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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룡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한국형 컴패스 콜' EC-37B 전자전기 탄생할까

기사입력 : 2025년08월26일 06:54

최종수정 : 2025년08월27일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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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 1조8000억 원 규모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 공고
9월 입찰 제안, 10월 사업자 선정… KAI와 LIG넥스원의 '혈투'
한국 첫 독자 전자전기를 확보하는 사업… 수출 기회 확대 전망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지난 5월 7일 파키스탄 공군이 인도령 카슈미르 분쟁에서 중국산 전투기 J-10CE를 투입해 인도군의 프랑스산 라팔 F3FR 전투기 3대를 격추한 일이 있었다.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장착한 '하이급' 기종인 라팔이 '로우급' 중국산 전투기 J-10C의 중국산 미사일을 얻어맞고 격추된 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러나 실상은 중국산 전투기의 성능이 우수했던 것이 아니라 파키스탄 공군이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십분 활용, 인도 공군 조종사들의 군 통신 체계를 완벽하게 재밍(jamming) 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인도 공군의 라팔 조종사들은 그들의 콜사인(파일럿의 제2의 이름)과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파키스탄 공군에 노출되면서 파키스탄 전투기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사건 이후, 세계 각국이 다시 한번 전자전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우리 공군은 현재 전자전의 중요성을 인식해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26년부터 2034년까지 국내 기술로 전자전 항공기를 연구 및 개발해 총 4대의 전자전기를 확보하는 사업과 병행해 해외에서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조달하는 사업도 동시에 추진 중이다.

미 공군이 채택한 EC-37B 컴패스 콜(Compass Call) 전자전기. 우리의 전자전기는 캐나다 봄바르디어의 G6500를 개조하는 사업이지만, 미군은 걸프스트림의 G550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사진=BAE Systems] 2025.08.26 gomsi@newspim.com

◆전자전기의 개발 단계 = 전자전기는 크게 세 종류로 분류한다. 안전한 원거리에서 작전을 펼치는 원거리 전파 방해기 '스탠드 오프 재머(Stand-off Jammer)', 중간 정도의 위협 수준을 지닌 공역에서 작전 편대와 함께 움직이는 호위형 전파 방해기 '에스코트 재머(Escort Jammer)', 그리고 위협 정도가 가장 높은 지역에서 전파 교란 및 기만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근접형 전파 방해기 '스탠드 인 재머(Stand-in Jammer)'가 있다.

미국의 차세대 전자전기 EC-37B '컴패스 콜'이 전형적인 '스탠드 오프 재머'라 할 수 있고, 우리에게 친숙한 EA-18G 그라울러가 '에스코트 재머'의 대표적 항공기다. 드론 기술이 발달하면서 등장한 소형 다목적 무인기(AAP) 등은 '스탠드 인 재머'로 분류할 수 있다. 문제는 전자전기 개발 순서가 스탠드오프 재머→에스코트 재머→스탠드인 재머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우리 군은 E-737 피스아이를 해외에서 도입하는 사업과 두 차례에 걸친 백두사업을 진행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탠드 오프 재머'를 1차로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에스코트 재머'를 2차로 개발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인공지능 기술 등이 추가된 '스탠드 인 재머'를 개발하는 단계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만일 '스탠드 오프 재머' 개발 사업 주체와 '에스코트 재머' 개발 사업 주체가 중간에 바뀐다면, 엄청난 시간적·자원적 낭비가 발생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2034년까지 '스탠드 오프 재머' 4대를 확보 = 현재 공군은 전자전기를 보유하지 않아 한미 연합훈련 시 미군 자산에 의존해왔으며, 이번에 벌이는 전자전기 사업은 이러한 한계를 해소하고 전시작전권 전환, 북한 방공망 무력화, 주변국 대비 억제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이른바 '한국형 컴패스 콜' EC-37B로 불릴 약 1조8000억 원 규모의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 사업'을 놓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이 맞붙는다. 24일 군 당국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다음 달 2일까지 전자전기 국내 개발을 위한 전자전기 사업 입찰 제안서를 받고 10월경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2034년까지 전자전기 4대를 확보하는 사업으로, 체계 개발부터 양산까지 포함한 규모다. 이번 사업은 외국산 중형 민항기인 캐나다 봄바르디어의 G6500를 개조해 전자전기 임무 장비를 체계종합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플랫폼으로 대형 수송기 대신 비즈니스 제트기를 선택하는 이유는 비즈니스 제트기는 수송기보다 빠르고 운용 고도가 높아 생존성과 체공 시간이 길고, 장거리 재밍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제트기는 객실·기내 전력·냉각 체계를 재설계해도 중량·공력(항력) 균형을 비교적 수월하게 잡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민수 기체 기반이기에 감항(堪航, 항공기가 날기에 적합한 안전성·신뢰성을 갖추는 일) 규정 준수와 인증 절차를 촘촘히 밟아야 하지만, 그만큼 운영·정비 생태계가 넓다는 이점이 있다.

