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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이 기회다] '평화의 도시' 히로시마·'자전거 순례지' 오노미치

기사입력 : 2025년09월13일 12:00

최종수정 : 2025년10월03일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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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의 상흔 딛고 부활한 지역 거점도시
젊은 창업가 '흡수'하는 조용한 항구 마을
자전거 도로 따라 문화와 이야기 풍성

◼ 로컬이 기회다 - 로컬올래 <일본 히로시마 오노미치①>

현재 대한민국에서 지방 소멸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 지역 균형 발전, 지방 소멸 대응 기금, 지방 시대 등 소멸 위기 대응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왔지만, 지방 소멸은 오히려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뉴스핌은 지역의 특성에 가치를 더해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에 주목한다. 로컬크리에이터는 전국 곳곳에서 경제적 활성화와 새로운 생활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청년에게는 새로운 기회와 성장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로컬 전문가'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가 함께하고 있는 뉴스핌의 <로컬이 기회다 - 로컬올래> 시리즈는 한 사람에서 마을 공동체, 지역 공동체로 확산되면서 지역의 활력을 이끌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의 도전과 성장기를 담아낸다. 바로 지역의 가치와 사람, 혁신과 창조의 이야기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따져본다. 현장과 학계, 로컬 전문가 등의 제언을 들어 로컬 상생의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한다. 또한 미국 포틀랜드, 프랑스 리옹 등 해외 로컬크리에이터 선진지의 현실과 전략, 미래 비전을 조명해 지속 가능한 로컬 생태계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히로시마. 세계인들에게는 인류 최초로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으로 알려진 일본의 지방 도시다. 태평양 전쟁 시기에 군사기지로 발전해 한때 아시아 제국(諸國)들을 침략하는 발판으로써 번영했으나, 그 야망과 함께 잿더미가 됐다. 그러나 지금은 전쟁의 상흔을 딛고 평화롭고 온화한 분위기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장소로 탈바꿈했다.

히로시마 근교의 작은 항구 도시인 오노미치(尾道, Onomichi)는 전후 쇠락기를 거쳐 지금은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창업 허브로 발전 중이다. 일본 혼슈 섬과 시고쿠 지역을 잇는 경유지로, 수려한 자연 풍광과 문화 자산을 바탕으로한 관광 산업이 뜨고 있다. 특히 폐창고를 리모델링해 자전거 여행자들을 위한 쉼터로 거듭난 U2는 오노미치 부활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다.

<뉴스핌>은 9월초 로컬 전문가인 채지민 성신여대 지리학과 교수와 함께 일본 히로시마와 오노미치, 그리고 세토내해(瀬戸内海)에서 자전거 여행자들을 반기는 이쿠치지마(生口島) 섬 이곳 저곳을 취재했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히로시마현의 소도시 오노미치에 있는 센코지 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시 전경. 앞에 있는 바다는 세토내해(瀨戶]內海)로 이 바닷길을 따라 조선통신사가 왕래했다. 2025.09.05 calebcao@newspim.com

4일 오전 히로시마 공항에 도착한 취재팀은 히로시마 시내로 이동해 히로시마 시립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이언용 전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사무관을 만났다. 히로시마에서 4년째 거주 중인 이 전 사무관은 2004년부터 2017년까지 문체부에서 근무했다. 이 지역에 대해 그보다 더 잘 설명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전 사무관이 소개한 히로시마는 과거엔 '군사 거점', 지금은 '평화의 도시'이다. 일본 제국에 의해 국권이 침탈당한 역사를 가진 한국에게도 히로시마는 역사적 관련성이 큰 도시이다.

[히로시마=뉴스핌] 조준경 기자 = 지난 4일 오전 이언용 전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사무관이 히로시마 소재 호텔 로비에서 채지민 교수와 함께 히로시마와 오노미치 지역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09.04 calebcao@newspim.com

"과거 2차 세계대전 시기에는 군사기지였습니다. 만주로 출병하는 군인들이 여기서 양성됐고, 야마토 전함이라는 거대 전함을 만든 인근의 구레(吳) 조선소가 있으며, 미국 진주만을 공격한 일본 군함들도 이곳에서 건조했습니다. 한반도에서는 1894년에 청일전쟁이, 1904년에 러일전쟁이 있었죠. 일본이 승리하면서 제국주의로 가게 되는데, 그 출발점이 여기였고 모든 배들이 이곳을 거쳐 출항했습니다." 이 전 사무관의 설명이다.

