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박 회장에 4대 요구안 전달 후 답변 요청
부산 이전 반대 공식화 없으면 출근 저지 투쟁
조직갈등 봉합 급선무, 노조 협의 여부 관심사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박상진 신임 산업은행(산은) 회장의 첫 출근이 노동조합(노조)에 막혀 연기됐다. 노조는 '부산 이전 반대 공론화' 등 4대 요구안에 대한 박 회장의 답변 여부에 따라 출근 저지 투쟁까지 예고한 상태다. 내부갈등 봉합을 필두로 굵직한 현안을 마주한 박 회장이 첫 단추를 어떻게 채울지 관심이 모아진다.
박 회장은 지난 10일 이재명 대통령의 임명 재가를 받았지만 11일 첫 출근을 미루고 산은 외부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취임 준비를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 회장의 출근 연기는 노조의 산은 현안에 대한 입장 요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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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신임 한국산업은행 회장. [사진=금융위원회] |
노조는 10일 오전 박 회장과 만나 ▲부산 이전 완전 철회 ▲민주 경영 체제 확립 ▲노동 환경 개선 ▲상생 조직문화 형성 등 4대 요구안을 전달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제출하기 전까지는 출근을 미뤄줄 것을 요청했다.
박 회장은 이 요구를 수용, 이르면 내일(12일) 중 답변을 정리해 전달할 예정이다. 노조와의 첫 만남에서는 산은을 떠난지 시간이 오래돼(2019년 퇴사) 주요 현안에 대해 면밀하게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노조는 박 회장이 부산 이전에 대한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전 정부의 일방적인 이전 추진으로 조직 자체가 와해되고 정상적인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친 만큼 이전 백지화 확답은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출근 저지 투쟁은 강석훈 전 회장때도 있었다. 강 회장은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로 부산 이전을 앞장서 추진하면서 임기 내내 노조와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노조 투쟁에 막혀 회장 임명 2주나 지나서야 간신히 첫 출근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산은 부산 이전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이미 여러차례 밝힌만큼 박 회장도 명확한 반대 입장을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권 관측이다. 다만 정치권 입장도 고려해야 해 원론적 답변 수준에서 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부산 이전 반대'라는 첫 단추를 잘 채우더라도 남은 과제는 만만치 않다. 내부갈등 봉합을 필두로 HMM 매각과 석유화학 구조조정, 첨단전략펀드 운영까지 굵직한 현안들이 기다리고 있다.
사상 첫 내부출신 회장으로 기대감이 높지만, 반대로 구조조정 및 법무에 특화된 인물이라 점에서 회장직을 수행하기에는 너무 편중된 경력만 보유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 회장은 1990년 산은에 입행해 조사부와 구조조정 TF팀, 법정관리 TF, 법무실장, 준법감시인 등을 거쳤으며 2019년 퇴사 이후에는 서부광역철도 부사장을 역임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관료 출신이 주로 회장에 임명된 건 산은 특성상 국책 현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며 많은 이해 관계자들과 협의하고 논의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라며 "박 회장이 그런 부분에서 특출한 경력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고 언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 측근이라는 점에서 정부와의 협력은 기대가 크다"며 "합리적이고 사람을 포용하는 스타일이라 조직 운영에서 큰 잡음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중앙대 법학과 출신으로 이재명 대통령과 동문이다.
산은 노조측은 "박 회장에게 이번 주까지 4대 요구안에 대한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다. 내일 오전 중 만나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부산 이전 백지화는 미래가 걸린 문제다. 이미 많은 직원들이 일방적인 이전 추진으로 회사를 떠났다. 반대 확답이 없다면 출근 저지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 다른 요구안도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협력하고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