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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숲에 10년간 스스로를 가둔 김혜련,'숲이 내는 소리'를 화폭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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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손갤러리 서울서 '정적의 소리:그림 숲'전
우손갤러리 대구 '정적의 소리:별의 언어' 동시개최
베를린 숲에서 10년간 시행한 프로젝트의 보고전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독일 베를린의 깊고 한적한 숲에 스스로를 10년간 유배시킨 작가가 있다.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작업해온 김혜련(b.1964)이다. 김혜련은 '회화연작 100점 완성'이란 어찌 보면 참으로 무모한 프로젝트를 위해 베를린 숲 속에 자신을 10년 간 가두다시피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필생의 프로젝트를 마치고 서울과 대구 두 곳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김혜련 'Sound of Silence No.1', 2017. oil on canvas180x160cm [사진=우손갤러리] 2025.09.15 art29@newspim.com

우손갤러리(대표 김은아)는 지난 8월 28일부터 오는 10월 25일까지 서울과 대구 공간에서 김혜련 작가의 개인전 '정적의 소리: 그림 숲'과 '정적의 소리: 별의 언어'를 동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베를린과 한국을 무수히 오가며 10년 간 구축한 회화세계를 총망라하는 개인전이다. 오랫동안 문화적 경계와 시간의 층위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온 김혜련은 베를린 숲에서 사색하며 체험한 고요한 정적 속 나즈막히 들려오는 생명의 소리를 '정적의 소리'라는 타이틀로 담아내 우리 앞에 드러냈다. 10년 간 치열하게 분투해온 예술혼과 절실함이 켜켜이 담긴 스펙타클한 숲 그림을 들고 등장한 것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김혜련 'Sound of Silence No.44', 2018-26, oil on canvas 180x160cm [사진=우손갤러리] 2025.09.18 art29@newspim.com

작업하고 싶은 테마도 많고, 열정도 많은 작가는 우손갤러리 서울, 대구 전시에 메인인 '숲 그림' 외에 다른 작업들도 다채롭게 선보인다. 즉 고대와 현대를 잇는 형태의 언어, 동서양이 만나는 조형의 가능성을 모색한 작업을 출품했다. 또 한글 훈민정음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과 전통한복을 해체·재구성해 보편적 조형언어로 풀어낸 섬유 설치작업 'Mother Mobile'도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역시 숲 그림이다. 베를린의 울창한 숲 속 작업실에서 마치 유배자처럼 지내며 오직 대자연과 대화하고, 그림 작업에 몰입하던 작가는 대형 화폭에 자연이 내는 숨소리를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담아냈다. 김혜련에게 숲의 '정적'은 단순한 고요함이 아니라, 문명의 소음이 걷힌 자리에서 비로소 들리는 자연과 예술의 진정한 호흡이다. 그 소리는 잠깐 숲에 머무는 사람에게는 결코 들리지 않는, 오로지 자연과 혼연일체가 된 사람에게만 자연이 허락하는 깊고 융숭한 숨소리다. 

김혜련도 10년 숲 그림 프로젝트의 초기에는 자연이 내는 깊은 숨소리를 듣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해를 거듭할 수록 그 내밀한 소리가 차츰 들리기 시작했다. 100점의 연작은 그래서 초기 자연의 숲과 나무 형상이 은근히 드러난 것에서 시작해, 후반으로 접어들면 오로지 작가의 회화적 스트로크와 유화물감만이 어우러져 완전한 색채추상으로 귀결된다. 후기작은 일체의 군더더기 없이, 색과 화가의 제스처만 남아 '숲의 정수'를 숭고한 화폭으로 보여준다. 그 무덤덤하고 말없는 화폭에서 오히려 숲이 내는 소리가 은근하게 들리는 듯하다. 이번 우손갤러리 서울과 대구 전시에서는 김혜련이 10년 간 혼신을 다해 시도한 '정적의 소리' 연작의 변환과정을 보여주는 여러 결의 회화가 두루 내걸렸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김혜련 'Sound of Silence No.100', 2024, oil on canvas 180x160cm. 베를린 숲의 정경을 담은 김혜련의 정적의 소리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사진=우손갤러리 2025.09.18 art29@newspim.com

특히 우손갤러리 대구 전시 'Language of Stars(별의 언어)'에서는 '정적의 소리' 시리즈를 중심으로 숲을 연상케 하는 깊고 고요한 분위기의 공간이 형성됐다. 더하여 자연과 시간에 대한 작가의 고유한 형상 언어를 보여주는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 이미지에서 출발한 'Whales of Bangudae' 시리즈와 문자콜라주(Cutting Letters) 중심의 작품도 선보이며 고대문자와 현대 조형이 교차하는 김혜련의 미학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공간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깊은 여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작업들이 다양하게 망라됐다.

