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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숲에 10년간 스스로를 가둔 김혜련,'숲이 내는 소리'를 화폭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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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손갤러리 서울서 '정적의 소리:그림 숲'전
우손갤러리 대구 '정적의 소리:별의 언어' 동시개최
베를린 숲에서 10년간 시행한 프로젝트의 보고전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독일 베를린의 깊고 한적한 숲에 스스로를 10년간 유배시킨 작가가 있다.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작업해온 김혜련(b.1964)이다. 김혜련은 '회화연작 100점 완성'이란 어찌 보면 참으로 무모한 프로젝트를 위해 베를린 숲 속에 자신을 10년 간 가두다시피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필생의 프로젝트를 마치고 서울과 대구 두 곳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김혜련 'Sound of Silence No.1', 2017. oil on canvas180x160cm [사진=우손갤러리] 2025.09.15 art29@newspim.com

우손갤러리(대표 김은아)는 지난 8월 28일부터 오는 10월 25일까지 서울과 대구 공간에서 김혜련 작가의 개인전 '정적의 소리: 그림 숲'과 '정적의 소리: 별의 언어'를 동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베를린과 한국을 무수히 오가며 10년 간 구축한 회화세계를 총망라하는 개인전이다. 오랫동안 문화적 경계와 시간의 층위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온 김혜련은 베를린 숲에서 사색하며 체험한 고요한 정적 속 나즈막히 들려오는 생명의 소리를 '정적의 소리'라는 타이틀로 담아내 우리 앞에 드러냈다. 10년 간 치열하게 분투해온 예술혼과 절실함이 켜켜이 담긴 스펙타클한 숲 그림을 들고 등장한 것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김혜련 'Sound of Silence No.44', 2018-26, oil on canvas 180x160cm [사진=우손갤러리] 2025.09.18 art29@newspim.com

작업하고 싶은 테마도 많고, 열정도 많은 작가는 우손갤러리 서울, 대구 전시에 메인인 '숲 그림' 외에 다른 작업들도 다채롭게 선보인다. 즉 고대와 현대를 잇는 형태의 언어, 동서양이 만나는 조형의 가능성을 모색한 작업을 출품했다. 또 한글 훈민정음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과 전통한복을 해체·재구성해 보편적 조형언어로 풀어낸 섬유 설치작업 'Mother Mobile'도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역시 숲 그림이다. 베를린의 울창한 숲 속 작업실에서 마치 유배자처럼 지내며 오직 대자연과 대화하고, 그림 작업에 몰입하던 작가는 대형 화폭에 자연이 내는 숨소리를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담아냈다. 김혜련에게 숲의 '정적'은 단순한 고요함이 아니라, 문명의 소음이 걷힌 자리에서 비로소 들리는 자연과 예술의 진정한 호흡이다. 그 소리는 잠깐 숲에 머무는 사람에게는 결코 들리지 않는, 오로지 자연과 혼연일체가 된 사람에게만 자연이 허락하는 깊고 융숭한 숨소리다. 

김혜련도 10년 숲 그림 프로젝트의 초기에는 자연이 내는 깊은 숨소리를 듣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해를 거듭할 수록 그 내밀한 소리가 차츰 들리기 시작했다. 100점의 연작은 그래서 초기 자연의 숲과 나무 형상이 은근히 드러난 것에서 시작해, 후반으로 접어들면 오로지 작가의 회화적 스트로크와 유화물감만이 어우러져 완전한 색채추상으로 귀결된다. 후기작은 일체의 군더더기 없이, 색과 화가의 제스처만 남아 '숲의 정수'를 숭고한 화폭으로 보여준다. 그 무덤덤하고 말없는 화폭에서 오히려 숲이 내는 소리가 은근하게 들리는 듯하다. 이번 우손갤러리 서울과 대구 전시에서는 김혜련이 10년 간 혼신을 다해 시도한 '정적의 소리' 연작의 변환과정을 보여주는 여러 결의 회화가 두루 내걸렸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김혜련 'Sound of Silence No.100', 2024, oil on canvas 180x160cm. 베를린 숲의 정경을 담은 김혜련의 정적의 소리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사진=우손갤러리 2025.09.18 art29@newspim.com

