 "북한 김정은과 핵심 간부들은 이란 핵 시설이 피격당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핵을 개발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굳힐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연합전력 운용이나 동맹관계 때문에 북한의 도발에 대한 응징 보복 차원의 공격도 여러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북핵 시설을 상대로 한국이 독자적인 군사조치를 취한 다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또 필요할 경우 전쟁까지 감수하면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을 응징하고 제거하는 데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이스라엘에 반해 한국의 경우 국민 지지를 얻는 것도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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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 뉴스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첫번째 북미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
북한의 보복 공격으로 인해 서울 한복판에 미사일이 떨어지고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벌어질 게 뻔하다는 것이다.
탈북 1호 박사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은 "김정은도 이런 한국 사회의 속성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에 연평도 포격 같은 도발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이라며 "북한의 경우 상당한 인명 피해를 입어도 꿈쩍 않을 수 있겠지만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런 제약 때문에 북핵의 경우 북미 간 협상을 통해 해법이 마련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김정은의 핵 능력 강화와 위협으로 한미와 갈등을 빚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2018년 싱가포르와 이듬해 하노이에서 김정은과 만난 트럼프는 북미 정상회담을 재개해 북핵 문제 해법을 도출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이 본격화 한다면 이미 개발한 핵에 대한 동결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한 감독 등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북핵을 사실상 인정하는 쪽으로 의기투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의 핵개발에 대해 날을 세우는 트럼프가 북한 김정과는 브로맨스를 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의 핵 시설 공습과 같은 사태는 한반도에서 현실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