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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노란봉투법의 논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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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수준으로 맞추자"는 말의 공허함
며칠 전, 이재명 대통령이 미·일 순방에 동행할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에 관해 "원칙적인 부분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맞춰가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 쪽에서 "추진되면 어려움이 커진다"는 우려를 내놓자, 대통령은 "세계적 수준에서 노동법이나 상법 수준에서 맞춰야 할 부분들은 원칙적으로 지켜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말의 무게는 묵직했지만, 정작 그 '선진국'이 어디이며 무엇을 뜻하는지, 공허함은 커 보인다.
우리가 보통 '노동선진국'이라 부르는 나라들은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벨기에, 영국, 프랑스 정도다. 이 나라들이 공통으로 가진 건 이념이 아니라 제도와 관행의 구조다. 법 텍스트만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 노사정의 조정능력, 분쟁의 예측가능성, 그리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매년 추적하는 지표들에서 어느 정도 안정적 성과를 보인다는 점이다. OECD는 노사관계의 성숙도를 직접 "점수"로 평가하지는 않지만, 노동조합 조직률, 단체협약 적용률, 고용보호(EPL) 지표, 일자리 질(임금, 안정성, 작업환경 등) 같은 수치들을 꾸준히 제시한다. 이 지표들이야말로 '선진화'의 실체를 보여주는 최소한의 공통분모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미·일 순방 동행 경제단체 및 기업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8.19 photo@newspim.com


코르피–팔메의 제안, '절충'이라는 기술
노사관계를 평가하는 데 사회이론이 길잡이가 될 때가 있다. 월터 코르피(Walter Korpi)와 요아킴 팔메(Joakim Palme)가 제시한 보편적 복지체제와 계급연합론은 보편주의와 성과 기반의 배분을 혼합하는 '층화 효과(stratification effect)'와 제도화된 단체교섭으로 분쟁비용을 낮추는 구조를 강조한다(Korpi & Palme 1998). 이 틀을 노사관계에 옮겨보면, 좋은 체제는 "노동자의 협상권"과 "기업의 예측가능성"을 동시에 보강한다. 코르피는 제도화된 권력자원(institutionalized power resources), 그리고 OECD는 조정된 단체교섭(coordinated collective bargaining)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Korpi 1983 & 2006; OECD 2019). 이 방법이 스웨덴의 살트쉐바덴(1938), 네덜란드의 바세나르(1982), 덴마크의 1899년 9월 타협처럼 정부의 과도한 입법 대신 '자율 규범'과 '연성 법(soft law)'을 두텁게 쌓는 것을 의미한다. 다수 OECD의 자료들도 이런 구조가 임금의 형평성과 생산성 조정을 돕고, 경기충격 시 일자리 보전을 돕는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시사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선진형' 노동법은 단순히 노조의 권한을 키우거나, 반대로 사용자의 자유를 넓히는 편향이 아니라 분쟁의 비용을 낮추고 협상과 교섭의 범위를 명확히 해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며, 책임을 공유하는 구조에 기초하고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쟁점 두 가지로 본 비교: '사용자 범위'와 '노조 손해배상'
1) 하청노조의 원청교섭('사용자 범위 확대')은 선진국에서 어떻게 다루나
한국 개정안의 핵심 하나는 하청노조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넓히는 문제다. 선진국 법제는 이 문제를 두 갈래로 풀어왔다.
첫째, 연쇄적 책임(keten-/chain liability)으로 임금과 최저기준의 이행을 보증한다. 예를 들어 독일은 최저임금법(MiLoG) §13과 파견근로·국경간 파견법(AEntG) §14로, 도급 발주자가 하도급 노동자의 최저임금 미지급에 연대책임을 진다. 사용자 정의를 확장하기보다 임금지급 책임을 사슬 전체로 확장해 불법 저가하도급 유인을 줄이는 방식이다. 네덜란드는 2015년 허위고용방지법(WAS)으로 민사상 연대와 연쇄 책임을 민법전(BW) 7:616a–616f에 넣어 상위 발주자까지 임금 책임을 추궁할 수 있게 했다. 노동부·하원 문서와 해설은 이 규정이 하청구조의 '임금 덤핑'을 억제하는 핵심 도구임을 명시한다. 벨기에는 1965년 임금보호법 개정(아티클 35/1 등)과 2013년 시행령으로 건설·청소·농업 등 특정 업종에 일반 연대책임을 둔다.