특히 우손갤러리 대구 전시 'Language of Stars(별의 언어)'에서는 '정적의 소리' 시리즈를 중심으로 숲을 연상케 하는 깊고 고요한 분위기의 공간이 형성됐다. 더하여 자연과 시간에 대한 작가의 고유한 형상 언어를 보여주는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 이미지에서 출발한 'Whales of Bangudae' 시리즈와 문자콜라주(Cutting Letters) 중심의 작품도 선보이며 고대문자와 현대 조형이 교차하는 김혜련의 미학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공간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깊은 여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작업들이 다양하게 망라됐다.

김혜련은 서울대학교 문리대에서 독문학을 전공(학사)했다. 또 서울대학교 미술대 대학원에서 미술이론으로 석사학위도 받았다. 어느날 덜컥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하고, 미술이론으로 석사과정을 밟은 것. 처음 부친은 학부 전공을 살리길 바랬으나 방황하는 딸의 모습을 보곤 '그림이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한번 해보라'며 반대를 접었다. 대학원을 마친 김혜련은 독일 유학길에 올라 베를린예술종합대에서 회화 공부를 시작했다. 늦깎이 화가는 오히려 고정관념이 없어서 재료도, 소재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작가는 "처음 독일에 갔을 때는 인체 드로잉같은 기본 실기테크닉이 부족해 무척 막막했다. 그래서 내 맘대로 그렸다. 모든 재료에 대해 열려 있기도 했다. 서툴러서 그림을 감추고 싶었으나 독일 교수는 '다른 학생들은 석고데생을 했는데 김혜련만 인간을 그렸다'고 호평했다. 그 교수는 유학이 끝나 본국으로 돌아가야 할 김혜련을 붙잡아 더 머물 수 있게 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우손갤러리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김혜련 개인전 중 반구대 고래 그림. 'Humpback Whale', 2024 ink and gouache on canvas 450x270cm [사진=우손갤러리] 2025.09.15 art29@newspim.com

 

김혜련은 독일서 왕성하게 화가로 활동하다가 2000년초 귀국했다. 이후로도 베를린과 한국을 오가며 작업한 그는 특유의 경계를 넘나드는 회화를 집중적으로 선보이게 됐다. 서울에 돌아온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창동 레지던시에 들어가 푸른색 대형 배 그림을 완성했다. 이 푸른 작품은 루이비통의 이브 카셀 회장이 사들여 남프랑스 별장에 걸었다. 김혜련의 푸른 색조가 '더없이 미묘하고 아름답다'며 단번에 구입을 결정했던 것. 

작가는 로마에서 17세기 이탈리아 화가인 카라바지오의 검은 회화를 보고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 장엄한 검은 색이 낮밤으로 엄습해 끙끙 앓을 지경이었고, 2007년에 마침내 검은 사과 연작을 내놓았다. 이 시리즈는 엄청난 화제를 불러모았고, 루이비통 재단도 소장했다. 이후로도 사과 연작을 그려달라는 주문이 밀려들었으나 자기복제를 하는 게 싫어 모두 거절했다.

2014년에는 럭셔리 패션브랜드 디올(DIOR)이 서울 DDP에서 대규모 전시회인 '디올 에스프리'를 열기 위해 김혜련에게 12점의 장미 연작을 주문했다. 장미꽃을 모티프로 한 드레스들과 함께 전시하기 위해서였다. 김혜련은 덜컥 제안을 받아들였으나 엄청난 산고 끝에 간신히 장미 그림을 완성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두이노의 비가'를 거듭거듭 필사했더니 마침내 영감이 떠올라 12점의 검은 장미그림을 폭발하듯 그려낸 것. 디올 측도 그림에 크게 만족하며 2015년 DDP서 열린 전시회에 디올의 클래식한 드레스들과 함께 내걸었다. 그 타오르는 듯한 장미 그림은 국내외 미술계에서 큰 화제를 모았고, 이번에는 '검은 장미 그림을 그려달라'는 주문이 거세게 이어졌다. 하지만 작가는 '지역의 문화유적을 답사하러 떠난다'며 꼭꼭 숨어버렸다.