전자전기는 유사시 전투기보다 먼저 전장에 투입돼 기체에 부착된 각종 전자장비로 적의 대공 레이더나 통신 체계를 무력화 하기 때문에 현대 전자전에서 필수 무기체계로 꼽힌다. 그러나 현대 전자전 항공기 관련 기술은 미국·러시아·중국 등 소수 국가만 보유하고 있고, 독일·이탈리아·일본 등도 전자전기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

적의 대공 레이더 등을 무력화하는 항공기인 전자전기는 해외 다수 국가도 개발 중인 기술로, 기술 공유가 이뤄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동맹국에도 장비 사양과 소프트웨어 등이 비공개인 경우가 많아 그동안 국산화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국내 기술로 개발에 성공하면 향후 항공 분야 수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 서둘러 기술독립을 해야 할 분야다.

방사청은 2030년대 중반까지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 지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전자전기를 개발해 군의 전자전 대응 역량을 높이려는 게 목적이다. 사업의 기본 구상은 원거리(스탠드 오프)에서 장시간 체공하며, 적 방공 레이더와 지휘·통신을 넓은 영역에 걸쳐 무력화하는 방식이다. 전자전기가 먼저 전파로 '길을 뚫어주고', 그 뒤를 타격·제압 세력이 안전하게 통과하는 방식이다.

미 해군이 운용중인 EA-18G 그라울러는 세계 최강의 전자전기로 알려져 있다. 중간 정도의 위협 수준을 지닌 공역에서 작전 편대와 함께 움직이는 호위형 전파 방해기 '에스코트 재머'의 대표적 기종이다. [사진=미 해군] 2025.08.26 gomsi@newspim.com

◆우려되는 협력업체들의 경쟁 = 최근 방위사업청이 진행하고 있는 '스탠드 오프 재머' 개발 사업에서 협력해야 할 업체들이 오히려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의 경우, 전자전 장비는 LIG넥스원이 제작하고, 기체 개발 및 체계 통합 작업은 KAI가 담당했다. KAI와 LIG넥스원 조합이 '스탠드 오프 재머' 사업에서도 이어졌으면 좋았겠으나, 전자전 장비 제작업체인 LIG넥스원이 '스탠드 오프 재머' 사업에서 주도권을 잡길 원하면서 결국 기존 협력업체 KAI가 아닌 대한항공과 손을 잡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KAI 역시 KF-21 보라매의 AESA 레이더와 디지털 기반의 고출력 재밍 송신 장치를 개발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시스템을 전자전 장비 공급업체로 선정해 '스탠드 오프 재밍' 사업에 뛰어들었다. LIG넥스원이 장악하고 있는 전자전 장비 분야에 진출하고 싶어 했던 한화시스템은 내심 '호기'를 잡았다는 생각일 것이다.

이번 '스탠드 오프 재밍' 전자전기 개발 사업의 주계약업체로 선정된 업체는 G6500을 전자전기로 개조하고, 체계 통합까지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개조 및 체계 통합 작업은 기체를 거의 새로 설계해야 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사업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사업 기간이 KF-21 전투기 개발과 맞먹는 2025년도에서부터 2034년까지 거의 10년이란 것이 사업의 '고난이도'를 반증한다. 미국이 비즈니스 제트기를 EC-37B 전자전기로 개조하는 데 2년 이상 사업이 지체되는 게 그러한 케이스다.