둘째, 사용자성의 '확장'은 엄격하게 본다. 프랑스는 판례상 '코엠플루아(co-emploi)' 이론으로 모기업이 실질적으로 지휘·관리하며 경제·인사에 상시 개입한 특별한 경우에만 공동사용자로 본다. 일반적인 하청·계열관계만으로는 거의 인정되지 않는다. 스웨덴은 MBL(공동결정법)과 단체협약 구조가 당사자 간 교섭을 원칙으로 하되, 산업별·연대행위(동조행위)가 합법적 수단이어서 원청을 간접 압박하는 경로가 발달했다. 2023년 10월 이후 스웨덴에서 시작했지만 덴마크, 핀란드의 노조들까지 동조파업에 참여한 테슬라 사태에서 보듯 법정 정의의 무리한 확장보다 '연대행위'라는 제도화된 우회로가 실제 기능한다.
이를 정리해 보면, 독일, 네덜란드 그리고 벨기에는 '사용자'의 법적 범위를 넓히기보다 '책임의 사슬'을 넓혀 최소기준을 담보한다. 프랑스는 공동사용자 인정 문턱을 높게 두고, 스웨덴은 연대행위라는 교섭수단으로 원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낸다. 한국이 눈여겨 봐야할 지점은 협상 당사자성의 강제적 확장보다 연대책임, 연대행위, 그리고 확장적용(AVV) 같은 제3의 우회로를 촘촘히 설계하는 혼합적 요소다.
2)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 제한('노조 손배'와 면책의 범위)
또 다른 논쟁의 요소인 손해배상에 대한 규정에서도 선진 각국은 다양한 요소를 내재화 하고 있다. 영국은 1906년 이래 이어지는 노동쟁의 면책을 TULRCA 1992 §219에 명문화했다. 합법적 절차를 거친 '무역분쟁' 관련 행위는 불법행위 책임에서 면책된다. 다만 불법행위 판단 시 손배 상한을 SI 2022/699로 상향했다(조합 규모별 상한액). 면책의 뼈대는 유지하되, 불법일 때의 '상한'은 현실화한 셈이다. 최근 2023년 '최저서비스 수준법'은 2024년 정권교체 이후 폐지 수순을 밟고 있어, 면책의 큰 틀이 다시 강화되는 흐름이다. 스웨덴 MBL은 평화의무(fredsplikt)를 두어 협약 유효기간 중 쟁의를 제한하고, 불법쟁의에는 손해배상을 부과하되 규모는 예측가능한 범위에 묶는다. 분쟁을 법정싸움이 아니라 조정·중재와 새 협약으로 흡수하는 구조다. 독일·네덜란드는 노조 손배의 대형소송으로 제도를 흔들기보다, 쟁의의 적법성·절차를 엄격히 확인해 애초에 분쟁비용을 낮추는 절차(조정·중재·평의회제도)를 선호한다. 독일의 경우 작업장협의회법(BetrVG)과 공동결정법(MitbestG)이 쟁의 이전 단계의 대표제도를 통해 갈등을 흡수한다.
이를 요약해 보면, '선진형'은 면책의 원칙을 유지하되(영국), 불법일 때의 상한·절차 예측가능성을 높이고(영국·스웨덴), 현장대표와 다층 교섭 시스템으로 쟁의 자체의 빈도와 강도를 낮추는(독일) 방식이다.
