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시즌 주축 선수 이탈로 전력 하락···외국인 용병의 부진
이번 시즌 팀 최다 10연패와 5월 월간 22패로 불명예 신기록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승리한다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KBO리그 사상 전무후무한 '100패'라는 기록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키움의 이야기다.
키움은 지난 25일 고척 KIA와의 경기에서 3-6으로 패배했다. 이로써 시즌 전적은 78경기 22승 2무 58패. 리그 144경기로 환산했을 때 정확히 100패를 기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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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의 포수 김건희. [사진 = 키움] |
승률은 0.289로, 3할도 채 되지 않는다. 역대 KBO에서 시즌을 3할 이하의 승률로 마친 사례는 단 4차례뿐이다.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0.188), 1986년 빙그레 이글스(0.290), 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0.224), 2002년 롯데 자이언츠(0.265) 이후로는 없었다.
3년 전인 2022시즌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갔던 키움은 어쩌다 3년 연속 최하위로 전락했을까. 가장 큰 원인은 주축 선수들의 대거 이탈이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박병호(kt, 현 삼성)-김하성(샌디에이고, 현 탬파베이)-서건창(LG, 현 KIA) 등 팀의 중심을 이루던 선수들이 미국 진출과 타 구단 이적으로 줄줄이 떠났다. 그 공백은 끝내 메워지지 않았고, 키움은 전력 약화를 피할 수 없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이별은 이어졌다. 지난겨울 팀의 핵심 야수였던 김혜성(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불펜 투수 조상우는 KIA로 이적했다. 지난해 도합 23승으로 마운드를 든든히 지켰던 외국인 원투펀치 아리엘 후라도(삼성)와 에마누엘 헤이수스(kt)도 팀을 떠났다. 토종 에이스인 안우진도 2023년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해 올해 9월 제대 예정으로 전력의 기반이었던 투수진은 뿌리부터 흔들렸다. 타선도 마찬가지였다. 송성문-이주형-최주환을 제외하곤 리그 수위권 타자가 전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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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키움의 선발 투수 라클란 웰스가 25일 고척 KIA전에서 3이닝 1실점을 기록한 뒤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사진 = 키움] 2025.06.25 wcn05002@newspim.com |
지금의 키움은 투타에서 모두 최하위권이다. 팀 타율은 0.232, 선발 평균자책점 5.02, 불펜 평균자책점은 무려 6.42로 모든 부문에서 최하위다. 선발진은 하영민 외에는 믿을 카드가 없고, 필승조 역시 주승우를 제외하면 공백투성이다.
타선도 마찬가지다.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 중 타율 0.250을 넘는 선수는 송성문(0.271), 최주환(0.266) 단 두 명뿐이다. 득점력은 낮고, 실점은 많으니 당연히 패배가 쌓인다.
외국인 용병 전략도 실패했다. 키움은 시즌 전 타 팀과는 달리 부족한 공격력을 채우기 위해 외국인 타자 2명+투수 1명 체제를 선택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실패했다.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와 루벤 카디네스는 각각 0.212, 0.238의 타율을 기록했다. 푸이그는 부진과 부상으로 이미 방출됐고, 카디네스 역시 부상으로 이탈 중이다. 유일하게 활약했던 외국인 투수 케니 로젠버그도 고관절 통증으로 이탈하면서, 외국인 전력도 사실상 붕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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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뉴스핌] 키움의 선발 투수 케니 로젠버그가 6일 고척 LG전에서 5이닝 1실점을 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사진 = 키움] = 2025.06.06 wcn05002@newspim.com |
이렇든 모든 악재들이 키움에 쏠리며 이번 시즌 키움은 팀 역사에 남을 불명예 기록들을 작성해 나가고 있다. 이미 지난 5월 30일 리그 10연패에 빠지며, 키움이 2008년 '우리 히어로즈'로 KBO리그에 참가한 이래 팀 최다 연패 신기록을 달성했다.
또 5월 한 달간 26경기에서 22패(3승 1무)를 당해 종전 기록인 20패를 훌쩍 넘었다. 5월 승률은 0.120에 불과하다.
지난 두 시즌 연속 꼴찌였지만 그래도 승률은 4할대였다. 그러나 올 시즌은 3할 승률조차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팀들 사이에서는 "키움에게 지면 순위 싸움에서 밀린다"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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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문. [사진=키움] |
키움은 '미래를 위한 재건 과정'이라고 말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현재의 선수들이 받는 고통은 심각하다. 아직 준비되지 않은 어린 선수들이 1군 무대에 올라왔다가 패배를 반복해 경험보단 좌절만 안고 2군으로 내려가는 일이 반복된다.
그럼에도 키움에게 아직 희망은 있다. 푸이그를 방출한 뒤 데려온 라울 알칸타라가 4경기 평균자책점 3.75로 가능성을 보여줬고, 로젠버그의 일시 대체 외국인 투수인 라클란 웰스도 지난 25일 첫 등판해 3이닝 4삼진 1실점으로 새로운 에이스의 등장을 알렸다.
타선에서도 반등 조짐이 있다. 최근 일주일 팀 타율은 0.254로 8위까지 올라왔고, 주성원(10타수 4안타), 임지열(19타수 7안타), 어준서(14타수 5안타)와 같은 백업 자원들이 인상적인 타격을 펼치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프로야구 사상 첫 100패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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