그리곤 독일 국가 소유인 베를린 외곽 숲속 작업실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이 숲 속 작업실에서 숲 그림 대작 100점을 완성하리라. 아직 체력이 남아 있을 때 유화 100점에 도전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결국 경기도 파주의 집과 베를린 숲속 작업실을 스무 번도 넘게 오가며 10년 만에 100점을 완성했다. 이루기 어려운 힘든 목표와 고독하기 짝이 없던 자발적 유배생활 속에서 마침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내며 빛나는 성취를 이룬 것.

따라서 이번 전시는 그 10년을 결산하는 자리다. 베를린 숲에서 경험한 고요함을 회화로 표현한 '정적의 소리'는 서울 전시장의 1층 벽면을 완전히 채웠다. 계절이 바뀌듯 변화하는 색채가 화폭에 고스란히 담겼다. 숲의 색인 녹색부터, 바다의 푸른색을 거쳐 땅과 자연의 색채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유연한 붓질과 수행하는 듯한 덧칠을 통해 자연의 끝없는 순환과 생명력을 압도적으로 구현했다.

김혜련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숲의 질감을 끈질기게 응시하며, 색채 자체를 구조화하고 그 표면을 통해 시간을 새롭게 엮어가는 회화적 시도를 보여준다. 그의 회화는 명확한 형상을 담고 있지만, 색의 번짐과 붓질의 흐름을 따라 바라보다 보면 그것이 나무인지, 구름인지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들이 반복적으로 만나고 어긋나며, 마치 팽창하고 수축하듯 유동적인 회화 공간이 만들어진다.

작가는 "울창한 숲 한가운데 있는 베를린 작업실에서 종일 그림을 그리다 보면 정말로 정적의 소리를 듣게 된다. 인간의 언어나 문명의 기계음이 멈춘 상태에서 비로소 듣게 되는 자연의 소리에는 하늘, 구름, 바람, 별빛 뿐 아니라 진실된 예술작품의 소리까지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숲속에서의 생활이 낭만적일 거라 생각하지만 실은 그 반대다. 추위와 더위를 견뎌야 하고, 태풍이 몰아쳐 아름드리 나무가 쓰러지는 바람에 아수라장이 된 적도 있다. 뱀, 붉은 여우, 멧돼지, 오소리도 자주 출몰한다"고 했다. 야생진드기에 물려 고생하기도 했다는 김혜련은 "대자연은 참으로 위험한 곳이지만 숭고할 정도로 아름답고 고즈넉해 장기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의 연작 '정적의 소리'는 후반부로 갈수록 숲의 형상이 사라지고 더욱 추상화됐다. 형태는 사라지고 화폭에는 오직 한두가지 색과 작가의 제스쳐만 남았다. 아무도 없는 숲에서 나무들의 숨소리와 내면의 공명 같은 것을 느낀 신비로운 체험이 고스란히 투영된 추상인 것이다. 특히 회화 속 '정적'은 비어 있는 공허가 아니라, 수많은 색채와 형태, 문화적 기호가 응축된 '풍부한 고요'이며, 관람자는 숲 속에서, 하늘과 별빛 아래에서, 혹은 그 경계 어딘가에서 이 고요에 귀 기울이며 자신이 속한 세계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어느 날 작가가 '물성과 선과 색깔이 서로 공명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빠졌다는 점이다. 이를 실험하기 위해 김혜련은 두터운 유화물감에 진동이 일도록 바탕작업을 한 뒤 굵은 선을 오직 한번의 터치로 화폭 전체에 휘감았다. 순백의 아이스링크에 피겨 선수들이 무수한 스케이트 자국을 남긴 것같은 그림이다. 오직 작가의 붓질만 남은 이 그림은 고요하게 침잠하는 가운데 신묘하고도 역동적인 호흡이 느껴진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우손갤러리 서울에서 선보여지고 있는 김혜련의 신작 한복 설치작품. 'Mother Mobile No.1', 2023 Hanbok and sewing 각 240x45cm. [사진=우손갤러리] 2025.09.17 art29@newspim.com

