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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이 기회다] '지역·환경·사람' 갖춰진 군산...청년이 세운 로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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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쇠락 도시에서 로컬 혁신의 무대로 재조명
제조·서비스 결합...술과 목욕·도자기 전통 재발견
청년이 이끄는 도시 변화..."개방성이 경쟁력 만든다"

◼ 로컬이 기회다 - 로컬올래 <전북 군산①>

현재 대한민국에서 지방 소멸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 지역 균형 발전, 지방 소멸 대응 기금, 지방 시대 등 소멸 위기 대응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왔지만, 지방 소멸은 오히려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뉴스핌은 지역의 특성에 가치를 더해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에 주목한다. 로컬크리에이터는 전국 곳곳에서 경제적 활성화와 새로운 생활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청년에게는 새로운 기회와 성장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로컬 전문가'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가 함께하고 있는 뉴스핌의 <로컬이 기회다 - 로컬올래> 시리즈는 한 사람에서 마을 공동체, 지역 공동체로 확산되면서 지역의 활력을 이끌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의 도전과 성장기를 담아낸다. 바로 지역의 가치와 사람, 혁신과 창조의 이야기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따져본다. 현장과 학계, 로컬 전문가 등의 제언을 들어 로컬 상생의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한다. 또한 미국 포틀랜드, 프랑스 리옹 등 해외 로컬크리에이터 선진지의 현실과 전략, 미래 비전을 조명해 지속 가능한 로컬 생태계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군산=뉴스핌] 오종원 기자 = 전북 군산은 오랫동안 '쇠퇴 지역의 상징'으로 불려왔다. 일제강점기에는 쌀 수탈의 거점 항구였고 해방 이후에는 조선업과 자동차산업이 도시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으나 글로벌 산업 재편과 구조조정의 파고를 넘지 못하면서 대기업이 잇따라 철수했고, 수천 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인구는 줄고 골목은 텅 비었으며 한때 '문화·산업도시'의 자부심으로 가득했던 항구 도시는 침체의 그림자를 깊게 드리웠다.

하지만 군산은 무너진 문화·산업 유산만 남겨둔 채 주저앉지는 않았다. 쇠락한 항만, 근대·일본식 건축물, 폐허로 남은 공장은 문화 공간과 창업 거점으로 탈바꿈하며 청년 창업가들의 무대가 됐다. 낡았던 도시 풍경 속에서 새로운 실험이 차곡차곡 쌓이며, 군산은 이제 '쇠퇴의 도시'에서 '로컬 혁신의 실험장'으로 재인식되고 있다.

[군산=뉴스핌] 오종원 기자 = 동백대교가 한 눈에 들어오는 군산내항 전경. 2025.08.17 jongwon3454@newspim.com

이러한 변화의 동력은 '지역·환경·사람'이라는 세 가지 축에서 나온다. 지역이 가진 역사와 장소성, 자연환경이 주는 독특한 정체성 그리고 이를 다시 해석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맞물리면서 군산의 미래를 열고 있다. 특히 청년 창업가와 문화 기획자들이 주축이 되어 '군산만의 색깔'을 되찾고 확장하는 흐름은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뉴스핌>은 지난 8월초 로컬 전문가인 성신여대 채지민 교수와 2025년 로컬브랜드 창출팀(전남 나주시)으로 선정된 ㈜컬쳐네트워크 윤현석 대표와 함께 전북 군산 현장을 찾았다. 쇠퇴와 변화의 경계선에 선 이 도시가 어떻게 '로컬 생태계'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가고 있는 지 흑화양조와 모락, 카페 룩투, 청년뜰 등 현장을 탐방하며 로컬상생의 길을 물었다.

◆ 술과 목욕이 만드는 '군산 로컬'의 맥락...흑화양조·모락

군산의 오래된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한쪽에는 은은한 막걸리 향이, 다른 쪽에는 따뜻한 물에서 피어오르는 증기가 맞아준다. 술과 목욕, 얼핏 어울리지 않는 두 콘텐츠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공간은 바로 조권능 대표가 운영하는 흑화양조와 모락이다.

[군산=뉴스핌] 오종원 기자 = 조권능 흑화양조 대표가 대표 상품인 '군주'를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5.08.17 jongwon3454@newspim.com

조 대표는 군산 토박이다. 청년 시절 잠시 서울에서 생활했지만, 결국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는 "지역을 바꾸지 못하면서 다른 도시를 바꾸려는 건 모순"이라며 군산에 대한 애증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 애증은 '지역 생산기지'라는 철학으로 응축됐다. 로컬은 단순히 색깔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내는 생산의 현장이라는 게 그의 정의다.