이는 대부분이 기체 개조, 체계 통합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프랑스, 튀르키예, 일본 등이 기체 개조, 체계 통합 문제 때문에 '스탠드 오프 재머'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민항기를 군용기로 전환하는 만큼, 군사작전 수행이 가능한 항공기임을 보증하는 '비행 안전 적합 인증(감항 인증)'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중요한 점검 포인트다.

또한,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전자전과 관련된 기술은 해외 업체로부터 주고받기도 까다롭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본다면 '스탠드 오프 재머' 이후 이어져야 할 2차 사업 '에스코트 재머' 개발 사업과의 연속성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KAI와 한화시스템 조합과 LIG넥스원과 대한항공 조합이 ▲기체 개조 및 체계 통합 능력, ▲감항 인증 문제 해결 능력, ▲전자전 장비 개발능력, ▲호위형 전파 방해기 '에스코트 재머'와 연계성 등 네 가지 측면에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LIG넥스원이 공개한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 사업' 이미지. 캐나다 봄바르디어의 G6500를 개조해 전자전기 임무장비를 체계종합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사진=LIG넥스원] 2025.08.26 gomsi@newspim.com

◆기체 개조 및 체계 통합 능력 = 업계 관계자는 "요리사가 동일한 재료를 갖고도 전혀 다른 음식 맛을 내듯, 전자전 장비를 항공기에 장착해 최적화를 통해 제대로 된 성능을 낼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체계종합 능력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기체 개조 및 체계 통합 능력에서는 KAI와 한화시스템 컨소시엄이 단연 앞선다고 볼 수 있다. KAI는 차세대 국산 전투기 KF-21과 유무인 복합체계 등 전자전 항공기 국내 기술 연속성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다.

KAI는 공군이 운용하는 각종 전투기의 체계 통합을 담당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KAI는 T-50·FA-50·KF-21로 이어지는 완제기 개발 경험을 앞세우고 있다. 기체 설계 변경, 항전 통합, 감항 인증을 한 번에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체계 통합 기술이 강점이다. 또한 2021년부터 진행 중인 백두체계 2차 사업에서 전자·신호정보 정찰기의 플랫폼 개조와 임무 장비 통합을 수행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 개발한 KF-21에서 전자전 장비와 센서 통합 운용을 검증한 경험이 있다.

아울러 KAI는 1차 공중통제기 사업에서 보잉과 함께 E-737 피스아이 기체 일부를 개조했으며, 2021년에는 이 기종에 피아식별장비와 링크16 전술 데이터링크를 장착하는 성능개선 사업을 수주해 현재 진행하고 있다. KAI가 T-50 고등훈련기, 수리온 기동헬기, KF-21 보라매 등 다수의 기체를 설계하고, 체계 통합해 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전자전 장비업체인 LIG넥스원은 기체 개조 및 체계 통합 작업에서는 어쩔 수 없이 대한항공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불안 요소'가 존재한다. 이번 사업에서 LIG넥스원의 협력업체로 참여하는 대한항공은 1991년 착수해 2001년 전력화된 백두·금강 정찰기 성능개량 사업 1차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백두·금강 1차 사업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총괄 주관하며 추진한 정찰기 성능 향상 프로젝트로,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은 프랑스 다쏘 팰콘 2000S 기체를 기반으로 한 개조 작업 등을 수행했다. 따라서 독자적으로 플랫폼을 설계 및 체계 통합해 본 경험이 없고, 백두 2차 사업은 현재 KAI가 항공기 체계 통합 및 기체 개조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 역시 약점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은 A-10, F-4, UH-60 등 6000여 건의 개조·창정비·성능 개량 프로젝트와 민항기인 B777 및 A330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한 경험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는 정비, 기체 구조물의 개조로 전자전기의 체계종합 및 기체 개조와는 상당한 기술적 격차가 있는 사업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이런 유형의 사업은 기체 업체(대한항공)가 체계 통합을 하면서 장비 업체(LIG넥스원)를 협력업체로 데리고 가는 게 일반적인데, 현재 LIG넥스원과 대한항공 조합의 역할은 주객이 전도된 형태이고, 언론에 보도된 역할도 굉장히 모호하게 설정돼 있다"면서 "대한항공이 체계종합이나 체계 통합을 한다면, 대한항공이 주계약업체로 나서는 게 바람직한데도 LIG넥스원이 주계약업체로 나서는 것은 결과적으로 대한항공이 이 사업의 리스크를 높다고 보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무게에 민감한 민항기에 전자전 장비, 예컨대 3.6t이나 나가는 EC-37B의 전자전 장비를 실으려면 새로운 항공기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버거운 일"이라며 "전자전기가 결국 전자전 장비를 항공기와 체계 통합해 성능을 발휘하게 하는 게 사업의 핵심인데, 그런 의미에서 방사청이 이 사업 명칭을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이라고 한 것을 곱씹어야 한다"고 했다.