김혜련은 서울대학교 문리대에서 독문학을 전공(학사)했다. 또 서울대학교 미술대 대학원에서 미술이론으로 석사학위도 받았다. 어느날 덜컥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하고, 미술이론으로 석사과정을 밟은 것. 처음 부친은 학부 전공을 살리길 바랬으나 방황하는 딸의 모습을 보곤 '그림이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한번 해보라'며 반대를 접었다. 대학원을 마친 김혜련은 독일 유학길에 올라 베를린예술종합대에서 회화 공부를 시작했다. 늦깎이 화가는 오히려 고정관념이 없어서 재료도, 소재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작가는 "처음 독일에 갔을 때는 인체 드로잉같은 기본 실기테크닉이 부족해 무척 막막했다. 그래서 내 맘대로 그렸다. 모든 재료에 대해 열려 있기도 했다. 서툴러서 그림을 감추고 싶었으나 독일 교수는 '다른 학생들은 석고데생을 했는데 김혜련만 인간을 그렸다'고 호평했다. 그 교수는 유학이 끝나 본국으로 돌아가야 할 김혜련을 붙잡아 더 머물 수 있게 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우손갤러리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김혜련 개인전 중 반구대 고래 그림. 'Humpback Whale', 2024 ink and gouache on canvas 450x270cm [사진=우손갤러리] 2025.09.15 art29@newspim.com

 

김혜련은 독일서 왕성하게 화가로 활동하다가 2000년초 귀국했다. 이후로도 베를린과 한국을 오가며 작업한 그는 특유의 경계를 넘나드는 회화를 집중적으로 선보이게 됐다. 서울에 돌아온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창동 레지던시에 들어가 푸른색 대형 배 그림을 완성했다. 이 푸른 작품은 루이비통의 이브 카셀 회장이 사들여 남프랑스 별장에 걸었다. 김혜련의 푸른 색조가 '더없이 미묘하고 아름답다'며 단번에 구입을 결정했던 것. 

작가는 로마에서 17세기 이탈리아 화가인 카라바지오의 검은 회화를 보고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 장엄한 검은 색이 낮밤으로 엄습해 끙끙 앓을 지경이었고, 2007년에 마침내 검은 사과 연작을 내놓았다. 이 시리즈는 엄청난 화제를 불러모았고, 루이비통 재단도 소장했다. 이후로도 사과 연작을 그려달라는 주문이 밀려들었으나 자기복제를 하는 게 싫어 모두 거절했다.

2014년에는 럭셔리 패션브랜드 디올(DIOR)이 서울 DDP에서 대규모 전시회인 '디올 에스프리'를 열기 위해 김혜련에게 12점의 장미 연작을 주문했다. 장미꽃을 모티프로 한 드레스들과 함께 전시하기 위해서였다. 김혜련은 덜컥 제안을 받아들였으나 엄청난 산고 끝에 간신히 장미 그림을 완성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두이노의 비가'를 거듭거듭 필사했더니 마침내 영감이 떠올라 12점의 검은 장미그림을 폭발하듯 그려낸 것. 디올 측도 그림에 크게 만족하며 2015년 DDP서 열린 전시회에 디올의 클래식한 드레스들과 함께 내걸었다. 그 타오르는 듯한 장미 그림은 국내외 미술계에서 큰 화제를 모았고, 이번에는 '검은 장미 그림을 그려달라'는 주문이 거세게 이어졌다. 하지만 작가는 '지역의 문화유적을 답사하러 떠난다'며 꼭꼭 숨어버렸다.

그리곤 독일 국가 소유인 베를린 외곽 숲속 작업실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이 숲 속 작업실에서 숲 그림 대작 100점을 완성하리라. 아직 체력이 남아 있을 때 유화 100점에 도전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결국 경기도 파주의 집과 베를린 숲속 작업실을 스무 번도 넘게 오가며 10년 만에 100점을 완성했다. 이루기 어려운 힘든 목표와 고독하기 짝이 없던 자발적 유배생활 속에서 마침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내며 빛나는 성취를 이룬 것.

따라서 이번 전시는 그 10년을 결산하는 자리다. 베를린 숲에서 경험한 고요함을 회화로 표현한 '정적의 소리'는 서울 전시장의 1층 벽면을 완전히 채웠다. 계절이 바뀌듯 변화하는 색채가 화폭에 고스란히 담겼다. 숲의 색인 녹색부터, 바다의 푸른색을 거쳐 땅과 자연의 색채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유연한 붓질과 수행하는 듯한 덧칠을 통해 자연의 끝없는 순환과 생명력을 압도적으로 구현했다.