흑화양조는 그 철학의 시작점이었다. 작은 양조장에서 만든 막걸리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군산이라는 도시의 이야기를 담았다. 양조장은 지역 주민과 관광객을 잇는 거점이자 협업의 장이 됐다. 조 대표는 말랭이마을 할머니들과 함께 양조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고, 파전과 홍어무침을 곁들인 판매로 시너지를 냈다. 이 '주민 참여형 관광 콘텐츠'는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지역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일자리와 자부심을 선물했다.

이후 그는 '술을 마시는 경험'을 확장하고자 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모락이다. 전통 대중목욕탕의 틀을 벗고 코로나 이후 비대면·프라이빗 트렌드에 맞춘 목욕 공간이다. 술 테마를 입힌 모락은 '모루수'를 활용해 탕 안에서 힐링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여행객들은 군산을 걷다 지친 발걸음을 이곳에 들여, 온천 같은 물에 몸을 담그고 흑화양조의 술을 곁들인다.

조 대표는 이를 '술이 있는 마을'이라는 큰 그림 속 한 조각이라고 말한다. "지역에 다양한 경험과 공간이 생기면 그 맥락 속에서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그의 비전은 단순히 흑화양조와 모락의 성공에 그치지 않는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결합해 지역이 외부 대기업 의존 없이도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수도권은 기회가 많지만, 경쟁도 치열하다. 로컬은 그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그의 말은 단순한 이상론이 아니다. 술과 목욕이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군산에서 이미 그 가능성이 증명되고 있다.

[군산=뉴스핌] 오종원 기자 = 프라이빗 목욕탕 모락 입구에는 '시간이 잠시 멈춘 술과 물의 공간'이라는 글귀가 적혀져 있다. 2025.08.17 jongwon3454@newspim.com

◆ 군산의 로컬 생태계...그 가능성과 한계

군산은 근대 유산과 바닷길, 그리고 독특한 골목 문화를 품고 있지만, 산업 구조의 급격한 변화라는 시련을 겪어왔다.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의 쇠퇴로 인구 유출이 이어졌고 새만금 개발이라는 거대 프로젝트도 지역의 산업 기반을 단단히 지켜주진 못했다.

조권능 대표는 이러한 변화를 "외부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가 가진 필연적 한계"로 본다. 인건비와 산업 트렌드에 따라 기업은 떠나지만, 지역은 남아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향토 산업'을 중심으로 한 자생 모델을 강조한다. 외부 자본이 아닌, 지역 주민과 청년이 직접 만들어내고 가공하며 시장을 키우는 방식이다.

[군산=뉴스핌] 오종원 기자 = 조권능 대표가 운영하는 흑화양조장 전경. 2025.08.17 jongwon3454@newspim.com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제조와 서비스의 결합이다. 단순 판매로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 제조 과정 자체를 콘텐츠화해 관광·체험과 연결시키면, 수익이 지역 안에 머무르고 재투자된다. 흑화양조와 모락이 바로 그 실험의 사례다. 제조(양조)와 서비스(목욕·체험)가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가능성만큼 한계도 명확하다. 조 대표는 "로컬 생태계는 소비 속도가 빠르고, 구조 자체가 소모되기 쉽다"고 지적한다. 제조 기반이 약하면 콘텐츠는 금세 소멸하거나 모방된다. 이를 막기 위해선 품질과 차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장기 전략과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 특히, 청년층이 지역에 남아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는 청년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했다. "로컬은 기획의 장이다. 수도권은 기회가 많지만 경쟁도 치열하다. 로컬은 오히려 이상을 실현할 여지가 많다. 여기를 기회의 땅으로 생각해도 좋다."

군산의 로컬 생태계는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그러나 흑화양조와 모락에서 시작된 실험이 지역 제조와 서비스 융합의 성공 사례로 자리 잡는다면, 이 도시는 '떠나는 곳'에서 '머무는 곳'으로 변모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 도자기 굽는 손...군산 로컬 문화를 빚다

군산 구도심에 자리한 카페 '룩투(LOOKTOO)'는 단순히 음료를 즐기는 공간을 넘어 청년 창업과 문화 교류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예가 출신 박미선 대표가 운영하는 이 공간은 도자기와 커피, 체험과 일상을 결합해 지역민과 방문객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성장했다.