도쿄에서부터 히로시마까지 철도가 놓여 졌고, 훗날 그 철도는 야마구치현(県, 일본의 행정구역)의 시모노세키까지 연결된다. 시모노세키가 조선 병탄의 거점이었으니 그 병참 기지 역할을 한 히로시마는 여러모로 한반도와 뗄 수 없는 관계다. 일제 패망의 마침표를 찍은 두 차례 원폭 투하의 첫번째 목표물이 됐으나, 히로시마에 살고 있던 조선인들도 상당수가 피해를 입었다.

[히로시마=뉴스핌] 조준경 기자 =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의 아치 안쪽 너머로 '원폭돔'이 보이는 모습. 2025.09.04 calebcao@newspim.com

1945년 당시 인구 10분의 1이 조선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한 사람은 2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일본측 공식 기록은 7000여명이다. 전체 사망자를 14만명으로 추산하는데, 조선인의 비중이 결코 적지 않다.

이 전 사무관은 "원자폭탄을 개발한 스토리인 '오펜하이머(2023)'라는 영화가 나온 뒤 서양인 관광객들이 늘어난 것 같다"면서 "지금 세계 곳곳에서 전쟁 중이고 핵무기 이야기가 나오니 궁금해서 찾아오는 것이다. 우리가 인터뷰하고 있는 이곳(폭심지로부터 약 600m 밖의 호텔) 일대는 전부 사라졌었고, 모두 새로 지은 건물들"이라며 창 밖을 바라봤다. 빌딩 숲 너머로 또 다른 건물을 세우는 크레인이 움직이고 있었다.

[히로시마=뉴스핌] 조준경 기자 =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안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2025.09.04 calebcao@newspim.com

현재 폭심지 인근에는 평화기념공원이 조성돼 있다. 일본 정부는 평화기념자료관을 짓고 원폭으로 인해 화상을 입거나 방사능에 피폭돼 사망한 사람들의 사진들을 전시해 놓았다.

"도시가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평화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도 굉장히 많고, 정부를 향한 반골 기질도 있어요. 또 평화와 반핵(反核)에 대한 것을 어렸을 때부터 배우는 '평화학습'이라는 책을 어렸을 때부터 히로시마 중고등학생들은 공부합니다. 수학여행으로도 많이 오는 곳입니다."

[히로시마=뉴스핌] 조준경 기자 = 지금은 풀잎만 무성한 일본군 대본영 터. 2차 세계대전 당시 육군과 해군의 군무를 총괄하던 곳이었다. 2025.09.04 calebcao@newspim.com

평화기념공원 안에는 꺼지지 않는 평화의 불이 지금도 타오르고 있다. 그 아래에는 원폭으로 희생된 사람들이 일본, 조선, 서양인 유골이 한데 어우러져 묻혀 있다.

히로시마가 나가사키와 함께 원폭 피해를 입었지만 빠르게 복구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가 원폭 피해에 대한 보상법과 복구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는 편의가 제공됐고, 건물도 관련 법에 근거에 다시 지었다. 츄고쿠(中国, 일본 혼슈섬 서쪽 끝에 있는 지방) 지방의 거점 도시인 점도 한몫 했다.

이 전 사무관은 "유니클로 창업자가 히로시마현 옆의 야마구치현 출신인데, 히로시마가 이곳의 핵심 지역이라 가장 먼저 이곳에 가게를 처음 열었다. 히로시마 원도심은 다른 지역에 비해서도 활기가 돌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도심이 죽어가는 문제가 있는 것과는 반대"라고 지적했다. 히로시마의 대학생들이 졸업 후 지역에 잔류하는 비율도 60%대로 높은 편이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오노미치의 중심 상점가인 '오노미치 혼도오리(本通り) 상점가' 모습. 2025.09.05 calebcao@newspim.com

취재팀은 5일 버스를 타고 히로시마로부터 약 80여km 거리에 있는 오노미치로 이동했다. 한적한 작은 항구도시인 오노미치는 284.88㎢의 넓이에 약 13만여명 인구가 살고있다. 헤이안 시대인 1169년부터 명나라와의 무역선이 오가던 세토내해의 기항지로 번영을 이뤘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전후 20년~30년간 중심거리가 황폐해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10년새 젊은이들이 이주해와 카페, 식당, 갤러리, 공방 등을 창업하며 활기를 보태고 있다.

