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8일 150여명 규모로 출범 후 201일간 수사
현직 경찰청장·대통령 체포 및 비화폰 서버 확보 등 '성과'
수사기관 간 수사권 다툼 및 대통령실 압수수색 난항
수사권 조정 보완 필요 목소리도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지난해 12월부터 내란 수사를 맡아온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26일 내란 특검에 사건 기록을 인계하고 수사관을 파견하면서 사실상 해체됐다.
현직 경찰청장 구속과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 비화폰 서버 확보 등으로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에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수사 초기 공수처, 검찰 등과 내란 혐의 수사권을 놓고 혼선이 빚어졌고, 대통령실과 안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난항을 겪기도 해 향후 조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이날 내란 특검에 사건 기록 인계를 마무리하고, 수사관 31명을 내란 특검에 파견했다.
이로써 경찰 특별수사단은 지난해 12월 8일 150여명 규모로 확대 격상해 편성된 뒤 201일간 수사를 마무리하게 됐다. 특별수사단은 경찰청 안보수사과, 중대범죄수사과, 서울청 광역수사단 수사관 등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 현직 경찰청장·대통령 체포 및 비화폰 서버 확보 '성과'
경찰청 출범과 수사권 조정 이후 처음 맡게 된 내란 수사인데다 경찰 지휘부가 연루돼 있어 우려도 컸지만 특별수사단은 수사 초반 속도전을 펼쳤다.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을 지난해 12월 11일 긴급체포하며 '셀프 수사' 우려를 지웠다. 대통령실과 경찰청,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두 사람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사전에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 체포 명단을 건네 받았고, 비상계엄 직후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통제해 국회의원들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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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경찰은 비상계엄을 모의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체포했고, 관련 내용이 기재된 '노상원 수첩'을 확보했다. 수첩에는 계엄 관련 내용이 많았으며 국회 봉쇄와 정치인, 언론인, 노조 관계자를 체포하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단어와 북한 공격 유도라는 단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내란 수괴' 혐의로 체포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 비록 1월 3일 첫 영장 집행은 실패했으나 비상계엄 선포 후 43일만인 같은달 15일 현직 대통령 신분인 윤 전 대통령을 체포했다.
지난달에는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비상계엄 사태 정황을 밝혀낼 수 있는 핵심 증거로 꼽히는 비화폰 서버와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 관련한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를 확보했다.
◆ 수사권 다툼·대통령실 압수수색 및 경호처 수사 '난항'
수사 과정에서 아쉬운 대목도 적지 않았다. 수사 초기 내란죄 수사 주체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경찰이 특별수사단을 출범한 시기에 검찰은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고위공직자 수사를 이유로 사건 이첩을 요구하는 등 주도권 싸움이 빚어지기도 했다.
경찰 특별수사단은 내란죄 수사 주체는 경찰임을 강조하면서 수사를 진행했다. 우종수 전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해 12월 9일 경찰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비상계엄 관련 수사를 둘러싼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가수사본부는 내란죄 수사 주체로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경찰은 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와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을 구성했다. 수사 기관 간 중복 수사로 인한 혼선과 비효율 문제 해소 기대도 있었으나 공소권, 영장신청, 법적 근거 등을 놓고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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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윤석열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06.23 photo@newspim.com |
공수처는 윤 전 대통령 1차 체포영장 집행 실패 후 영장 집행을 경찰에 일임하려다 경찰이 거부하면서 논란이 생기기도 했다.
경찰 특별수사단은 대통령실과 안전가옥(안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번번히 경호처의 저지로 무산되며 수사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11일 대통령실, 27일과 1월 20일에 안가를 압수수색하려 했으나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 등을 근거로 보안상의 이유를 든 경호처가 저지하면서 무산됐다. 하지만 4월 16일 대통령실과 공관촌에 대한 압수수색 시도가 저지된 이후에는 경호처와 협의를 통해 비화폰 서버를 확보했다.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경호처 지휘부에 대한 신병확보도 번번히 가로막혔다.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에 대해서는 경찰이 세 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검찰에서 반려했다. 경찰은 서울고검에 영장 심의신청까지 간 끝에 검찰로부터 영장을 청구받았으나 끝내 법원에서 기각됐다.
◆ "수사권 조정 정리 필요"...영장청구권 독점 보완 목소리도
전문가들은 경찰 특별수사단이 수사에 있어 대체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다만 수사 초기 수사기관 간 갈등을 야기한 수사권에 대해서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내란 수사에서 경찰, 검찰, 공수처가 모두 뛰어드는 상황이 빚어진 건 수사권 조정이 명확히 이뤄지지 못했음을 보여준다"며 "향후에 수사기관 간 수사권에 대해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수사권 조정 이후 제도 안정성이 확립되지 못하고, 법 자체가 모호하다보니 수사 관할을 놓고 혼선을 빚은 부분이 있었다"며 "협의를 통해 해소하고, 더 나아가 전문가들과 아이디어 도출을 통해 합리적 제도로 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 등으로 수사에서 속도를 내지 못한 점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특별수사단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최선을 다해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검찰이 영장청구권을 독점하다보니 경찰이 경호처 수사 등에서 진척을 보이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