[군산=뉴스핌] 오종원 기자 = 박미선 대표가 운영하는 카페 '룩투'에서는 커피, 빵은 물론 직접 구운 도자기와 피자까지 경험할 수 있다. 2025.08.17 jongwon3454@newspim.com

박 대표가 군산에 터를 잡은 건 대학 시절 도예 전공 때문이다. 처음엔 학업을 위해 머물렀지만 "군산은 시골도 도시도 아닌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며 정착을 결심했다. 문화생활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던 도시가 외부인의 눈에는 오히려 빈티지한 매력으로 다가왔고, 그 경험이 창업의 동기가 됐다.

'도자기 한 점이 나오기까지는 17번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한 박 대표는 그 과정을 알리고 싶어 카페를 시작했다. 룩투에서는 직접 만든 도자기를 전시·판매하는 것은 물론, 도자기 굽기와 피자 만들기 체험을 함께 제공한다. 그는 이를 "아침에는 피자를 굽고 밤에는 도자기를 굽는 공간"이라고 소개하며, 체험을 통해 지역 문화를 자연스럽게 공유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룩투'의 이름에는 스누피 만화 속 대사인 '오늘을 살고 내일을 기대하다'라는 철학이 담겼다. 박 대표는 "저는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며 "군산과 타지, 세대와 세대를 잇는 연결의 매개체로 공간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로컬크리에이터'라는 호칭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원래부터 있던 단어가 아니기에 바뀔 수도 있다"면서도, "예전 마을 이장이 마을을 챙겼다면, 지금은 지역을 사랑하고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리더가 로컬크리에이터라고 본다"고 했다. 실제로 구도심 아이들을 위한 미술대회, 청년 예술인의 전시 기회를 마련해주는 등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이어오며 '로컬 리더' 역할을 실천해왔다.

청년 창업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박 대표는 짧게 답했다.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다. 주변 청년들을 보면 토박이일수록 이곳의 매력을 잊고 서울로만 향하는데, 정작 군산의 가능성은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실천으로 옮길 때 진짜 기회가 열린다."

◆ 청년이 만들어가는 도시, 군산...데이터와 현장에서 답을 찾다

지난 2018년 군산에 전국 최초로 청년+창업 복합센터인 '군산 청년뜰'이 문을 열었다. 이곳은 청년과 창업 지원 기능을 한 공간에 담으며 두 축을 전문화해 따로 운영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원팀으로 움직인다. 군산시 청년뜰 김진아 팀장은 이곳을 '지역 자원과 정책을 잇는 중간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군산=뉴스핌] 오종원 기자 = 청년뜰 김진아 청년지원사업부 팀장이 청년뜰 마스코트 뜨리, 고미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5.08.17 jongwon3454@newspim.com

군산 청년뜰이 3년 연속 '지역특화 청년사업'에 선정된 배경에는 데이터 기반 정책 설계가 있다. 특히 센터는 매년 1000명 규모의 군산 청년 실태조사를 직접 진행한다. 주거·창업·교육·문화여가 등 전 분야의 욕구를 조사하고, 통계청·지자체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한다.

그 결과 청년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일자리'보다 문화·여가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었다. 김 팀장은 "급여에 치중하기 보단 지역에서 여유를 느끼고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삶을 원하는 청년이 많아, 이 수요를 기반으로 사업을 기획했고, 그게 차별성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청년뜰은 지역 자원을 창업 아이템으로 연결하는 데 힘쓴다. 도소매·관광·식음료 분야 창업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팝업부스 운영, 백화점 협업, 박람회 참가 등 판로 개척 지원도 빼놓지 않는다.

흥미로운 건 군산 창업 생태계가 외부 청년 유입에도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김 팀장은 "군산 출신이 아닌데 여행을 왔다가 로컬 크리에이터 활동과 매력적인 상점에 반해 이주한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서울 토박이 인턴이 군산을 선택해 정착한 경우도 있었다.

정착 과정에서 지역 커뮤니티와의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한다. 청년뜰은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 주거 지원, 창업 기획자 발굴 등을 통해 관계망을 넓히고 있다.

군산뜰이 그리는 지역의 미래는 '청년이 원하는 도시'보다 '청년이 만들어가는 도시'다. 군산의 청년 인구는 줄고 있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공공은 지원자가 아니라 기획자이자 플랫폼으로, 청년은 수동적 수혜자가 아니라 지역의 동력으로 자리 잡는 중이다.