3) 정부 개입과 사회협약: 법보다 먼저 움직이는 테이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요원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노동선진국에서는 정부개입을 가급적 배제하거나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웨덴의 1938년 살트쉐바덴 협약에서 "정부는 뒤에서 비추는 가로등"과 같은 제3자의 역할로 정의한다. 2022년 '주요협약 (Huvudavtal, 전직·학습 전환 지원)'으로 이어지며 노사의 역할분담을 가다듬었다. 네덜란드는 1982년 바세나르 협약으로 임금절제, 일자리 나눔, 세제조정의 패키지를 사회적 협약으로 먼저 합의했다. 이후 CAO의 일반적용(AVV) 제도로 무조합 및 비조합 사업장에도 기준을 확장한다. 덴마크는 1899년 9월 타협(Septemberforliget)이 노동시장 헌법의 역할을 자처하며 자율 및 분권 교섭과 노동법의 절제를 원칙으로 삼았다.
여기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정부는 규칙을 제시하지만 노사간의 쟁의에 가급적 간섭하지 않으며, 노사는 운용을 책임진다. 법은 협약을 떠받치고, 협약은 법의 정신을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한국형 '선진' 체크리스트: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하나
첫째, '사용자'의 정의 확장만으로 원청을 교섭 테이블에 앉히려 하기보다, 연대책임(임금, 안전, 최저기준 제시 등) 확대와 협약 일반적용(AVV형), 그리고 합법적 연대행위의 통로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독일, 네덜란드, 그리고 벨기에가 보여준 것은 강제적 사용자 지정이 아니라 책임의 사슬과 적용의 사다리다.
둘째, 노조 손배는 면책의 원칙(합법쟁의)을 분명히 두되, 불법의 비용은 예측가능한 상한과 절차로 정리하라. 쟁의의 합법요건을 명확히 하고, 조정, 중재, 대표기구를 통해 법정이 아니라 교섭장에서 끝나게 하라.
셋째, 정부의 역할은 가드레일에 비유할 수 있다. 노동법은 선로를 까는 것이고, 임금, 근로시간, 그리고 전환지원 같은 운행표는 노사정 협약으로 맞추는 격이다. 살트쉐바덴과 바세나르가 보여준 건 법보다 먼저 움직이는 사회협약의 힘이었다.
넷째, OECD 지표를 기준으로 삼아, 노동자 권리와 기업의 예측가능성·경쟁력을 함께 보는 쌍곡선 목표를 분명히 해야한다. 조직률, 단협적용률, EPL, 일자리 질을 정책 KPI로 걸고, 매년 평가하고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선진국 수준이라는 구호가 아니라 측정 가능한 약속이 될 수 있다.
AI 시대의 선진노동법
트럼프 시대의 통상, 관세, 현지생산이라는 압박 속에서 한국 기업은 전략적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이럴수록 정부와 노동계도 타협적이고 합리적인 문화로 급선회해야 한다. 타협은 후퇴가 아니라 예측가능성의 교환이다. 그 예측가능성이 투자와 전환훈련, 생산성 협약으로 되돌아올 때, 그것이 바로 우리가 찾는 '선진'의 실체일 것이다. 선진국은 "누구 편"을 드는 나라가 아니라, "갈등을 다루는 기술"이 성숙한 나라다. 그 기술은 법문구에 있는 것이 아니다. 노사정이 늘 앉아 논의하는 협상 테이블 위, 그리고 협약의 실천과 지속적 평가지표 속에서 비로소 작동한다. OCED Outlook 2023 그리고 Eurofound 2020에서 제시하고 있듯, 사회적 대화와 제도화된 단체교섭은 신기술 전환기( AI 및 그린산업 등)에 생산성, 수용성, 학습투자를 강화하는 최고의 노동선진화를 이끌 수 있는 핵심적 요소임을 명심했으면 한다.

국가별 핵심 법·협약 목록
스웨덴
• Lag (1976:580) om medbestämmande i arbetslivet (근로관련 공동결정법, MBL) (1976). 비공식 영문본: Employment (Co-Determination in the Workplace) Act.
• Saltsjöbadsavtalet (살트쉐바덴 협약) (1938, 2022년 최신 개정).