◆감항 인증 문제 해결 능력 = 민항기를 군용 전자전기로 개조하는 데 따른 위험성을 검증할 '감항 인증' 문제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민항기를 플랫폼으로 해 전자전기를 개발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항공기를 개발하는 것인 만큼, 항공기의 감항 인증, 다시 말해 '비행 안전 적합성'을 검증받을 수 있는 능력이 전자전기 주계약업체로서 빼놓을 수 없는 능력"이라고 했다.

자체 플랫폼 FA-50 경공격기와 KF-21 보라매를 개발하고 수출하는 과정에서 KAI는 해외 및 국내 감항인증에 대한 인프라와 노하우를 쌓아왔다. 현재 백두 2차 사업을 통해 민간 비즈니스 제트기를 군용으로 전환하고 있는 KAI는 민수용 기체를 군용으로 전환해 감항 인증을 받은 유일한 국내 업체가 될 전망이다. 게다가 KAI는 군용 기체인 수리온을 민수용으로 전환해 감항 인증을 받은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대조적으로 자체 플랫폼이 없는 대한항공의 경우, ADD 주관으로 백두 1차 사업을 할 때를 비롯해 지금껏 감항 인증을 외부 기관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사업 수행 능력에 의문이 제기된다. 보안에 민감한 전자전기의 특성 때문에 국가안보 차원에서 국내에서 개발하고, 국내에서 감항 인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수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자체적으로 유인 항공기에 대해 감항 인증을 받아본 경험이 전무하다.

◆전자전 장비 개발능력 = 전자장비 분야에선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이 경쟁한다. 사업을 수주한 업체는 적국의 레이더 등 전자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재밍하는 장비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장비 명칭은 군의 성능요구조건(ROC)이어서 당연히 비공개다. 광대역 전자 공격(EA)을 가능케 하는 각종 장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100~200㎞ 내의 각종 전파나 신호를 수집·분석하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LIG넥스원은 지난 10여 년간 연구·개발 인력을 400명으로 늘려 전자전 장비를 개발해 왔다. 또한, 항공기에 탑재되는 전자전 장비와 관련해서도 ALQ-200와 KF-21의 RF재머 등의 개발실적을 내세우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디지털 기반의 고출력 재밍 송신 장치 개발과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4대 핵심 센서 중 3개 센서(AESA 레이다, IRST, EO TGP)를 개발하는 등 전자전 장비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LIG넥스원이 전자전 장비 개발실적에서 다소 앞선 것으로 보이나, 한화시스템도 AESA 레이다 등을 개발·양산 중이며, 장기간에 걸친 사업인 만큼 전자전 장비 개발 역량은 큰 차이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라며 "이번 사업 명칭이 전자전기 체계개발사업이고 전자전 장비를 개발해 플랫폼에 체계 통합하는 것인 만큼, 기체 업체와 얼마만큼 사업적·기술적 협력이 원활할지가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에스코트 재머'와의 연계 가능성 = EA-18G 그라울러처럼 '에스코트 재머'와의 연계성도 개발사업자 선정에서 짚어야 할 문제다. 여기서도 자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느냐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항공우주 방산 업체가 자체 플랫폼을 갖고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는 천양지차(天壤之差)의 경쟁력 격차를 발생시킨다. KAI는 '에스코트 재머'로 파생시킬 수 있는 KF-21이라는 자체 플랫폼을 가진 데 반해, 대한항공은 '에스코트 재머'로 파생시킬 수 있는 자체 플랫폼이 없다.