◆ '레트로 감성' 살린 영화타운...시간의 흔적 위에 피어나는 새로운 이야기

군산 중심가 한켠에 자리한 영화타운 거리는 한때 전국에서 손꼽히는 번화가였다. 1970~80년대, 이곳에는 군산 시민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사람들도 발길을 모았다. 최신 상영관과 화려한 간판,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던 식당과 주점들이 줄지어 있었다. 주말이면 가족 단위 관객과 연인들이 북적였고, 상영관 앞 포스터 속 배우들은 당대 문화의 아이콘이 됐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은 거리의 표정을 바꿔놓았다. 대형 멀티플렉스가 도심 외곽에 들어서고, 상권 중심지가 이동하면서 영화타운의 불빛은 하나둘 꺼졌다. 간판의 페인트는 벗겨졌고, 극장이 있던 자리엔 오래된 셔터만 내려져 있었다. 수십 년간 문화의 중심이었던 거리는 어느새 발길 뜸한 골목으로 변해갔다.

[군산=뉴스핌] 오종원 기자 = 영화타운 2번 출입구 앞에서 채지민(왼쪽부터) 교수, 윤현석 대표, 조권능 대표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5.08.17 jongwon3454@newspim.com

하지만 최근 영화타운은 새로운 숨결을 맞이하고 있다. 낡은 건물 외벽에는 색이 입혀지고, 비어 있던 공간들은 카페·공방·갤러리 등으로 채워졌다. 이곳은 단순한 상권 재생이 아닌 '기억을 기반으로 한 로컬 리뉴얼'이라는 새로운 풍경으로 연출되고 있다.

이 거리를 안내한 조권능 대표는 "여기 오래 사신 분들도 그렇고, 새로 들어온 상인들도 다들 거리의 역사에 애정을 갖고 있다, 단순히 상업 공간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시절 영화타운의 정서를 현대적으로 풀어내고 있다"고 짚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외형만의 복원이 아니다. 곳곳에서 열리는 플리마켓, 거리 공연, 독립영화 상영 등은 군산 청년들과 외부 창작자들이 어우러진 결과다. 특히 주말이면 젊은 층이 찾아와 오래된 간판과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인근 로컬 숍을 탐방한다. 낡은 거리의 시간은 이제 '레트로 감성'이라는 새로운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

◆ "군산은 텃세가 없는 도시예요"...청년들이 머무는 이유

군산 현장은 단순히 '청년 창업 지원'에 머무르지 않았다. 지역 자원과 문화, 그리고 사람을 연결하면서 새로운 청년 도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조권능 대표는 군산이 다른 지역과 다른 점을 꼽았다. 로컬크리에이터의 거점이 된 주요 이유로 외지인에 대한 큰 관심도, 배척도 없다는 점이다.

그는 이러한 개방성이 군산에 젊은 창작자들이 꾸준히 유입되는 주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군산 곳곳에서는 외부에서 이주한 청년들이 로컬 숍과 창작 공간을 열고, 지역 자원과 결합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군산 토박이와 외지 청년이 함께 어울리며 만들어내는 문화는 이 도시의 재생 속도가 빠른 배경이기도 하다.

조 대표는 "사람이 바뀌면 거리도 변한다. 영화타운이 다시 살아나는 건 건물만 고쳐서가 아니라, 여기에서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군산=뉴스핌] 오종원 기자 = 군산만의 독창적인 세신공간 '모락'에서 윤현석(왼쪽부터) 대표, 채지민 교수, 조권능 대표가 함께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8.17 jongwon3454@newspim.com

로컬 전문가인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는 군산 로컬 생태계에 대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청년 창작자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구조가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흑화양조, 카페 룩투, 청년뜰, 영화타운 등 공간은 단절된 개별사업이 아닌 느슨하게 연결되며, 잠재적으로 장기적 생태계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요소들"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청년에게 군산이 머물고 싶은 도시가 되려면 주거, 창업, 문화 인프라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제언하며 지속 가능한 도시 전략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컬쳐네트워크 윤현석 대표는 "군산이라는 도시는 '텃세 없는 지역 문화'를 기반으로 외지 청년들도 쉽게 아이디어를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특히 "흑화양조와 모락이라는 공간이 지역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은 이유는 도시, 청년, 기관 유기적 연결 덕분"이라며 이러한 생태계 방식이 타 지역에서도 참고할 만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지역의 텃세 없는 분위기, 다양한 자원을 활용한 창업 기회, 그리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청년들의 열정이 어우러진 군산. 영화타운의 옛 간판처럼 빛바랜 흔적도 남아 있지만 그 위에 새로 덧칠되는 청년들의 실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군산은 여전히 인구 유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흑화양조, 카페 룩투, 청년뜰, 영화타운에 이르기까지 청년이 만든 작은 불씨들이 도시 전역으로 번져가고 있다. 군산은 더 이상 쇠퇴의 도시가 아닌 다양한 로컬크리에이터들과 함께 도시의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