오노미치는 청년들의 정착을 위해 이주지원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도시인 도쿄에서 이주해오면 올해 기준으로 1인일 경우 60만엔(한화 약 565만원), 2인 이상 가족일 경우 100만엔(약 941만원)을 지원한다. 여기에 18세 미만 자녀를 대동하면 1인당 100만엔이 추가 지급된다. 그러나 올해 지원금 지급은 이미 지난 4월 예산 상한에 도달해 중지될 정도로 인기있는 이주 희망지이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상점들이 밀집한 중심가인 '오노미치 혼도오리(本通り) 상점가'이다. 금요일 오전임에도 관광을 온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상점가를 거닐며 구경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혼도오리를 따라서 오노미치의 명물인 라멘집들과 갤러리, 공방들이 늘어서 있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1923년 건립된 '오노미치 상업회의소' 건물이 지역의 역사 박물관 겸 주민들의 회의소 역할을 하고 있다. 2025.09.05 calebcao@newspim.com

이 거리에는 1923년에 지어진 '오노미치 상업회의소' 건물이 도시의 역사 박물관 기능을 맡고 있다. 놀라운 것은 2층에 있는 50여명을 수용하는 의사당이 개방돼 있는 것도 모자라 주민들이 한화 5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대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혼도오리 상점가와 연결된 골목길들도 저마다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소설 '방랑기'로 유명한 여류 작가 하야시 후미코(林芙美子)가 머물던 집도 골목길 안쪽에 위치해 있다. 혼도오리에서 올려다 보이는 산 중턱에도 많은 문인들이 과거 바다를 내려다보며 시와 창작 활동을 했던 공간들이 남아 있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좌) 오노미치 혼도오리와 연결된 작은 골목길 (우) 오노미치 혼도오리에 있는 청년 예술가들의 '크리에이터 마켓' 2025.09.05 calebcao@newspim.com

상점가에는 젊은 예술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크리에이터 숍도 있다. '오노미치 크리에이터 마켓'에서 만난 지역 20대의 젊은 예술가 테라사카 사야카 씨는 오노미치 시립대학에서 미술연구학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가게의 주인도 테라사카 씨도 모두 오노미치 출신이 아닌 외지인으로 왔다가 정착한 사람들이다.

테라사카 씨는 오노미치에 들렀다가 이 지역의 분위기에 빠져 눌러앉았다고 한다. 다른 예술가나 청년 사업가들도 비슷한 이유로 정착했다. 청년이 살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지역 활성화의 시작이 됐다.

테라사카 씨는 "장래에 나만의 가게를 만들고 싶어서 앞으로도 오노미치에 살거 같다"며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이라고 말했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센코지 전망대로 올라가는 언덕길에서 바라본 오노미치 혼도오리 쪽 거리 모습. 철도 아래로 나있는 굴다리가 통행을 이어준다. 2025.09.05 calebcao@newspim.com

상점가를 따라 불교 사찰인 센코지(天光寺)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길을 따라 걸으면 일본 애니메이션에 봤을 법한 풍경이 펼쳐진다. 한쪽에서는 푸른 바다가 내려다 보이고, 다른 쪽에선 철도길을 건너편으로 일본식 공동묘지와 절, 푸른 녹음이 우거진 숲이 눈에 들어온다.

센코지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탑승하면 해발 144m 높이의 센코지공원에 다다를 수 있다. 전망대에서는 세토내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세토내해 바닷길을 따라서 조선통신사들이 오사카까지 갔고, 오노미치에 들러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센코지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오노미치 전경. 2025.09.05 calebcao@newspim.com

센코지공원에는 오노미치 시립미술관을 비롯해 다양한 볼거리가 넘쳐난다. 산비탈을 따라 내려가며 구경할 수 있는 '문학의 길'과 고양이들이 몰려 사는 '고양이 골목'은 관광객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고양이 골목에는 돌에 고양이 페인팅을 입힌 후쿠이시네코(福石猫)와 고양이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골목 곳곳에서 고양이들이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온순한 고양이들이 튀어나와 자신을 쓰다듬어 달라고 접근한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오노미치 고양이 골목길에는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고양이들이 곳곳에서 드러누워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고양이 골목길의 고양이 모습. 2025.09.05 calebcao@newspim.com