김혜련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숲의 질감을 끈질기게 응시하며, 색채 자체를 구조화하고 그 표면을 통해 시간을 새롭게 엮어가는 회화적 시도를 보여준다. 그의 회화는 명확한 형상을 담고 있지만, 색의 번짐과 붓질의 흐름을 따라 바라보다 보면 그것이 나무인지, 구름인지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들이 반복적으로 만나고 어긋나며, 마치 팽창하고 수축하듯 유동적인 회화 공간이 만들어진다.

작가는 "울창한 숲 한가운데 있는 베를린 작업실에서 종일 그림을 그리다 보면 정말로 정적의 소리를 듣게 된다. 인간의 언어나 문명의 기계음이 멈춘 상태에서 비로소 듣게 되는 자연의 소리에는 하늘, 구름, 바람, 별빛 뿐 아니라 진실된 예술작품의 소리까지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숲속에서의 생활이 낭만적일 거라 생각하지만 실은 그 반대다. 추위와 더위를 견뎌야 하고, 태풍이 몰아쳐 아름드리 나무가 쓰러지는 바람에 아수라장이 된 적도 있다. 뱀, 붉은 여우, 멧돼지, 오소리도 자주 출몰한다"고 했다. 야생진드기에 물려 고생하기도 했다는 김혜련은 "대자연은 참으로 위험한 곳이지만 숭고할 정도로 아름답고 고즈넉해 장기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의 연작 '정적의 소리'는 후반부로 갈수록 숲의 형상이 사라지고 더욱 추상화됐다. 형태는 사라지고 화폭에는 오직 한두가지 색과 작가의 제스쳐만 남았다. 아무도 없는 숲에서 나무들의 숨소리와 내면의 공명 같은 것을 느낀 신비로운 체험이 고스란히 투영된 추상인 것이다. 특히 회화 속 '정적'은 비어 있는 공허가 아니라, 수많은 색채와 형태, 문화적 기호가 응축된 '풍부한 고요'이며, 관람자는 숲 속에서, 하늘과 별빛 아래에서, 혹은 그 경계 어딘가에서 이 고요에 귀 기울이며 자신이 속한 세계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어느 날 작가가 '물성과 선과 색깔이 서로 공명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빠졌다는 점이다. 이를 실험하기 위해 김혜련은 두터운 유화물감에 진동이 일도록 바탕작업을 한 뒤 굵은 선을 오직 한번의 터치로 화폭 전체에 휘감았다. 순백의 아이스링크에 피겨 선수들이 무수한 스케이트 자국을 남긴 것같은 그림이다. 오직 작가의 붓질만 남은 이 그림은 고요하게 침잠하는 가운데 신묘하고도 역동적인 호흡이 느껴진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우손갤러리 서울에서 선보여지고 있는 김혜련의 신작 한복 설치작품. 'Mother Mobile No.1', 2023 Hanbok and sewing 각 240x45cm. [사진=우손갤러리] 2025.09.17 art29@newspim.com

전시장 한켠에는 색색의 한복으로 만든 오브제 작품이 높은 천정에 드리워져 있다. '마더 모빌(Mother Mobile)'이라는 설치미술이다. 이 공중 오브제 작품은 전통 한복을 해체하고 재구성한 것으로, 재봉틀로 한복을 직접 지어 입었던 어머니의 옛 한복을 콜라주하듯 조합한 것이다. 또 작가 자신의 신혼 한복인 녹색저고리와 다홍치마까지 곁들여 옷에 깃든 기억과 서사가 흥미로운 조형언어로 변주됐다. 

'Mother Mobile'은 공중에 매달려 전시장을 가로지르며 천천히 움직인다. 직물의 결을 따라 이어지는 선과 면, 색의 흐름은 마치 숲의 나뭇결처럼 유기적이며, 바람에 따라 형태를 바꾸는 모빌들은 고정과 유동, 전통과 현대 사이를 자유롭게 오간다.