jongwon3454@newspim.com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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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경제 숨통 '호르무즈 10km'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호르무즈 해협 10km 남짓의 수로가 지구촌 경제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직접 충돌 이후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을 불태운다는 협박을 거듭하는 상황. 160km 길이와 폭 30~50km의 호르무즈 해협에서 실제 항로는 10km 가량이지만 전세계 에너지 거래의 심장부다.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와 CMA CGM 등 주요 컨테이너 선사와 탱커, 트레이딩 하우스들은 호르무즈 통항을 전면 중단한 채 우회 또는 대기 중이다. 유럽과 중국 쪽 해운 데이터에서도 3월2일(현지시각) 기준 상업 유조선 통과가 사실상 0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된다. 사실상 민간 선박의 통행이 중단되면서 충격파가 지구촌 에너지와 물류 시스템에서 물가, 통화정책, 실물경제까지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진다. 일부 투자은행(IB)은 물가 급등과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경고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호르무즈의 좁은 심해 수로를 통과하는 원유는 교역량의 4분의 1 이상이다. 액화천연가스(LNG) 물량도 전세계 해상 거래의 20%에 이른다. AI 도구를 이용해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분석을 재가공해 보면, 호르무즈를 지나는 원유와 LNG의 80% 이상이 중국과 인도, 일본, 한국 등 네 개 국가로 전달된다. 에너지 흐름은 이미 급제동이 걸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과 민간 데이터 업체 Kpler의 통계에 따르면 호르무즈를 거쳐 나가던 중동산 원유 가운데 상당 부분이 선적항에서부터 출항이 보류되거나 해협 인근에서 정박하는 실정이다. 호르무즈 해협과 중동 지역 [사진=미국 에너지부, 블룸버그] 걸프 산유국들은 수출항에서의 선적 일정을 조정하고 일부 물량을 내륙 파이프라인을 통해 홍해 또는 지중해 쪽으로 우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호르무즈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미 아시아 LNG 현물 가격을 나타내는 JKM 지수는 3월2일 15.068달러/MMBtu까지 상승하며 2025년 2월13일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국제 유가도 이번 사태 직전보다 20~30% 가량 뛴 상태다. 주요 투자은행(IB)은 단기적으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 선을 중심으로 변동할 것으로 보되, 호르무즈 봉쇄가 길어질 경우 120달러 선까지도 상단이 열려 있다고 경고한다. 단순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아니라 물리적 공급 차질에 따른 구조적 유가 상승이라는 설명이다. 중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 미국의 셰일 생산 여력, OPEC(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의 증산 여지를 감안한 다수의 시나리오에서도 호르무즈 봉쇄로 인해 당장 하루 2000만 배럴에 달하는 물량이 제때 시장에 도달하지 못하면 과거 걸프전 당시와 유사한 수준의 가격 충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조선과 LNG선, 컨테이너선이 호르무즈와 인근 해역을 기피하거나 우회하면서 해상 운임과 보험료가 동시에 치솟는 모양새다. 한 LNG 트레이딩 업체는 중동 항로의 워 리스크(war risk) 보험료가 화물 가치의 15~25%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전했고, 이로 인해 일부 선사는 차라리 선박을 놀리거나 다른 노선으로 돌리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글로벌 선사들이 호르무즈와 페르시아만 항로를 피하기 위해 선박을 재배치하면서 해상운임과 보험료가 동시에 상승하고, 일부 화주들은 아예 신규 예약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운임과 보험 쇼크는 곧바로 에너지 수입 가격과 전력 요금, 나아가 광범위한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유사와 발전사, 석유화학 기업의 원가가 이중으로 압박받게 되고, 여기에 컨테이너선과 벌크선까지 위험 해역을 피해 돌아가기 시작하면 중간재와 원자재, 곡물과 사료까지 운송 시간이 늘어나고 비용이 오른다.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가 장기화되면 글로벌 공급망은 또 한 번 구조적인 병목을 겪을 전망이다. 가뜩이나 끈적끈적한 물가가 재차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호르무즈 봉쇄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미국과 유로존, 아시아 등 주요 수입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수개월간 0.5~1.0%포인트의 상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여러 연구기관에서 제시된다.