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열풍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riginal Sound Track, OST) 앨범이 미국 빌보드 차트를 섭렵하면서 음악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6월 넷플릭스에서 '케데헌'이 공개됐다. 미국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K팝 아이돌을 소재로 하는 최초의 해외 제작 애니로 화제를 모았다. K팝 음악을 활용한 뮤지컬 애니인 만큼 공개 후 K팝 걸그룹인 헌트릭스가 저승사자 보이그룹 사자보이즈로부터 팬을 지켜낸다는 콘셉트가 신선함을 더했다. 여기에 전통 민화 '호작도(호랑이와 까치)'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극중 캐릭터 호랑이 '더피'와 까치 '서씨'와 더불어 남산서울타워, 기와집, 한의원 등 한국적인 요소가 녹아 있어 보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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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 [사진=넷플릭스] |
작품에 대한 입소문이 타기 시작하면서 '케데헌'은 OST로 대중을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지난 7월 '케데헌' OST들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 대거 진입했다. 특히 극중 헌트릭스가 부른 '골든(Golden)'은 7월 5일자 '핫 100'에서 81위로 첫 진입했고, 사자보이즈의 '유어 아이돌(Your Idol)'은 77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골든'은 7월 12일 자 차트에서 무려 58계단 상승한 23위를, '유어 아이돌'은 46계단 상승해 31위를 차지했고, 헌트릭스의 '하우 잇츠 던(How It's Done)'과 사자보이즈의 '소다 팝(Soda Pop)'과 '테이크 다운(Take Down)이 각각 42위, 49위, 64위로 새롭에 진입했다. 특히 '골든'은 '핫 100' 차트에서 꾸준한 역주행 신드롬을 일으켰다.
7월 19일 자 차트에서는 6위, 26일 자에서는 4위, 8월 2일 자에서는 2위까지 올라왔고, 8월 16일 자에서는 '핫 100' 차트에서 장기 집권한 알렉스 워렌의 '오디너리(Ordinary)'를 밀어내고 1위에 올라섰다. 이로써 '골든'은 K팝 걸그룹 노래로서는 최초의 1위 곡이 됐다. 또한 2001년 비욘세가 있었던 데스티니스 차일드가 '부티리셔스(Bootylicious)'로 2주간 1위를 차지한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핫100' 1위를 차지한 3인 이상 여성 그룹의 노래가 됐다.
'골든'은 8월 30일 자 '핫 100'에서도 1위를 차지했고, 사자보이즈의 '유어 아이돌'과 '소다 팝'은 나란히 4, 5위를 차지했고, '하우 잇츠 던'은 10위에 오르면서 OST 중 4곡이 톱10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한 기록은 1958년 '핫 100' 차트가 출범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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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 '골든(Golden)'이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 '핫 100'에서 1위(8월 30일 자)를 차지했다. [사진=빌보드 홈페이지] 2025.08.29 alice09@newspim.com |
여기에 헌트릭스가 가창한 '테이크 다운'은 25위, 트와이스 정연·지효·채영이 가창한 '테이크 다운' 역시 53위에 랭크됐다. 지금까지 '핫 100'에서 2주 이상 정상을 지킨 K팝 장르의 노래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버터'(Butter·10주)와 '다이너마이트'(Dynamite·3주)에 이어 '골든'이 세 번째다.
특히 '케데헌' OST 앨범은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도 저력을 드러내고 있다. 8월 30일 자 '빌보드 200'에서는 2위를 기록하면서 3주 연속 상위권에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심재걸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러한 열풍에 대해 "'케데헌' OST 열풍은 스토리 있는 작품과 음악의 기막힌 시너지라고 본다. 음악도 서사가 중요한 시대에서 좋은 음악이 멋지게 결합됐다"라며 "작품 속 감동 포인트가 노래를 통해 계속 연상되며 음악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주고, 감동을 지속시켜주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 '케데헌', 美 K팝 스트리밍 이용량까지 늘렸다
실제로 '케데헌' OST 열풍이 일고 나서 미국 내 K팝 장르 전체 스트리밍 이용량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루미네이트가 26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케데헌' 공개일인 6월 20일 1억5000만회를 상회했던 K팝 장르 전체 스트리밍 이용량은 8월 기준 3억회를 넘었다.
루미네이트는 미국 빌보드 차트 음반 판매량 데이터를 공급하는 유명 시장조사업체인 만큼, 이들은 '케데헌'에 대해 "영화와 OST의 압도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K팝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케데헌' OST의 미국 내 스트리밍 이용량이 전체 K팝 장르 스트리밍 총량의 43%에 달한다. 두 달 사이에 K팝 전체 스트리밍의 절반 가까이 차지할 만큼 이용량이 급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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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미국 내 K팝 장르 스트리밍 이용량 추이 노란색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스트리밍 이용량. 하늘색은 '케데헌' OST를 제외한 발매 18개월 이내 K팝, 짙은 푸른색은 발매 18개월이 지난 K팝을 나타냄. [사진=루미네이트] 2025.08.29 alice09@newspim.com |
'케데헌' OST가 K팝 장르로 미국 내의 스트리밍 이용량을 늘렸지만, 아쉬운 지점도 분명 있다. OST의 인기가 다른 K팝 음악을 향한 관심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루미네이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케데헌' OST를 제외한 K팝 곡의 스트리밍 이용량은 6월 20일부터 8월 7일까지 그래프 상으로는 5000만회 가까이 증가하는데 그쳤다. '케데헌' OST처럼 눈에 띄는 상승세는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케데헌 OST'와 'K팝'은 별개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 평론가는 "'케데헌'의 OST는 말 그대로 작품을 위해 만들어진 사운드 트랙이다. OST의 인기가 'K팝'의 인기처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우려스러운 지점"이라며 "이건 약간 현실감이 다른 것 같다 '케데헌'이 K팝을 소재로 한 작품이고 K팝 가수들과 제작자들이 OST에 참여했지만, 이 열풍을 사운드 트랙과 작품의 인기로 봐야지, 이걸 K팝의 인기 상승으로 보면 현실을 왜곡해서 볼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짚었다.
이어 "물론 이 작품을 통해서 K팝이란 키워드가 확산이 됐고, 한국 문화를 알렸다는 긍정적인 영향은 있겠지만, 사운드 트랙과 작품의 인기로 K팝이 덕을 보거나 상승 효과는 현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을 거라고 본다"라며 "일례로 트와이스가 부른 '케데헌' OST가 '핫 100'에 랭크됐는데, 사운드 트랙 열풍이 K팝으로 이어졌다면 트와이스의 다른 곡이 순위에 올라가거나 스트리밍 이용량이 늘어야 하는데 그런 상황은 아니다. '케데헌' 인기가 부각되면서 K팝 저변이 넓어질 수도 있다고 봐야지, 당장 K팝이 발판 삼아서 실질적으로 수치화된 성과를 거두는 건 어렵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