전시장 한켠에는 색색의 한복으로 만든 오브제 작품이 높은 천정에 드리워져 있다. '마더 모빌(Mother Mobile)'이라는 설치미술이다. 이 공중 오브제 작품은 전통 한복을 해체하고 재구성한 것으로, 재봉틀로 한복을 직접 지어 입었던 어머니의 옛 한복을 콜라주하듯 조합한 것이다. 또 작가 자신의 신혼 한복인 녹색저고리와 다홍치마까지 곁들여 옷에 깃든 기억과 서사가 흥미로운 조형언어로 변주됐다. 

'Mother Mobile'은 공중에 매달려 전시장을 가로지르며 천천히 움직인다. 직물의 결을 따라 이어지는 선과 면, 색의 흐름은 마치 숲의 나뭇결처럼 유기적이며, 바람에 따라 형태를 바꾸는 모빌들은 고정과 유동, 전통과 현대 사이를 자유롭게 오간다.

작가는 한복이라는 전통적 의복에 새겨진 문화적 기억을 물질적, 조형적 층위로 분해하고 이를 다시 조형언어로 엮어내는 방식을 통해 복합적인 사유를 전개했다. 김혜련의 이 새로운 작업은 구체적인 형태에서 출발하지만 점차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사유로 확장된다. 여기서 섬유는 단순히 장식적 재료가 아니라, 세대를 거쳐 전해진 감각과 손길의 산유물이다. 김혜련은 "공중에 매달려 살랑살랑 움직이는 한복 오브제들은 어머니의 숨결과 기억이 고정된 과거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형되는 살아있는 구조물이 됐다. 무엇보다 한복은 직선과 곡선이 혼재하는 아주 매력적인 옷이라 이를 해체하고 서로 꿰매고 잇는 작업이 너무 신명났다. 앞으로 더 발전시키고 싶다"고 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김혜련 '훈민정음 Hunminjeongum No.12', 2021, 150x150cm [사진=우손갤러리] 2025.09.17 art29@newspim.com

서울 전시실 2층에 걸린 '훈민정음' 연작은 그의 작업이 어떤 출발점에서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는지 알려준다. 검은 먹선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대비와 모직의 부드러운 질감이 어우러져 문자가 지닌 시각적 에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거침없이 쭉쭉 뻗은 기하학적 추상화는 작가가 우리 전통의 의미를 오랜 시간 내면에 간직하고 삭혀, 자신의 언어로 재해석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대구 전시에서는 자연과 시간에 대한 작가의 고유한 형상 언어를 보여주는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 이미지에서 출발한 '반구대의 고래(Whales of Bangudae)'가 내걸렸다. '반구대의 고래' 는 1971년 발견된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 형상에서 출발한 대형 작업이다. 거대한 수직 화면에 고래 한 마리씩을 단독초상으로 그린 이 작품은 높은 층고를 가득 채우며 설치돼 마치 반구대 암벽의 고래들처럼 하늘을 향해 솟구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우손갤러리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김혜련 개인전 중 반구대 암각화 고래그림 연작. [사진=우손갤러리] 2025.09.17 art29@newspim.com