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고 상황이 장기화되는 경우에는 특히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신흥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 물가와 성장률이 동시에 악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다. AI 도구로 세계은행과 IMF, 민간 리서치기관의 모델을 종합하면 유가가 10달러 상승할 때마다 글로벌 경제 성장률은 0.1~0.2%포인트씩 떨어지고, 에너지 수입국의 경상수지와 재정 부담이 눈에 띄게 악화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유가 150달러 시나리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는 일부 취약 신흥국에서 통화 가치 급락과 경상수지 위기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결과도 제시됐다. 지금과 같이 전쟁과 제재, 수송 차질이 겹친 상황에서는 단순히 유가 상승분만이 아니라 LNG와 전력요금, 곡물과 비료, 운임비까지 연쇄적으로 튀어오를 수 있어 기존의 "유가 파급계수"보다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 AI 기반 시뮬레이션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아시아 제조 강국들의 심장부를 이루는 반도체와 석유화학, 철강, 조선, 자동차 산업이 동시에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정유사와 발전사는 더 높은 가격에 원유와 LNG를 조달해야 하고, 이는 곧 전기 요금과 산업용 연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석유 화학과 철강, 시멘트 등 에너지 소비가 높은 업종은 원재료와 연료 비용 상승과 동시에 해상 운임 상승까지 감내해야 한다. 자동차와 조선, 전자업체들은 중간재와 부품 공급 지연, 운송비 상승, 해외 수요 위축이라는 삼중고를 마주할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10km 바닷길이 막히면서 에너지 공급과 해상 운임, 보험료와 전력 요금, 나아가 세계 각국의 물가와 성장률까지 동시에 흔들리는 '복합 쇼크'가 현실화되는 시나리오를 경고한다. shhwang@newspim.com 2026-03-0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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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만 울린 '왕사남 강가 포스터'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6년 최고 흥행작에 등극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900만 관객 돌파를 기념해 짙은 여운을 남기는 강가 포스터를 공개했다. '왕과 사는 남자'가 3일 900만 관객 돌파에 힘입어 강가 포스터를 공개했다. 영화 속 이홍위(박지훈)의 마지막과 함께 공개되는 장면 속 아련한 모습을 담아 깊은 울림을 전한다. 공개된 포스터는 왕위에서 쫓겨나 청령포로 유배된 이홍위가 강가에 홀로 앉아 쓸쓸히 물장난 치는 장면을 담았다. 흰색 도포를 입고 쪼그려 앉은 이홍위의 모습은 어린 나이에도 자유를 꿈꿨을 그의 심정을 짐작하게 해 먹먹한 감정을 자아낸다. [사진=(주)쇼박스]  특히, 엄흥도 역의 유해진과 이홍위 역의 박지훈이 포스터 속 장면에 대해 직접 소회를 밝힌 바 있어 관객들의 감정을 배가시킨다. 유해진은 "이홍위가 유배지 강가에서 물장난 쳤던 모습이 기억에 남고, 그때 엄흥도의 심정은 아들을 바라보는 심정이 아니었을까? 유배지가 아니라면 자유롭게 있을 나이인데, 너무 안쓰러웠다"라 말하며, 해당 장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박지훈 또한 "강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장면은 해진 선배님의 제안으로 생긴 장면. 생각해 보니 친구들과 뛰어놀고 싶을 시기, 유배지에 와서 혼자 물장난을 치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런 단종의 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며, 해당 장면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이홍위의 복합적인 내면을 표현하고자 고심했던 과정을 밝혀 눈길을 모았다. 이처럼 배우들은 물론 900만 관객의 마음을 뒤흔든 강가 포스터는 '비운의 왕'이라는 단종의 단편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인간 이홍위'에 집중한 '왕과 사는 남자'만의 서사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 속 숨겨진 단종의 이야기로 900만 관객의 마음속에 묵직한 감동을 남기며 파죽지세의 흥행을 기록 중이다.  jyyang@newspim.com 2026-03-0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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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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