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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팠더니 유물이" 문화재에 발목 잡히는 재건축...구체책 마련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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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 신길10구역 재건축 '급제동'
구석기 지층 발견에 공사 중단
문화재 발견 미신고 땐 형사처벌…조합·시공사 '속수무책'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서울의 한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착공 직전에 문화재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는 지층이 발견되며 사업이 일시정지됐다. 건설업계에서는 문화재 보존 필요성은 십분 인정하면서도 발굴에 들어가는 제반 비용을 시공사와 시행사가 부담해야 하는 현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2022.05.18 pangbin@newspim.com

◆ 신길동 재건축 현장서 구석기 지층 발견… 착공 미뤄지나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영등포구 신길10구역 남서울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착공 직전 구석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층이 발견됐다.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재건축 조합은 즉시 관할 구청과 국가유산청에 이 사실을 알렸다. 현재는 현장 보존 조치가 이뤄져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철거 후 착공 전 관련 규정에 따라 지층 조사를 한다"며 "구석기 시대 지층이 발견된 것이지 문화재가 발견된 것은 아직 아니며, 조합 신청에 따라 연말까지 문화재 존재 유무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행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매장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연면적 3만㎡ 이상이거나 면적이 이보다 작더라고 유적이 나올 것으로 추정되는 건설공사는 지표조사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물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신고해야 한다. 이후 국가유산청 허가가 떨어지면 정밀 발굴조사를 진행하는데, 심의를 통해 향후 사업 지연 기간이 크게 달라진다.

심의를 통해 결정되는 문화재 보존 방식은 문화재의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 문화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가치가 떨어지고 현상 보존도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발굴 조사한 내용만 기록하는 기록 보존이 있다. 공사 현장에서 문화재가 출토됐을 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해결 방식이다. 

그러나 역사성이나 희소성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는 판단이 나오는 경우 문화재를 발굴하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이전 보존이나 정비계획 변경을 수반하는 현장 보존도 때에 따라 가능하다. 이 경우 단지 설계를 전면적으로 바꿔야 하는 건 물론이고 착공과 준공 일정도 아예 바뀌게 되는 등 다양한 변수를 직면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문화재청은 광주~강진고속도로 건설현장 나주 구간에서 5~6세기쯤 축조된 고대 무덤을 현지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고속도로를 해당 문화재와 이격시키고 2.3㎞가량의 도로 선형을 변경하기로 하면서 공사가 약 2년 연장된 것은 물론 140억원 상당의 추가 예산이 투입됐다.

해당 사업지는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지상 29층, 총 812가구 규모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신길뉴타운 16개 구역 중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한 유일한 곳이지만 서울 지하철 7호선 신풍역 초역세권이라는 입지적 장점이 부각되며 기대를 모았다. 조합원들은 연말로 예정된 착공이 문화재 발굴을 이유로 미뤄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아직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에 지연에 대한 우려도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사 상황에 따라 방향이 결정되겠으나, 원래 착공 예정도 올해 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연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 "보상·인센티브 논의 있어야… 정부 차원 지원 필요"

지난해 10월 분양한 서울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잠실진주 재건축)도 문화재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대표적인 정비사업지다. 잠실진주는 2002년부터 재건축을 시작해 착공에 들어서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주택형에 따라 조합원 사이 이견이 심했고 2018년엔 대출 규제에 발목을 잡히는 등 이주 전까지 크고 작은 사건이 많았다.

그러나 2021년 11월 착공과 동시에 백제시대 집터와 저장구덩이가 대거 발굴됐다. 문화재청은 학술적, 역사적 가치를 위해 현지 보존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송파구청이 적극적으로 문화재청과의 대화에 나서며 협의가 이뤄졌다.

유물이 출토되지 않은 구역은 공사를 진행토록 하고 보존 가치가 있는 문화재는 단지 내 공원으로 이전시켜 보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문화재청이 이를 수용하기까지의 과정만 1년이 걸렸다. 이를 위해 기존 어린이공원을 역사공원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비계획안 변경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공사 중 발견한 문화재를 발굴하지 않고 그대로 사업을 진행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매장문화재를 발견한 자가 7일 이내에 이를 문화재청장에게 신고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법을 준수하면 최소 몇 달에서 최대 수 년이 소요되는 문화재 조사가 이뤄지는데, 사업시행자(조합)과 시공사가 할 수 있는 조치는 기다리는 것 외에 거의 없다. 공사 중단 기간 동안 늘어난 공사비도 사업자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발굴 결과 보존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결정되면 이에 따른 제반 비용도 사업자가 부담해야 했다.

이 같은 문제는 건설업계에서 꾸준한 개선 사안으로 거론돼 왔다. 정당한 보상없이 재산권 제한만을 강제하면 현장에서는 유물 발견 시 신고 대신 문화재 훼손이나 유물 은폐 등 불법을 저지르는 방향을 택하는 일이 늘어날 것이란 주장에서다.

김범수 광운대학교 대학원 건설법무학과 박사는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비용은 면적 등에 관계 없이 국가와 개발사업자가 반씩 부담해야 한다"며 "국가가 보유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보상금액에 상당하는 범위 내에 발굴된 유물의 일부를 돌려주는 양여보상 규정 신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공평동 룰'처럼 개발 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종로구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2015년 공평1·2·4지구 도시환경 정비사업지구에서 발견된 조선 한양과 근대 경성의 서울 골목길과 건물터를 전시해 놓은 곳이다.

당시 발굴된 문화재 규모를 감안할 때 현장 보존을 해야 했으나, 개발 사업을 중단하는 데 따라오는 손해도 상당히 컸다. 서울시는 건물 지하에 발굴 문화재를 전면 보존하고 대신 용적률을 200% 더 부여하겠다는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내세웠고, 시행자가 이를 받아들이며 서울 시내 한복판에 전시관이 들어섰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은 문화재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 수준이 높아 공사를 위해 문화재를 훼손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문화재 발굴로 인해 도시개발을 아예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국가나 정부 차원의 구체적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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