작가는 "반구대의 고래그림 중에는 바다 위를 가로로 헤엄치는 모습 보다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올라가는 모습이 훨씬 인상적이다. 인간은 고래를 사냥해 그 살을 먹을 수밖에 없었지만 자신의 육체 또한 유한하다는 사실을 알기에 고래에게 바치는 최고의 감정을 하늘을 향한 수직구도로 드러낸 듯하다. 검은 먹선이 그어질 때 나는 고래를 생각하고, 바위를 생각하고, 그때 그 사람들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대구 공간에는 '문자를 자르다(Cutting Letters)' 시리즈도 내걸렸다. 문자와 형태의 기원을 탐구하며 '기호의 해체와 재탄생'을 다룬 연작이다. 김혜련은 '문자를 자른다'라는 행위에서 출발해 문자에 내재된 의미나 발음의 기능을 제거하고 그것을 하나의 시각적 형태로 힘차고 간결하게 재구성했다.

김혜련에게 고고학적 사고는 또다른 창작의 출발점이다. '고고학은 예술의 기원을 알려주며, 조형에 대한 의식을 추론하게 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Cutting Letters:수메르' 시리즈는 점토판 등 고대 유물에서 발견되는 '형태로 남은 정신들'을 현대적 맥락으로 소환하고 있다. 이는 일반적인 문자실험을 넘어, 인류가 기호를 통해 소통해온 근본적 욕망에 대한 탐구이자 문명의 층위 속에서 면면히 이어져온 조형의식의 재발견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우손갤러리 서울과 대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작가 김혜련. [사진=우손갤러리] 2025.09.16 art29@newspim.com

◆김혜련(Heryun Kim) 작가는?=자연과 인간, 역사적 정체성을 탐구하는 회화작업을 지속해온 김혜련은 서울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과 미술이론(석사)을 전공했다. 이어 독일 베를린예술종합대학교에서 회화를 공부하고, 베를린공과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로마에서 접한 카라바조의 작품은 회화적 접근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으며, 이후 '가을 사과'(2007)와 같은 검은 배경의 유화 연작이 쏟아져나왔다. 2001년 귀국 후에는 임진강과 비무장지대(DMZ) 등 한국의 역사적 경계를 서정적인 색채와 붓질로 표현하며, 한국적 정체성을 회화적으로 풀어냈다. 근래에는 한국 전통미술및 문화유산, 그리고 고대문화를 현대적 관점으로 재조명하거나 이를 다시 새로운 조형언어로 변형해 현대적인 문맥 속에 배치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고대와 현대, 동서양의 문화와 역사적 흐름을 이으며 자신만의 회화적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

