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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 작품을 밟고 다닌다고? "회화 순수성에 의문 제기"

기사입력 : 2025년07월31일 15:56

최종수정 : 2025년07월31일 15:56

'대형 추상회화가' 마크 브래드포드, 韓서 아시아 최대 규모 개인전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대형 추상회화가인 마크 브래드포드의 국내 첫 개인전이 아시아 최대 규모로 열린다.

31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는 마크 브래드포드의 국내 첫 대규모 회고전 '킵 워킹(Keep Walking)'이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국내 첫 개인전이자, 아시아 최대 규모로 선보이는 것으로 작가의 20여 년 작업 세계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신인 마크 브래드포드는 어머니의 미용실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며 다양한 삶의 모습을 접했고, 30대에 뒤늦게 캘리포니아 예술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미국관 대표 작가로 선정됐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떠오르다' 위를 직접 거닐고 있는 마크 브래드포드 작가. 2025.07.31 alice09@newspim.com

이번 '킵 워킹'에는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공간에 맞춰 특별히 제작된 신작 시리즈 '폭풍이 몰려온다(Here Comes the Hurricane)'를 비롯해 회화, 영상, 설치 작업 등 40여 점이 소개된다. 대표작으로는 초기 회화작 '파랑(Blue)', 마릴린 먼로가 출연한 1953년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나이아가라(Niagara)', 관람객이 직접 작품 위를 거닐 수 있도록 제작된 '떠오르다(Float)' 등이 있다.

이날 마크 브래드포드 작가는 "이 자리에 와주셔서 감사하다.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며 인사말을 건넸다. 이어 "한국에서 첫 개인전이라 신난다. 많은 분들이 호기심을 가져주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 한국이 저에겐 낯설지 않다. 로스앤젤레스의 한인타운에 살고 있어서 한국사람들의 얼굴이 낯설지 않고, 마주할 때마다 아는 사람을 마주하는 느낌이 있다"고 밝혔다.

작가는 거리에서 수집한 전단지, 신문지 등 도시의 부산물을 겹겹이 쌓고, 긁어내고, 찢어내는 방식의 대형 추상회화를 통해 인종과 계층, 도시 공간과 같은 여러 소재를 다뤄 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러한 부분을 '킵 워킹'이라는 주제에 담았다.

그는 "회화와 그것을 지지하는 캔버스은 그것을 이루는 뼈대와 같다. 또 미술사라는 틀이 존재하는데 저에게 있어서 '걷기'라는 것은 하나의 메타포로서 어떻게 보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인내와 같은 걸로 여겨진다. 비유적으로 관람자들 역시 작품을 보면서 계속 움직여주길 바랐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우리 모두가 일종의 몸 안에 갇혀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몸이라는 것을 어떻게 헤쳐나가는 것인가도 말하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마크 브래드포드의 대표작 '떠오르다' 전시 전경. 2025.07.31 alice09@newspim.com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바로 '떠오르다'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벽에 걸려 있는 회화가 아닌, 이를 바닥으로 옮겨 관람객들이 직접 작품 위를 오갈 수 있다. 이는 작가가 작품으로 주로 이야기해온 '미국 흑인들의 대이주' 역사와 연결돼 있기도 하다. 또 관객이 작품의 일부가 돼 역사의 당사자가 되는 의미가 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저는 무엇이 회화를 이루는지에 대해 질문을 한다. 회화의 순수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자 했다. 캔버스 틀을 제거하고 관객들이 그림 안으로 걸어 들어가게 함으로써 이 질문을 던지는 것이고, 그것은 정치적 행위가 맞다"고 답했다.

마크 브래드포드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상의 소재를 통합해 대규모 추상화로 만든다. 그리고 거기에는 계층화, 사회적, 인종적, 정치적 문제를 담아낸다. 그는 자신의 작업 과정에 대해 "만약 이 공간에 있는 모든 분들을 제 작업실로 옮긴다면, 지금 보는 풍경과 전혀 다른 무언가가 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작가는 "세상에 존재하는 것을 제 스튜디오로 가지고 들어가서 문을 걸어잠그고 미술사와 한바탕 싸우면서 작업하고, 작업이 끝나면 처음과 전혀 다른 것이 나오는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재료가 주는 기억이 담긴 추상화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작품을 소개 중인 마크 브래드포드 작가. 2025.07.31 alice09@newspim.com