네덜란드
• Wet op het algemeen verbindend en het onverbindend verklaren van bepalingen van collectieve arbeidsovereenkomsten (단체협약 조항의 일반적용·비적용에 관한 법, 일명 Wet AVV) (1937).
• Burgerlijk Wetboek Boek 7, art. 616a–616f (민법전 제7편 616a–f, 임금의 연대 및 연쇄책임); Wet aanpak schijnconstructies(허위고용방지법, WAS)로 2015년 도입·강화.
• Akkoord van Wassenaar (바세나르 협약) (1982).
독일
• Gesetz zur Regelung eines allgemeinen Mindestlohns (MiLoG) §13 (최저임금법 §13, 발주자 책임) (2014).
• Arbeitnehmer-Entsendegesetz (AEntG) §14 (파견근로자법 §14, 발주자 책임) (1996/2009 재편)
• Tarifvertragsgesetz (TVG) (단체협약법) (1949).
• Betriebsverfassungsgesetz (BetrVG) (작업장협의회법) (1972, 최신개정 2024).
• Mitbestimmungsgesetz (MitbestG) (공동결정법) (1976).
벨기에
• Loi du 5 décembre 1968 sur les conventions collectives de travail et les commissions paritaires (단체협약·산별위원회법) (1968).
• Loi du 12 avril 1965 concernant la protection de la rémunération des travailleurs — art. 35/1 등 (임금보호법, 일반 연대책임 도입·확대) (1965, 2013 시행령).
영국
• Trade Union and Labour Relations (Consolidation) Act 1992, s.219 (무역분쟁 관련 면책) (1992).
• The Liability of Trade Unions in Proceedings in Tort (Increase of Limits on Damages) Order 2022 (SI 2022/699) (노조 불법행위 손해배상 상한 상향) (2022).
• Strikes (Minimum Service Levels) Act 2023 (최저서비스수준법).
프랑스
• Préambule de la Constitution du 27 octobre 1946 (1946년 헌법 전문: 파업권·노동자 대표를 통한 조건결정권) (1946).
• Jurisprudence du 'co-emploi' (공동사용자 판례: 2014.7.2, 2019.10.9, 2020.11.25 등) — 엄격·예외적으로만 인정.
OECD 및 Eurofound 지표·보고서
• Eurofound, Collective agreements and bargaining coverage in the EU (2020). 확장(AVV)·적용범위가 큰 나라일수록 포괄적 보호와 임금 바닥선이 안정. 제도디자인(확장요건·대표성 기준)이 성과 차이를 설명.
• OECD, Negotiating Our Way Up. 조정된 단체교섭이 임금분포·전환비용을 개선(제도화된 타협의 효용을 실증적으로 보강) (2019).
• OECD, Indicators of Employment Protection (EPL) (고용보호지표: 정규·임시·집단해고 규제 측정) (2020).
• OECD, Employment Outlook 2023: Artificial Intelligence and the Labour Market (OECD 고용전망 2023, 사회적 대화·단체교섭 장의 분석 포함) (2023).
• OECD, Employment Outlook 2025, Statistical Annex (조직률·단협적용률·EPL 종합표) (2025).
• Trade Union Density (OECD/AIAS ICTWSS linked dataset) (노동조합 조직률 데이터 분석) (2023).
이론적 근거
Korpi, Walter & Joakim Palme. 1998. "The Paradox of Redistribution and Strategies of Equality: Welfare State Institutions, Inequality, and Poverty in the Western Countries,"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63(5): 661–687.
Korpi, W. & Palme, J. 2003. "New Politics and Class Politics… Welfare State Regress in 18 Countries, 1975–95," APSR.
Korpi, Walter. 1983. The Democratic Class Struggle (Routledge).
Korpi, Walter. 2006. "Power Resources and Employer-Centered Approaches in Explanations of Welfare States and Varieties of Capitalism," World Politics 58(2): 167–206.
