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공급 물량·입지 불투명… "필요한 곳, 적절한 시기에 공급해야"
재개발 임대 확대·학교용지 기부채납 등 현장 혼선 우려 지적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의 새로운 공급대책이 표면적으론 공급 확대 방안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기존 계획의 속도를 조절하고 공공 역할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해석이 나왔다. 절대적으로 공급 물량을 늘리기 보단 수요 억제와 시장 관리에 무게를 둔 '예고편' 성격을 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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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9일 박기주 여의도연구원 산업경제정책실장은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부동산 공급대책 평가와 전망 긴급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2025.09.09 chulsoofriend@newspim.com |
9일 박기주 여의도연구원 산업경제정책실장은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부동산 공급대책 평가와 전망 긴급토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정부는 지난 7일 2030년까지 5년간 수도권에 총 135만가구 이상의 주택을 착공한다는 내용을 담은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주택공급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 부문의 역할을 확대하고, 이행력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직접 시행이다. 그 동안 LH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주택용지 매각에서 민간 건설사와의 협력을 통해 고품질의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사업 방식을 전환한다. 용적률 상향 등 토지이용도 효율성도 높여 향후 5년 동안 수도권에 총 6만가구를 착공한다.
주거 선호도가 높은 도심 내 유휴부지와 노후시설을 활용해 주택 공급량을 늘린다. 1989년부터 건설된 공공임대주택을 고밀도로 전면 재건축해 2만3000가구를, 위례 업무시설 부지 등 유휴부지도 개발해 4000가구를 각각 공급한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도 사업속도를 높여 2030년까지 수도권 내 23만4000가구 착공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 실장은 대책에 주택 공급 방법별 순공급 물량이 포함되지 않았고, 공급 시점과 선호 입지를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동안 증가하던 전국 1인 가구수는 2022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하는 등 예전처럼 공급 가구수를 무조건 늘려야 하는 동력이 사라졌다"며 "필요한 곳에 필요한 주택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양만큼 공급하는 방식의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개발 의무 임대 대상으로 입주 가능한 세입자 범위를 넓힌다는 지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현재는 기준일(구역지정 공람·공고 3개월 전) 거주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앞으로는 입주자 선정 후 남는 물량에 대해선 기준일 이후 들어오는 세입자도 살 수 있게 된다. 보상을 받으려고 뒤늦게 들어오는 세입자가 늘어나거나, 이주나 철거 시점에서 사업 지연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 학교용지 관련 기부채납 부담을 완화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640가구 이상 공동주택 건설 시 사업자는 분양가의 0.4%에 해당하는 학교용지부담금을 납부해야 하고, 300가구 이상의 아파트를 지을 때는 학교용지 조성·공급 의무를 진다. 하지만 인허가 과정에서 법률상 근거 없는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 사례가 있음이 알려지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기부채납 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이 골자다.
박 실장은 "(이번 대책은) 일부 현장에만 적용돼 일관된 공급 확대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며 "학교용지를 둘러싼 기부채납이나 각종 부담금 등의 기준이 지방자치단체나 사업별로 일원화되지 않아 사업비 예측성과 투명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거래질서 확립을 목표로 도입한 특별사법경찰관리(특사경) 신설과, 금융위원회·국세청·경찰청·금융감독원 등과의 합동단속 체계 구축 기저에는 전반적인 규제 강화 방향성을 제시하려는 목적이 엿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하 '토허구역') 지정 권한을 국토부 장관으로 확대한 것 또한 투기우려지역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 가능성을 높이는 조치 중 하나라는 의견이다.
박 실장은 "앞으로 부동산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세무 조사를 늘리는 등 본격적인 규제를 위한 포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부동산 가격 상승 시 추가적인 규제 확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향후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 전망으로는 ▲공공 중심의 공급 기조 강화 ▲가계대출 및 자금출처 규제 강화 등이 제시됐다. 이번 대책 이후에도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른다면 이른바 '부동산감독원'과 확대된 토허구역 지정 권한을 이용한 강력한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다.
박 실장은 "전세자금대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 등을 고려할 수도 있다"며 "수요 억제를 위해 강력한 세금 강화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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