오노미치가 관광지로 각광을 받는 또 한가지 이유는 해안가에 있던 1943년에 지어진 '우와야(上屋) 2호 창고'를 리노베이션한 '오노미치 U2(2014년 3월 오픈)'다. 이름의 유래는 '우에야 2호 창고'에서 한 글자씩 따온 것이다. '마을 안의 작은 마을'을 테마로 자전거 여행객들을 위한 호텔, 레스토랑, 바, 카페, 자전거 숍이 입점해 있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오노미치 U2' 2025.09.05 calebcao@newspim.com

약 2000㎡의 창고 안은 입구부터 호텔까지 중앙으로 길게 통로가 뻗어 있다. 혼도리 상점가에서 설계 구상을 얻었다고 한다. 내부의 호텔 싸이클(CYCLE)은 자전거 여행자들 친화적으로 설계됐다. 객실에는 자전거를 걸어 놓을 수 있는 행거가 벽면에 설치돼 있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오노미치 U2' 내부의 자전거 샵. 2025.09.05 calebcao@newspim.com

오노미치가 자전거 여행의 주요 경유지가 된 이유는 일본 최대 섬인 혼슈 섬에서 시코쿠섬을 연결하는 오노미치 다리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 다리와 도로를 따라 일본은 자전거 길을 조성해 놓았다. 이 길을 '시마나미 카이도(しまなみ海道)'라고 부른다.

길을 따라 가면 무카이시마(向島), 인노시마(因島), 이쿠치지마(生口島), 오미시마(大三島) 섬 등으로 연결된다. 7개의 섬을 거치면 시코쿠에 다다른다.

달리면서 보이는 바닷가 풍경은 일본 최초로 지정됐으며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세토내해 국립공원이다. 우리나라의 한려해상국립공원처럼 여러 섬들과 바다를 둘러볼 수 있는 코스다.

취재팀이 U2를 둘러보고 있는 중에도 사이클 복장을 한 여행객들이 내부 이곳 저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노미치=뉴스핌] 조준경 기자 = 6일 오전 배를 타고 오노미치 부두에서 이쿠치지마로 떠나는 모습. 정면에 보이는 도시가 오노미치다. 2025.09.06 calebcao@newspim.com

6일 이른 아침 취재팀은 오노미치역 앞 부두에서 배를 타고 이쿠치지마 섬으로 향했다. 이쿠치지마 섬이 다리로 이어진 때는 1991년이다. 오노미치 쪽에서 세어 보면 다리로 세번째로 연결된 섬이다.

섬은 온난한 기후를 살려 감귤과 레몬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섬 곳곳의 상점가에는 특산품을 이용한 디저트나 건조과일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농사만 짓는 동네는 아니다.

[이쿠치지마=뉴스핌] 조준경 기자 = 6일 오전 뉴스핌 취재팀과 만나 이야기 보따리를 푼 이쿠치지마 토박이 만도코로 할머니. 2025.09.06 calebcao@newspim.com

이곳은 일본화(日本畵)의 거장인 히라야마 이쿠오(1930-2009) 화백이 태어난 곳이다. 그의 성장기와 소년시절에 그린 회화, 원숙기에 만들어낸 대표 작품까지 전시한 '히라야마 이쿠오 미술관'이 들어서서 예술팬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부두 바로 앞에 있는 '시오마치 상점가'는 쇠퇴해 가고 있었으나 시마나미 카이도를 달리는 자전거 여행객들이 SNS로 이 거리를 홍보하며 지금은 기념품 가게와 카페, 호텔이 운영되고 있다.

부모님도 자신도 섬에서 나고 자랐다는 70대 만도코로 할머니는 상점가 한복판에서 일본식 말차를 판매하고 있다. 취재진과 우연하게 만난 그는 일본어가 통하자 연신 반갑다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이쿠치지마=뉴스핌] 조준경 기자 = 이쿠치지마 시오마치 상점가를 지나는 자전거 여행객들. 2025.09.06 calebcao@newspim.com

할머니는 "외국인들이 많이 와. 서양인 보다는 아시아인들이 체감상 좀 더 많은 것 같네. 대만, 중국, 한국인들이 특히 많아"라며, 기자를 향해 "일본어 잘하네? 교수님은 아름다우시고"라고 칭찬을 쏟아 낸다.