작가는 한복이라는 전통적 의복에 새겨진 문화적 기억을 물질적, 조형적 층위로 분해하고 이를 다시 조형언어로 엮어내는 방식을 통해 복합적인 사유를 전개했다. 김혜련의 이 새로운 작업은 구체적인 형태에서 출발하지만 점차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사유로 확장된다. 여기서 섬유는 단순히 장식적 재료가 아니라, 세대를 거쳐 전해진 감각과 손길의 산유물이다. 김혜련은 "공중에 매달려 살랑살랑 움직이는 한복 오브제들은 어머니의 숨결과 기억이 고정된 과거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형되는 살아있는 구조물이 됐다. 무엇보다 한복은 직선과 곡선이 혼재하는 아주 매력적인 옷이라 이를 해체하고 서로 꿰매고 잇는 작업이 너무 신명났다. 앞으로 더 발전시키고 싶다"고 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김혜련 '훈민정음 Hunminjeongum No.12', 2021, 150x150cm [사진=우손갤러리] 2025.09.17 art29@newspim.com

서울 전시실 2층에 걸린 '훈민정음' 연작은 그의 작업이 어떤 출발점에서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는지 알려준다. 검은 먹선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대비와 모직의 부드러운 질감이 어우러져 문자가 지닌 시각적 에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거침없이 쭉쭉 뻗은 기하학적 추상화는 작가가 우리 전통의 의미를 오랜 시간 내면에 간직하고 삭혀, 자신의 언어로 재해석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대구 전시에서는 자연과 시간에 대한 작가의 고유한 형상 언어를 보여주는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 이미지에서 출발한 '반구대의 고래(Whales of Bangudae)'가 내걸렸다. '반구대의 고래' 는 1971년 발견된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 형상에서 출발한 대형 작업이다. 거대한 수직 화면에 고래 한 마리씩을 단독초상으로 그린 이 작품은 높은 층고를 가득 채우며 설치돼 마치 반구대 암벽의 고래들처럼 하늘을 향해 솟구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우손갤러리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김혜련 개인전 중 반구대 암각화 고래그림 연작. [사진=우손갤러리] 2025.09.17 art29@newspim.com

작가는 "반구대의 고래그림 중에는 바다 위를 가로로 헤엄치는 모습 보다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올라가는 모습이 훨씬 인상적이다. 인간은 고래를 사냥해 그 살을 먹을 수밖에 없었지만 자신의 육체 또한 유한하다는 사실을 알기에 고래에게 바치는 최고의 감정을 하늘을 향한 수직구도로 드러낸 듯하다. 검은 먹선이 그어질 때 나는 고래를 생각하고, 바위를 생각하고, 그때 그 사람들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대구 공간에는 '문자를 자르다(Cutting Letters)' 시리즈도 내걸렸다. 문자와 형태의 기원을 탐구하며 '기호의 해체와 재탄생'을 다룬 연작이다. 김혜련은 '문자를 자른다'라는 행위에서 출발해 문자에 내재된 의미나 발음의 기능을 제거하고 그것을 하나의 시각적 형태로 힘차고 간결하게 재구성했다.

김혜련에게 고고학적 사고는 또다른 창작의 출발점이다. '고고학은 예술의 기원을 알려주며, 조형에 대한 의식을 추론하게 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Cutting Letters:수메르' 시리즈는 점토판 등 고대 유물에서 발견되는 '형태로 남은 정신들'을 현대적 맥락으로 소환하고 있다. 이는 일반적인 문자실험을 넘어, 인류가 기호를 통해 소통해온 근본적 욕망에 대한 탐구이자 문명의 층위 속에서 면면히 이어져온 조형의식의 재발견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우손갤러리 서울과 대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작가 김혜련. [사진=우손갤러리] 2025.09.16 art29@newspim.com

◆김혜련(Heryun Kim) 작가는?=자연과 인간, 역사적 정체성을 탐구하는 회화작업을 지속해온 김혜련은 서울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과 미술이론(석사)을 전공했다. 이어 독일 베를린예술종합대학교에서 회화를 공부하고, 베를린공과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로마에서 접한 카라바조의 작품은 회화적 접근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으며, 이후 '가을 사과'(2007)와 같은 검은 배경의 유화 연작이 쏟아져나왔다. 2001년 귀국 후에는 임진강과 비무장지대(DMZ) 등 한국의 역사적 경계를 서정적인 색채와 붓질로 표현하며, 한국적 정체성을 회화적으로 풀어냈다. 근래에는 한국 전통미술및 문화유산, 그리고 고대문화를 현대적 관점으로 재조명하거나 이를 다시 새로운 조형언어로 변형해 현대적인 문맥 속에 배치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고대와 현대, 동서양의 문화와 역사적 흐름을 이으며 자신만의 회화적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