Refslund, B. & Arnholtz, J. 2021/22. "Power resource theory revisited," Economic and Industrial Democracy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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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경제 숨통 '호르무즈 10km'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호르무즈 해협 10km 남짓의 수로가 지구촌 경제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직접 충돌 이후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을 불태운다는 협박을 거듭하는 상황. 160km 길이와 폭 30~50km의 호르무즈 해협에서 실제 항로는 10km 가량이지만 전세계 에너지 거래의 심장부다.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와 CMA CGM 등 주요 컨테이너 선사와 탱커, 트레이딩 하우스들은 호르무즈 통항을 전면 중단한 채 우회 또는 대기 중이다. 유럽과 중국 쪽 해운 데이터에서도 3월2일(현지시각) 기준 상업 유조선 통과가 사실상 0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된다. 사실상 민간 선박의 통행이 중단되면서 충격파가 지구촌 에너지와 물류 시스템에서 물가, 통화정책, 실물경제까지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진다. 일부 투자은행(IB)은 물가 급등과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경고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호르무즈의 좁은 심해 수로를 통과하는 원유는 교역량의 4분의 1 이상이다. 액화천연가스(LNG) 물량도 전세계 해상 거래의 20%에 이른다. AI 도구를 이용해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분석을 재가공해 보면, 호르무즈를 지나는 원유와 LNG의 80% 이상이 중국과 인도, 일본, 한국 등 네 개 국가로 전달된다. 에너지 흐름은 이미 급제동이 걸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과 민간 데이터 업체 Kpler의 통계에 따르면 호르무즈를 거쳐 나가던 중동산 원유 가운데 상당 부분이 선적항에서부터 출항이 보류되거나 해협 인근에서 정박하는 실정이다. 호르무즈 해협과 중동 지역 [사진=미국 에너지부, 블룸버그] 걸프 산유국들은 수출항에서의 선적 일정을 조정하고 일부 물량을 내륙 파이프라인을 통해 홍해 또는 지중해 쪽으로 우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호르무즈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미 아시아 LNG 현물 가격을 나타내는 JKM 지수는 3월2일 15.068달러/MMBtu까지 상승하며 2025년 2월13일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국제 유가도 이번 사태 직전보다 20~30% 가량 뛴 상태다. 주요 투자은행(IB)은 단기적으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 선을 중심으로 변동할 것으로 보되, 호르무즈 봉쇄가 길어질 경우 120달러 선까지도 상단이 열려 있다고 경고한다. 단순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아니라 물리적 공급 차질에 따른 구조적 유가 상승이라는 설명이다. 중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 미국의 셰일 생산 여력, OPEC(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의 증산 여지를 감안한 다수의 시나리오에서도 호르무즈 봉쇄로 인해 당장 하루 2000만 배럴에 달하는 물량이 제때 시장에 도달하지 못하면 과거 걸프전 당시와 유사한 수준의 가격 충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조선과 LNG선, 컨테이너선이 호르무즈와 인근 해역을 기피하거나 우회하면서 해상 운임과 보험료가 동시에 치솟는 모양새다. 한 LNG 트레이딩 업체는 중동 항로의 워 리스크(war risk) 보험료가 화물 가치의 15~25%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전했고, 이로 인해 일부 선사는 차라리 선박을 놀리거나 다른 노선으로 돌리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글로벌 선사들이 호르무즈와 페르시아만 항로를 피하기 위해 선박을 재배치하면서 해상운임과 보험료가 동시에 상승하고, 일부 화주들은 아예 신규 예약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운임과 보험 쇼크는 곧바로 에너지 수입 가격과 전력 요금, 나아가 광범위한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유사와 발전사, 석유화학 기업의 원가가 이중으로 압박받게 되고, 여기에 컨테이너선과 벌크선까지 위험 해역을 피해 돌아가기 시작하면 중간재와 원자재, 곡물과 사료까지 운송 시간이 늘어나고 비용이 오른다.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가 장기화되면 글로벌 공급망은 또 한 번 구조적인 병목을 겪을 전망이다. 