KAI는 내부 무장창을 갖추고 차세대 공중전투체계(NACS·Next-Generation Aerial Combat System)로 유무인 복합체계를 실현한 스텔스 전투기 KF-21EX를 '에스코트 재머'의 플랫폼으로 삼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즉, 스텔스 능력에 무인 드론 운용능력까지 갖춘 '한국형 EA-18G 그라울러'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자체 플랫폼을 갖고 있지 못한 LIG넥스원과 대한항공 조합이 '에스코트 재머' 사업에 도전하기 위해선 해외에서 플랫폼을 따로 도입해야 하고, 따라서 '스탠드 오프 재머' 사업을 LIG넥스원과 대한항공 조합이 가져가게 된다면, 그다음 단계로 개발해야 할 '에스코트 재머' 사업과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LIG넥스원과 대한항공 조합 입장에서는 KF-21 보라매급의 해외 기체를 도입하지 않는 한, '스탠드 오프 재머' 사업을 통해 습득한 노하우를 적용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해외 기체를 도입하는 경우, 국산 전자전 장비를 체계 통합시키려면, 기체를 제작한 해외 업체와 중요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도 난감한 대목이다. 폴란드에 수출하는 국산 경공격기 FA-50PL의 경우, 미국산 팬텀 스트라이크 레이더와 AIM-120 암람 미사일의 통합 문제 때문에 수출 협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물론, 확률은 희박하지만, 후속 '에스코트 재머' 사업에서 KAI와 LIG넥스원이 재결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이번 '스탠드 오프 재머' 사업을 수주해 자본과 기술력을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에스코트 재머' KF-21EX 개발로 나아가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사진은 KF-21 보라매 6호기의 시험비행 모습. [사진=방위사업청] 2025.08.26 gomsi@newspim.com

◆전자전기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 하지만 '스탠드오프 재머' 사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과감하게 KAI와 결별하고 대한항공을 선택한 LIG넥스원이 그러한 행보를 보여줄지도 의심스럽다. '연인'에게 배신당한 KAI로서도 선뜻 내민 손을 잡기는 쉽지 않을 일이다. 이번 전자전기 개발 사업 수주전을 통해 드러난 LIG넥스원의 의도를 읽어내려가 보면, 향후 KAI와 부딪히더라도 항공우주 쪽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엿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LIG넥스원이 최근 수주한 사단급 무인기, 천리안 5호 정지궤도 기상위성의 시스템과 본체 사업을 수주했는데, 기업의 사업 확장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문제는 이 사업들은 LIG넥스원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위험이 큰 사업들인데, 지금 하려는 전자전기는 이보다 훨씬 더 기술적 위험이 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KAI는 그동안 LIG넥스원이 구축한 뿌리 깊은 대외 네트워크와 싸우는 중"이라면서 "LIG넥스원은 이번 사업을 수주하지 못하면 기존에 구축한 생태계 혼란을 감당키 어려워서 전자전기 사업에 회사 차원에서 사활(死活)을 걸고 있다"고 했다.

여러 가지 불리한 상황에서도 '스탠드 오프 재머' 사업에 도전해 사업 영역을 넓혀 가겠다는 LIG넥스원과 '스탠드오프 재머' 사업을 수주해 자본과 기술력을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에스코트 재머' KF-21EX 개발로 나아가겠다는 KAI의 혈투가 예상된다.

방산업계는 이번 전자전기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한국은 처음으로 독자적인 전자전기 플랫폼을 확보하게 되며, 이를 기반으로 수출과 다양한 특수임무기 개발로 기술 확장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전자전기는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꾸준하지만, 전략자산으로 분류돼 수출 통제가 엄격하다"며 "우리가 독자 개발에 성공하면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는 새로운 수출 품목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고 했다.