독일의 미술비평가인 게르하르트 샤를 룸프 박사는 김혜련의 회화를 '시간과 공간을 매개로 한 정신적 공명'으로 해석한다. 김혜련의 화면은 완결된 구조 속에서 역사적 기억, 물질적 형식, 심리적 반응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이는 동서양의 미학 전통이 충돌이 아니라 합류의 방식으로 만나는 장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특히 색채 운용과 구성방식이 단순한 미적 차원을 넘어,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는 '접점'을 시각적으로 번역한다고 평가하며 이러한 접점은 관람자가 자신이 속한 문화와 타문화를 성찰하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고 평했다. 우손갤러리 서울과 대구에서 오는 10월 25일까지 열리는 김혜련의 작품전은 예약 없이 무료관람 가능하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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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제복 10년 만에 전면 개편 착수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육군이 10년 가까이 변화가 없던 제복 체계를 전면 재설계하기 위해 전문 디자인 기관과 협력에 나섰다.  육군은 지난 5일 충남 계룡대에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공진원)과 '육군 제복 디자인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공진원이 추진하는 '2026년 공공디자인 컨설팅 사업'에 '육군 제복류 디자인 개발 사업'이 선정되면서 성사됐다. 공진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공공 영역 디자인 개선 사업을 총괄해 온 전문 기관이다. 지난 2월 27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82기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졸업을 자축하며 정모를 높이 던지고 있다. [사진=국방부] 2026.02.27 photo@newspim.com 양측은 이번 협약을 통해 ▲육군 정복 ▲근무복 ▲육군사관학교 생도 정복을 핵심 협력 분야로 설정했다. 특히 제복에 담긴 상징성과 기능성, 착용 편의성, 대외 이미지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 '미래형 육군 이미지'를 반영한 디자인 개선 방향을 도출할 계획이다. 육군 제복 체계는 2016년 개정 이후 약 10년간 큰 변화 없이 유지돼 왔으며, 육사 생도 정복은 1970년대 개정 이후 사실상 반세기 가까이 유지된 상태다. 이번 개편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육군사관학교 정복이다. 정부가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각 군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제복 체계 역시 재편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군 안팎에서는 "제복은 단순 복장이 아니라 군 정체성과 역사, 지휘 체계와 군의 정체성을 보여준다"라는 말이 나오는 만큼, 사관학교 통합 논의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육군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단순한 디자인 변경을 넘어 장기적인 제복 발전 로드맵 수립에 착수할 방침이다. 기능성 소재 적용, 체형 다양성 반영, 근무 환경별 최적화 등 실질적 개선 요소도 함께 검토된다. 특히 병력 구조 변화와 복무 환경 개선 흐름을 반영해 '착용 만족도'를 핵심 지표로 설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평 육군본부 인사근무과장(대령)은 "전문기관의 체계적인 컨설팅과 지원을 통해 육군 구성원에게는 자부심을, 국민에게는 품격 있고 신뢰받는 이미지를 제공할 수 있는 제복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군 안팎에서는 이번 사업이 단순한 복제 개편을 넘어, 향후 10~20년간 육군 브랜드 이미지와 대외 인식을 좌우할 '장기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관학교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제복 디자인이 군 조직 개편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이 될 가능성이 크다. gomsi@newspim.com 2026-06-0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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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추경호 재판 이번주 재개 [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6·3 전국동시지방선거로 미뤄졌던 정치인들의 재판이 이번주 재개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오는 10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사업가 김한정 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판기일을 연다. 오세훈·추경호 등 6·3 전국동시지방선거로 미뤄졌던 정치인들의 재판이 이번 주 재개된다. 사진은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이 지난 4일 오전 서울시청으로 들어서며 직원들에게 인사말을 하는 모습. [사진 = 뉴스핌DB] 지난 4월 22일 이후 49일 만의 속행공판이다. 재판부는 오 시장의 지선 일정을 고려해 당초 5월로 잡혔던 공판기일을 지선 이후로 연기한 바 있다. 오 시장에 대한 구형은 내주로 전망되고 있다. 오는 17일 결심공판이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이날 오 시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 및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최종의견 진술과 구형, 오 시장의 최후진술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오 시장은 지난 2021년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브로커인 명태균 씨로부터 10회에 걸쳐 공표·비공표 여론조사를 전달받고, 후원자인 김씨에게 3300만 원을 대납토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오세훈·추경호 등 6·3 전국동시지방선거로 미뤄졌던 정치인들의 재판이 이번 주 재개된다. 사진은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지난달 23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종합시장 앞에서 열린 유세현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스핌DB]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사건도 같은 날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한성진)는 10일 추 당선인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공판을 진행한다. 추 당선인은 지난달 13일 법정에 출석했지만, 같은달 28일 공판준비기일에는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지난 4월 추 당선인에게 지방선거가 끝나면 매주 한 차례씩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추 당선인은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로서 윤석열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계엄에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뒤 의원총회 장소를 수 차례 변경하는 방식으로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right@newspim.com 2026-06-0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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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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