마크 브래드포드 작가는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전시를 위해 공간에 맞춰 특별히 제작한 신작 시리즈 '폭풍이 몰려온다'를 선보인다. 그는 신작에 대해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담아낸 것은 아니다"라며 "제가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역사를 겹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작품을 봤을 때 이곳에서 무언가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저에게도 새로운 작업이었다. 조금 농담을 섞어 나라는 사람이 허리케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 세계적으로 서로에게서 멀어지고 있고, 국경을 경계로 문을 걸어잠그는 순간에 사람들에게서 멀어지는 게 아니라 작품을 통해 다가가고자 했다"고 답했다.

마크 브래드포드 작가는 "관람객들이 이번 전시를 볼 때 낯선 곳으로 들어가기 위해 재료에 새겨진 기억을 찾아보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재료가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하며 관람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라며 "완결된 것으로 보려고 하지 말고 이 개념이 무엇인가에 대해 호기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작품 속 소재인 간판, 희극 코미디, 일상의 익숙한 사물은 이 작품을 보러 온 모두의 주변에 있다"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윤지은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자리이며, 아시아 전시 중 최대 규모이다. 독일 베를린 함부르크반호프 미술관과의 순회 전시로 주요 회화 영상, 설치작업, 신작 시리즈까지 40여 점을 통해 작가의 지난 20여 년을 조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작품을 소개 중인 마크 브래드포드 작가. 2025.07.31 alice09@newspim.com

이어 "첫 전시실에서는 '떠오르다'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이는 서두를 여는 작품으로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마주하는 대형 설치작업이다. 관람객은 벽에 걸린 회화를 접하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 깔린 회화를 거닐면서 공간이 하나의 회화적 캔버스로 탈바꿈 된 것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작가는 어머니의 미용실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며 다양한 삶의 모습을 접한 바 있다. 이러한 경험은 그의 대표작인 '엔드페이퍼'에 녹아 있다. 윤 큐레이터는 "두 번째 전시실에서는 대표연작인 '엔드페이퍼'를 만나볼 수 있다. 작가가 어린 시절 미용실에서 흔히 접했던 판화 이미지, 또 엔드페이퍼 재료를 활용한 작품을 전시한다"라며 "유년 시절 기역과 지역 커뮤니티의 문화적 자산을 회화에 녹여 지금까지 변화한 그의 작업 세계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전시해놨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 번째 전시실에서 작가는 자연 재해, 질병, 인종차별 등에 불가항력적인 상황 속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동을 기록하며 우주의 역사를 관통하는 시간을 제시한다. 전시실 중앙에는 여러 개의 지구 형태를 가진 조각 작품이 설치돼 있다. 각기 다른 크기의 행성은 우리는 같은 행성에 태어났더라도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마크 브래드포드의 여러 개의 지구 형태를 담아낸 '그는 잿더미의 왕이 되기 위해서라도 나라가 타오르는 것을 볼 것이다' 작품. 2025.07.31 alice09@newspim.com

마크 브래드포드 작가는 여러 개의 지구 형태 작품인 '그는 잿더미의 왕이 되기 위해서라도 나라가 타오르는 것을 볼 것이다'에 대해 "이 작업은 지금의 전 세계 상태, 씁쓸한 뒷맛을 주는 권력의 상태에 관한 작업"이라며 "불평등에 대한 작업이기도 하다. 같은 세계를 살아가고 있지만 지구의 크기가 서로 다른 것처럼 다른 세계를 사는 것처럼"이라고 부연했다.

윤 큐레이터는 "'기차시간표' 연작은 20세기 초 인종차별로 인한 흑인들의 대이주를 기차시간표 형식으로 빌려 회화로 표현했다. 다음 '폭풍이 몰려온다'는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신작"이라며 "네 개의 대전시실 주변으로 영상 작품이 함께 전시해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윤지은 큐레이터는 "예술이 사회와 맺는 관계를 되짚어보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라며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규모, 색과 질감을 살펴보면서 향후 작가의 작품 세계를 가늠해보시길바란다"고 전했다.

마크 브래드포드의 국내 첫 개인전이자 아시아 최대 규모 전시인 '킵 워킹'은 8월 1일부터 2025년 1월 25일까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진행된다.

alice0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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