goms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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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특검 "박성재 영장 기각 납득 어렵다"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 중인 내란 특별검사(특검)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재청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박지영 특검보는 15일 브리핑에서 "법원의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법무부 장관의 지위나 헌법적 책무,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납득하기 어렵다. 특검은 신속히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사진=뉴스핌DB] 박 특검보는 "특히 기각 사유로 언급한 피의자가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나 피의자가 인식한 위법성의 구체적 내용, 피의자가 객관적으로 취한 조치의 위법성의 존부나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고 충분한 공방을 통해 가려질 필요가 있다는 부분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12·3 비상계엄 선포 시 군으로 사회 질서를 유지할 상황, 비상계엄을 선포할 실체적 요건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공지의 사실"이라며 "피의자가 객관적 조치를 취할 당시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은 다툼의 여지가 없어 위법성 인식은 공방에 필요가 없는 명백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특검은 추가 보강 수사 등에 대해선 조금 더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특검보는 "(박 전 장관의) 위법성의 구체적인 내용이라든가 본인이 그 위법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만한 다른 사실관계는 충분히 현출돼 있다"며 "위법성을 인식했다라고 볼만한 사전에 여러 가지 행위나 행태는 범죄 사실로도 그렇고 증거로도 제출이 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박 특검보는 박 전 장관이나 하급자 추가 조사 가능성에 대해 "(증거를) 보완하는 조치도 저희가 생각해 볼 수 있겠다"며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한지는 내부적인 논의를 통해 결정이 돼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hyun9@newspim.com 2025-10-15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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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 테더 '5700원·1600원' 제각각 거래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대표적인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 가격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크게 널뛰었다. 한때 가상자산 시장이 흔들리자 1600원에서 5700원까지 오가며 심한 변동성을 나타낸 것이다. 달러와 1:1 연동돼 '안전성'을 강조했지만 정작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불안정적인 자산이 된 셈이다. 1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6시쯤 업비트에서 거래되는 테더 가격이 1655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미국 트럼프대통령이 희토류 수출 통제에 맞서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이 급락했고 이에 따라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에 수요가 몰린 여파다. 빗썸에서 거래된 테더 시세창. [사진= 빗썸 갈무리] 테더는 달러와 1:1로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이때 달러/원 환율은 1436원이었지만 김치프리미엄이 10% 이상 붙으면서 테더 가격이 환율 이상으로 벌어졌다. 김치프리미엄은 국내와 해외거래소 간 가상자산 가격 차이를 의미한다. 같은 시각 빗썸에서는 테더 가격이 5755원까지 오르는 이상 급등 현상도 발생했다. 달러/원 환율을 상회한 것은 물론 업비트를 비롯한 다른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거래 가격 대비 3배 이상 뛰었다. 특히 빗썸의 경우 렌딩(코인 대여) 서비스 청산 과정에서 이 같은 급등 현상이 발생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빗썸의 렌딩서비스는 대여한 메이저 자산의 시세가 급등락해 자동상환 레벨에 도달하면 모두 시장가로 매도되는 구조다. 이후 확보된 원화로 대여했던 가상자산을 시장가로 매수해 상환하게 된다. 청산 과정에서 시장가 매수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테더 가격을 계속 밀어 올렸다는 관측이다. 테더 가격이 급격히 뛰면서 빗썸에서 테더를 대여한 일부 투자자들은 예기치 못한 청산 사태를 겪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 빗썸은 상환 매매 발생 시 시세 왜곡 상태를 방지하는 '도미노 청산 방지 시스템'의 작동 여부 등을 점검하고 후속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통상 달러 등 실물자산과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혀왔다. 테더 또한 국내 시장에서 달러 자산의 저장 및 거래 수단으로 활용도가 높게 평가됐다. 그런데 이번 변동성 장세에서 국내 거래소의 테더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등, 사실상 '스테이블코인=안전성'이라는 개념이 깨진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테더(USDT) 는 스테이블코인이기 때문에 다른 코인 가격이 변하더라도 가치는 유지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테더 수요가 높은 국내 하락장에는 1달러보다 가격이 높아지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며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파생상품을 사용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거래 청산을 막기 위해 추가 테더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주의도 요구된다. 국내시장에서 테더를 포함한 특정 가상자산에 대한 공급 대비 수요가 순간적으로 크게 앞서면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이 또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관련해 이날 기준 빗썸 내 대여금액 1위 종목은 테더로 대여 금액은 933억원이 달한다. 이는 2위인 비트코인 대여금액(218억원)의 4배 수준이다. 코인 대여 서비스 상위 자산인만큼 변동성 위기 시 청산 위험도 높게 평가된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자산 급등락이 발생할 때 국내 거래소에서 해당 가격변동이 100% 반영되지 않아 김치프리미엄 또는 역프리미엄이 발생하고 여기에는 테더도 포함된다"며 "이번 폭락 사태의 경우 국내 거래소의 원화 거래가격이 폭락을 전부 반영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김치프리미엄이 붙게 됐다"고 설명했다. romeok@newspim.com 2025-10-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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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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