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2차관 체제' 개편…소상공인 정책 전담
李 '소상공인 생존권 보호' 강조…정책 중요성↑
정책 현장 기대감 고조…추진력·실행력 강화 예상
중기부 내 정책 주도권 둘러싼 '힘겨루기' 우려도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정부가 중소벤처기업부에 소상공인 전담 차관을 신설한다. 기존 벤처·중소기업 중심 체계에서 벗어나 소상공인 정책을 독립적으로 총괄할 컨트롤타워를 두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소상공인 생존권 보호는 핵심 국정과제로 부상했다. 정부는 부채 경감과 상권 회복 지원 등을 민생 1순위 과제로 내세운 데 이어, 추가경정예산(추경)마다 손실 보전금과 금융 지원 예산을 대규모로 투입해 왔다.
이번 전담 차관 신설은 이러한 기조를 정부 조직 차원에서 제도화한 조치로, 소상공인 정책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리는 의미를 갖는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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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개편 개관 [자료=행정안전부] |
◆ 중기부 '소상공인 전담 차관' 신설…李정부 국정과제 제도화
9일 정부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정부·대통령실(당·정·대)은 지난 7일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통해 중기부에 소상공인을 전담하는 제2차관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2차관은 소상공인 지원·육성·보호 등 관련 기능을 종합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그동안 중기부는 벤처·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정책을 함께 담당하는 단일 차관 체제로 운영돼 왔으나, 주로 벤처·스타트업 정책에 무게가 실리면서 상대적으로 소상공인 정책은 뒷전으로 밀린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소상공인 정책실은 주요 정책 라인에 속해 있지만, 예산 배분이나 국정 어젠다 반영 과정 등에 있어 영향력이 제한적이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고, 소상공인 정책을 독자적으로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는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소상공인 생존권 보호'와도 맞닿아 있는 행보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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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왼쪽)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9.08 photo@newspim.com |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코로나19 피해 보상과 자영업자 부채 경감, 상권 회복 지원 등을 민생 1순위 과제로 공약한 바 있다. 취임 이후에도 소상공인 정책을 별도 국정과제로 분류해 추경 편성 때마다 손실 보전금과 융자 지원 예산을 대규모로 책정했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 추경에는 소상공인 금융 지원 프로그램이 핵심 항목으로 포함되는 등 정책 우선순위가 확인됐다.
소상공인 단체들도 이번 개편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동안 전통시장과 자영업자 단체들은 중기부 내에서 소상공인 정책의 위상 강화가 필요하다고 꾸준히 요구해 왔는데, 이번 조직 개편이 그 요구를 제도적으로 반영했다는 평가다. 특히 소상공인연합회가 대선 공약 단계에서부터 전담 차관 신설을 줄곧 주장해온 만큼, 이번 결정이 정치권이 소상공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는 상징적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중기부 소상공인 전담차관 신설을 적극 환영한다. 앞으로 소상공인 전담 차관이 현장의 소통 창구로서 제 역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며 "전담 차관에는 소상공인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다양한 정책 수행과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임명돼 소상공인 정책 전환은 이끌어주길 바란다. 역대급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 경영 환경의 돌파구를 마련해 달라"고 전했다.
◆ 기대·우려 교차…"정책 효과 높아져" vs "힘겨루기·갈등 생겨"
이번 중기부 조직 개편을 두고 관가와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우선 소상공인 전담 차관이 신설되면 그간 벤처·스타트업 중심으로 쏠렸던 정책 무게추가 일정 부분 바로잡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소상공인 정책이 별도의 차관 라인에서 총괄되는 만큼, 전통시장 상인회나 자영업 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요구가 기존보다 빠르고 직접적으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에 대한 기대도 뒤따른다. 소상공인 금융 지원 프로그램과 온라인 판로 확대 정책, 골목상권 회복 프로젝트 등 지금까지 산발적으로 추진되던 과제들이 전담 차관 지휘 아래 체계적으로 묶일 경우 효과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사업들이 현장의 목소리에 맞춰 더욱 구체적인 실행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현실적인 제약도 만만치 않다. 소상공인 정책을 전담하는 차관이 신설되더라도 성과를 내려면 이를 뒷받침할 조직 재편과 안정적인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다. 아울러 이번 조직 개편에 따라 기획재정부가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되는 만큼, 새로운 재정 컨트롤타워 체제 속에서 소상공인 관련 사업이 우선순위에 포함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소상공인 지원이 다른 거대 재정 사업에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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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중소벤처기업부 전경 [자료=중소벤처기업부] 2023.04.19 victory@newspim.com |
부처 내부적으로도 우려는 존재한다. 새로운 차관직이 만들어지면서 기존 중기부 내 부서 간 업무 분장에 혼선이 생기거나, 정책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벤처·스타트업 중심 정책 라인과 소상공인 정책 라인이 경쟁 구도로 비칠 경우, 효율적 추진보다는 조직 간 갈등이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이 잠재적 위험으로 꼽힌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직제 확대라기보다는 행정 수요와 업무량 증가를 반영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소상공인 정책의 비중이 커지고 현안이 복잡해진 만큼, 별도 라인을 신설해 대응력을 높이는 게 정부 차원에서도 필요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영범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전 한국행정학회장)는 "중기부에 차관직을 신설한다는 것은 그동안 행정 수요와 업무량이 과중돼 있었다는 반증이자, 정부가 소상공인 정책을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라며 "정부가 소상공인 관련 업무 효율화와 적극적 대응 등을 위해 이번 개편을 단행했지만, 실제로 효과가 나타날지는 향후 예산 배분이나 정책 집행 과정 등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r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