가뜩이나 끈적끈적한 물가가 재차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호르무즈 봉쇄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미국과 유로존, 아시아 등 주요 수입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수개월간 0.5~1.0%포인트의 상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여러 연구기관에서 제시된다.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고 상황이 장기화되는 경우에는 특히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신흥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 물가와 성장률이 동시에 악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다. AI 도구로 세계은행과 IMF, 민간 리서치기관의 모델을 종합하면 유가가 10달러 상승할 때마다 글로벌 경제 성장률은 0.1~0.2%포인트씩 떨어지고, 에너지 수입국의 경상수지와 재정 부담이 눈에 띄게 악화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유가 150달러 시나리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는 일부 취약 신흥국에서 통화 가치 급락과 경상수지 위기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결과도 제시됐다. 지금과 같이 전쟁과 제재, 수송 차질이 겹친 상황에서는 단순히 유가 상승분만이 아니라 LNG와 전력요금, 곡물과 비료, 운임비까지 연쇄적으로 튀어오를 수 있어 기존의 "유가 파급계수"보다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 AI 기반 시뮬레이션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아시아 제조 강국들의 심장부를 이루는 반도체와 석유화학, 철강, 조선, 자동차 산업이 동시에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정유사와 발전사는 더 높은 가격에 원유와 LNG를 조달해야 하고, 이는 곧 전기 요금과 산업용 연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석유 화학과 철강, 시멘트 등 에너지 소비가 높은 업종은 원재료와 연료 비용 상승과 동시에 해상 운임 상승까지 감내해야 한다. 자동차와 조선, 전자업체들은 중간재와 부품 공급 지연, 운송비 상승, 해외 수요 위축이라는 삼중고를 마주할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10km 바닷길이 막히면서 에너지 공급과 해상 운임, 보험료와 전력 요금, 나아가 세계 각국의 물가와 성장률까지 동시에 흔들리는 '복합 쇼크'가 현실화되는 시나리오를 경고한다. shhwang@newspim.com 2026-03-0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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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만 울린 '왕사남 강가 포스터'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6년 최고 흥행작에 등극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900만 관객 돌파를 기념해 짙은 여운을 남기는 강가 포스터를 공개했다. '왕과 사는 남자'가 3일 900만 관객 돌파에 힘입어 강가 포스터를 공개했다. 영화 속 이홍위(박지훈)의 마지막과 함께 공개되는 장면 속 아련한 모습을 담아 깊은 울림을 전한다. 공개된 포스터는 왕위에서 쫓겨나 청령포로 유배된 이홍위가 강가에 홀로 앉아 쓸쓸히 물장난 치는 장면을 담았다. 흰색 도포를 입고 쪼그려 앉은 이홍위의 모습은 어린 나이에도 자유를 꿈꿨을 그의 심정을 짐작하게 해 먹먹한 감정을 자아낸다. [사진=(주)쇼박스]  특히, 엄흥도 역의 유해진과 이홍위 역의 박지훈이 포스터 속 장면에 대해 직접 소회를 밝힌 바 있어 관객들의 감정을 배가시킨다. 유해진은 "이홍위가 유배지 강가에서 물장난 쳤던 모습이 기억에 남고, 그때 엄흥도의 심정은 아들을 바라보는 심정이 아니었을까? 유배지가 아니라면 자유롭게 있을 나이인데, 너무 안쓰러웠다"라 말하며, 해당 장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박지훈 또한 "강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장면은 해진 선배님의 제안으로 생긴 장면. 생각해 보니 친구들과 뛰어놀고 싶을 시기, 유배지에 와서 혼자 물장난을 치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런 단종의 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며, 해당 장면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이홍위의 복합적인 내면을 표현하고자 고심했던 과정을 밝혀 눈길을 모았다. 이처럼 배우들은 물론 900만 관객의 마음을 뒤흔든 강가 포스터는 '비운의 왕'이라는 단종의 단편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인간 이홍위'에 집중한 '왕과 사는 남자'만의 서사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 속 숨겨진 단종의 이야기로 900만 관객의 마음속에 묵직한 감동을 남기며 파죽지세의 흥행을 기록 중이다.  jyyang@newspim.com 2026-03-0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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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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