그러면서 "여기는 자전거 여행 교통의 요지야. 이 앞에 코산지 절에 가봤어? 어머니를 위한 효심으로 지은 절이야. 그거 지은 이후로 여기가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고 해. 덕분에 우린 돈도 벌고 고맙지"라고 설명했다.

[이쿠치지마=뉴스핌] 조준경 기자 = 이쿠치지마 코산지 앞에서 자전거 여행객들이 자전거를 주차하는 모습. 2025.09.06 calebcao@newspim.com

코산지(耕三寺)는 1936년에 오사카에서 특수강관 제조회사를 운영하던 기술자이자 사업가인 코산지 코조(耕三寺 耕三, 1891-1970)가 어머니의 죽음 이후 어머니께 얻은 은혜를 감사하기 위해 건립한 절이다. 절 앞에는 여행객들이 자전거를 주차할 수 있도록 주차 시설을 마련해 놓았다.

외국인들이 오면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어봤다.

할머니는 "외국어를 못하니까 서로 인사하고 싶어도 대화가 불가능한 게 불편하지"라며 "그래도 사람들이 오면 차 대접하는 일이 즐거워"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자전거 여행객들이 이쿠치지마 섬의 도로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향하고 있다. 2025.09.06 calebcao@newspim.com

수려한 자연 풍광, 맛있는 레몬과 감귤, 소도시와 작은 섬이 가지고 있는 문화 유산, 여러 인물들의 스토리, 자전거 도로라는 훌륭한 인프라, 방치됐던 폐공장의 화려한 변신이 여행객들에게 메마른 땅만 보며 달려 가는 것이 아닌 풍성한 볼거리와 경험을 선사하고 있었다.