독일의 미술비평가인 게르하르트 샤를 룸프 박사는 김혜련의 회화를 '시간과 공간을 매개로 한 정신적 공명'으로 해석한다. 김혜련의 화면은 완결된 구조 속에서 역사적 기억, 물질적 형식, 심리적 반응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이는 동서양의 미학 전통이 충돌이 아니라 합류의 방식으로 만나는 장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특히 색채 운용과 구성방식이 단순한 미적 차원을 넘어,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는 '접점'을 시각적으로 번역한다고 평가하며 이러한 접점은 관람자가 자신이 속한 문화와 타문화를 성찰하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고 평했다. 우손갤러리 서울과 대구에서 오는 10월 25일까지 열리는 김혜련의 작품전은 예약 없이 무료관람 가능하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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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에이피알, 짝퉁에 당했다" [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글로벌 뷰티 기업 에이피알의 메디큐브 'PDRN 핑크 콜라겐 캡슐 크림'에서 수단레드가 검출됐다는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 발표는 알고 보니 에이피알의 공식 수출품이 아닌 가품 유통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에이피알이 AI 모니터링을 통해 가려낸 중국산 짝퉁. 진짜와 사실상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다. [사진= 에이피알]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문제가 된 제품을 판매한 현지 업체는 에이피알의 공식 유통망에 포함되지 않은 곳으로,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K-뷰티 인기에 편승한 가품 유통의 또 다른 사례로 보고 있다. 4일 에이피알에 따르면 HSA가 수단레드 미량 검출 사실을 밝힌 배치 번호는 '2E122I.2E117I'와 '2E191G.2E193G'다. 그러나 에이피알이 확인한 공식 출고 및 수출 이력상 해당 배치 번호 제품이 싱가포르로 수출된 정황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HSA가 검사한 샘플의 판매처로 지목된 비너스 뷰티 역시 에이피알의 공식 공급 및 유통업체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에이피알은 "이 업체에 해당 제품을 직접 공급하거나 수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뉴스핌 확인 결과 비너스 뷰티는 싱가포르 현지에서 매장 1개만 운영하는 영세 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유통망이 아닌 소규모 매장을 통해 정체불명의 제품이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에이피알이 중국산 짝퉁에 당했을 가능성이 확실하다"며 "화장품 업체들이 가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에이피알은 이번 사태 이전부터 가품 유통으로 여러 차례 몸살을 앓아 왔다. 지난해 5월 에이피알은 메디큐브 공식몰에 '위조제품 관련 소비자 피해 예방 안내' 공지를 올리고 소비자 피해 예방에 나섰다. 당시 국내외 오픈마켓에서 중국산 위조제품이 유통되면서 관련 피해 상담이 3년간 450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위조제품은 무단으로 메디큐브 로고를 사용하고 패키지와 용기까지 정품과 유사하게 제작해 소비자가 정품과 가품을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K-뷰티 전반의 위조품 문제도 심각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최근 아마존, 알리익스프레스 등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에서 메디큐브를 비롯해 토리든, 마녀공장, 스킨1004, 달바 등 인기 K-뷰티 브랜드를 도용한 가품이 다수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품 판매자들은 공식 판매처의 상세 페이지 이미지를 무단 도용하고 제조국을 한국으로 표기해 정품과 혼동을 유도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는 성분인 수단레드가 검출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테스트 리포트. [사진= 에이피알] 에이피알은 지난달 3일 HSA의 요청에 따라 현지 공인 시험 기관에서 별도의 제품 시험을 진행했다. 에이피알 싱가포르 법인이 제출한 제품에서는 수단레드가 검출되지 않았다. 이후 같은 달 26일 HSA로부터 해당 제품의 판매 및 공급 중단 조치가 해제됐다는 통지를 받았다. 다만 수단레드가 미량 검출된 비너스 뷰티 판매 제품에 대해서는 회수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당사는 이번 이슈가 제기된 이후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아시아권 판매를 선제적으로 중단하고 관계 당국의 요청에 성실히 대응해 왔다"며 "싱가포르에서도 HSA의 요청에 따라 HSA 공인 시험 기관에서 제품 시험을 진행했고, 불검출 결과가 확인된 이후 판매 및 공급 중단 조치가 해제됐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HSA가 검출 사실을 밝힌 샘플의 판매처로 언급된 업체는 당사가 해당 제품을 공급한 공식 유통업체가 아니며 해당 배치 역시 당사의 싱가포르 공식 수출 이력에서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해당 제품이 어떠한 경로로 현지에 유통됐는지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가품 여부나 진위에 대해서는 당사나 싱가포르 측에서도 확실히 확인 가능한 부분은 없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fineview@newspim.com 2026-09-0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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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軍, 호르무즈 파병 실무 착수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정부와 군(軍)이 호르무즈 해협에 해군 군수지원함,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 폭발물처리(EOD) 전력 등을 파견하는 방안을 놓고 구체적인 실무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파병이 성사될 경우 2004년 자이툰부대 이라크 파병 이후 22년 만의 미국 요청에 따른 해외 파병이 될 전망이다. 