calebcao@newspim.com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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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 테더 '5700원·1600원' 제각각 거래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대표적인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 가격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크게 널뛰었다. 한때 가상자산 시장이 흔들리자 1600원에서 5700원까지 오가며 심한 변동성을 나타낸 것이다. 달러와 1:1 연동돼 '안전성'을 강조했지만 정작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불안정적인 자산이 된 셈이다. 1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6시쯤 업비트에서 거래되는 테더 가격이 1655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미국 트럼프대통령이 희토류 수출 통제에 맞서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이 급락했고 이에 따라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에 수요가 몰린 여파다. 빗썸에서 거래된 테더 시세창. [사진= 빗썸 갈무리] 테더는 달러와 1:1로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이때 달러/원 환율은 1436원이었지만 김치프리미엄이 10% 이상 붙으면서 테더 가격이 환율 이상으로 벌어졌다. 김치프리미엄은 국내와 해외거래소 간 가상자산 가격 차이를 의미한다. 같은 시각 빗썸에서는 테더 가격이 5755원까지 오르는 이상 급등 현상도 발생했다. 달러/원 환율을 상회한 것은 물론 업비트를 비롯한 다른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거래 가격 대비 3배 이상 뛰었다. 특히 빗썸의 경우 렌딩(코인 대여) 서비스 청산 과정에서 이 같은 급등 현상이 발생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빗썸의 렌딩서비스는 대여한 메이저 자산의 시세가 급등락해 자동상환 레벨에 도달하면 모두 시장가로 매도되는 구조다. 이후 확보된 원화로 대여했던 가상자산을 시장가로 매수해 상환하게 된다. 청산 과정에서 시장가 매수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테더 가격을 계속 밀어 올렸다는 관측이다. 테더 가격이 급격히 뛰면서 빗썸에서 테더를 대여한 일부 투자자들은 예기치 못한 청산 사태를 겪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 빗썸은 상환 매매 발생 시 시세 왜곡 상태를 방지하는 '도미노 청산 방지 시스템'의 작동 여부 등을 점검하고 후속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통상 달러 등 실물자산과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혀왔다. 테더 또한 국내 시장에서 달러 자산의 저장 및 거래 수단으로 활용도가 높게 평가됐다. 그런데 이번 변동성 장세에서 국내 거래소의 테더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등, 사실상 '스테이블코인=안전성'이라는 개념이 깨진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테더(USDT) 는 스테이블코인이기 때문에 다른 코인 가격이 변하더라도 가치는 유지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테더 수요가 높은 국내 하락장에는 1달러보다 가격이 높아지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며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파생상품을 사용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거래 청산을 막기 위해 추가 테더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주의도 요구된다. 국내시장에서 테더를 포함한 특정 가상자산에 대한 공급 대비 수요가 순간적으로 크게 앞서면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이 또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관련해 이날 기준 빗썸 내 대여금액 1위 종목은 테더로 대여 금액은 933억원이 달한다. 이는 2위인 비트코인 대여금액(218억원)의 4배 수준이다. 코인 대여 서비스 상위 자산인만큼 변동성 위기 시 청산 위험도 높게 평가된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자산 급등락이 발생할 때 국내 거래소에서 해당 가격변동이 100% 반영되지 않아 김치프리미엄 또는 역프리미엄이 발생하고 여기에는 테더도 포함된다"며 "이번 폭락 사태의 경우 국내 거래소의 원화 거래가격이 폭락을 전부 반영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김치프리미엄이 붙게 됐다"고 설명했다. romeok@newspim.com 2025-10-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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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온스당 4100달러 돌파…유가 상승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과 중국 간 여전한 무역 갈등 우려와 금리 인하 기대감 속에 13일(현지시간) 금값이 온스당 4100달러를 돌파했다. 국제유가는 반등했는데 백악관이 중국과의 긴장 완화를 위한 합의 가능성을 시사한 데 주목하며 배럴당 60달러 아래에 머물렀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12월물은 3.3% 뛴 온스당 4,133달러에 마감했다. 금 현물은 장중 한때 4,116.77달러까지 올랐다가 한국시간 기준 14일 오전 2시 47분 기준 2.2% 오른 온스당 4,106.48달러를 기록했다. 금괴 [사진=로이터 뉴스핌]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한 중국에 오는 11월 1일부터 추가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고, 이달 말 한국 경주에서 예정됐던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만날 이유가 없는 것 같다"며 부정적으로 발언해 긴장감을 키웠다. 이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을 만날 것으로 낙관하면서 갈등 완화를 시사하긴 했으나,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완전히 떨치지는 못했다. 금 가격은 올해 들어 56% 상승하며 지난주 처음으로 4,0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이번 상승세는 지정학적·경제적 불확실성,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 중앙은행들의 꾸준한 금 매입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블루라인퓨처스의 최고시장전략가 필립 스트리블은 "금 가격의 상승 모멘텀은 충분히 이어질 수 있다"며 "2026년 말까지 5,0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들의 꾸준한 매입, 탄탄한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입, 미·중 무역 긴장, 그리고 낮은 미국 금리 전망이 금 시장의 구조적 지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트레이더들은 10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97%, 12월 인하 확률을 100%로 반영하고 있다. 금은 이자 수익이 없는 자산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저금리 환경에서 강세를 보인다. 애나 폴슨 미국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전국 경제학회(NABE) 연례회의에서 올해 2차례 추가 금리 인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소시에테제네랄 애널리스트들은 금 가격이 2026년에 5,0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스탠다드차타드는 내년 금 가격 평균 전망치를 4,488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상품 리서치 글로벌 헤드 수키 쿠퍼는 "이번 랠리는 지속될 여력이 있다고 보지만, 장기 상승세를 위해서는 단기 조정이 오히려 건강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물 은 가격은 3.1% 오른 온스당 51.82달러를 기록했으며, 장중 한때 52.12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과 마찬가지로 은 가격도 금리 인하 기대와 공급 부족 등 요인으로 지지를 받고 있다. 유가도 미중 관련 소식을 지켜보며 반등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2월물은 배럴당 59센트(0.9%) 오른 63.32달러에 마감했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은 59센트(1%) 상승한 59.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중국과의 관계는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11월 1일로 예정된 관세 부과 계획은 여전히 유지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 깊숙이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토마호크 미사일'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 회원국으로부터의 원유 공급 차질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유가 상승 재료가 됐다. DBS의 애널리스트 수브로 사카르는 "현재 시장의 매도세는 워싱턴과 베이징이 협상 의지를 보이면서 진정된 모습"이라며 "단기적 유가 흐름은 결국 무역 협상의 결과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OPEC은 이날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의 전 세계 석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기존 수준으로 유지했다. OPEC은 보고서에서, OPEC+ 산유국들의 증산이 이어지면서 2026년 석유 공급 부족 규모가 이전 예상보다 훨씬 작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합의가 이뤄지면서, 전 세계 원유의 3분의 1이 생산되는 중동 지역에서 전투가 재점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완화됐다. 이날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남아 있던 마지막 생존 이스라엘 인질들을 석방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0-14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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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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