다만 청와대는 "관련된 사안은 결정된 바 없다"며 "최종 결정 단계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1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해군 해상초계기(P-8A)가 전투기 호위를 받으며 비행하고 있다. [사진 = 뉴스핌DB] ◆국방부 "호르무즈 파병, 구체적 준비하고 있다"  복수의 군·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합참과 해군은 지난달부터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비해 투입 전력과 작전 임무, 현지 기항지와 작전기지, 군수지원 계획을 검토해 왔다. 국방부 핵심 관계자는 "해군 전력을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기 위한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며 파병 후보 전력으로 P-8 포세이돈과 해군 군수지원함, EOD를 거론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현지 기항지와 작전기지 문제도 관련 국가와 협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부가 우선 검토하는 것은 전투함이 아닌 '지원 성격'의 자산이다. 해군 최신 군수지원함인 소양함(AOE-II)과 P-8A 해상초계기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소양함은 원양 해역에서 작전 중인 함정에 연료·탄약·식량·부품을 보급하는 전력이다. 해군이 보유한 소양함급은 1척으로 기본 배수량 약 1만1000t급이며 만재 배수량은 약 2만3000t에 이른다. 승조원은 약 140명 규모다. P-8A는 잠수함과 수상함을 탐지·추적하는 해상초계기다. 해군은 2024년 미국에서 6대를 인수했고 지난해 7월 실전 배치를 완료했다. P-8A가 호르무즈 해협에 실제 투입되면 해군 해상초계기의 해당 해역 첫 작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란 해군과 이란혁명수비대 해군의 고속정·잠수함 위협, 기뢰·수중 위협 가능성이 상존하는 해역이라는 점에서 감시·정찰과 항로 안전 확보 임무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군의 1만1000t급 군수지원함 소양함(AOE-51)이 해상에서 항해하고 있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후보 전력으로 군수지원함과 P-8A 해상초계기, 폭발물처리 전력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해군] 2026.09.04 gomsi@newspim.com ◆해군 소양함·P-8A 초계기·EOD 전력 150명 안팎 전망  EOD(폭발물처리) 전력도 함께 거론된다. 이는 항만·기항지·함정 주변에서 폭발물이나 기뢰 의심 물체에 대응하는 임무를 맡을 수 있다. 다만 EOD의 구체적 편성과 장비, 임무 범위는 공개되지 않았다. 소양함과 P-8A, 관련 지원 인력을 함께 운용할 경우 파병 규모는 최소 150명 안팎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파병까지는 국내 절차가 남아 있다. 해외 파병은 통상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논의·의결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르면 이달 중 국회에 파병 동의안이 제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방부는 "현재 논의 중인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확인해 드릴 수 없다"며 "관련 법령에 따라 절차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시점에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검토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한국의 대이란 군사 기여 문제를 공개적으로 압박한 뒤 구체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한국이 이란 관련 미국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고 미국이 주한미군 약 '3만9000명'을 통해 한국을 방어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청와대는 당시 "한반도 대비 태세와 국내법 절차 등 제반 요인을 감안해 실질적·군사적 기여 방안을 미 측과 긴밀히 논의 중"이라고 밝혀 군사적 기여 가능성을 처음 공식 언급했다. '2026 환태평양훈련(RIMPAC)'에 참가한 연합해군 전력이 지난 7월 22일(하와이 현지시각) 하와이 제도 북부에서 해상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미 해군] 2026.09.04 gomsi@newspim.com ◆전투함보다 군수함·초계기 비전투 자산 먼저 검토 예상  정부는 이란과의 불필요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전투함보다 군수지원함·초계기 등 비전투 자산을 먼저 내세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군수지원함과 초계기가 실제 분쟁 해역에서 작전에 들어가면 단순한 후방 지원 이상의 정치·군사적 부담이 뒤따를 수 있다. 2020년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 당시에 문재인 정부는 국회 동의 없이 아덴만 해역의 청해부대 작전 범위를 일시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한 바 있다. 이번에는 별도 파병안과 국회 동의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 정치권과 여론의 찬반 논란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gomsi@newspim.com 2026-09-0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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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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