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용산·성동 등 고가 단지 매도 급증
"외국인 거래, 실수요 중심 재편…시장 안정성 높아질 것"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지 한 달여 만에 외국인의 서울 아파트 매도세가 늘고 있다. 정부가 외국인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꺼낸 규제가 실제 거래시장에 빠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강남과 용산 등 고가 단지가 밀집한 지역에서 외국인 매도 물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집을 팔고 나가는 외국인은 늘어나고 있는 반면 매수세는 위축되면서 과거처럼 외국인 거래가 가격을 끌어올리는 현상은 점차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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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용산·성동 등 고가 단지 매도 급증
25일 업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의 투기 수요 유입이 줄어들면서 고가 단지에서 나타나던 과도한 상승 거래가 점차 사라지는 양상이 관측된다.
정부는 지난 26일부터 1년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서울 내에서 주택을 매입하려는 외국인, 외국 법인 등은 사전에 부동산 소재 시·군·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취득 후 4개월 안에 입주해 최소 2년간 실거주를 해야 한다. 또 해외 자금 출처도 소명해야 한다.
외국인들의 경우 적용되는 규제가 없었던 상황인 만큼 자국에서 자금을 끌어와 실거주하지도 않고 투기성으로 고가 부동산을 매입하고 집값을 끌어올린 뒤 차익을 실현한다는 지적에 따른 방안이다.
실제로 올해 3월 서울시는 강남3구와 용산구를 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한 데다 정부는 6·27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해 내국인은 부동산 거래에 있어 강화된 규제를 적용받았다. 반면 외국인들은 이전과 다름없이 투기성 거래가 가능했다.
정부의 규제 시행 한달여 만에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투기 수요가 차익 실현을 위해 빠져나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기준 집합건물(아파트·연립·오피스텔 등) 매매를 신청한 외국인은 248명이다. 전년 동기(126명) 대비 96.8% 증가한 수치다. 전달(184명)과 비교해도 46.0% 늘었다. 신고기간이 아직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집을 파는 외국인 수는 300명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구가 가장 크게 늘었다. 지난해 8월 9명이었던 매도인은 지난달 77명으로 9배 가량 늘었다. 송파구와 용산구 역시 각각 3명에서 15명, 5명에서 18명으로 매도가 늘었다. 이 외에도 광진구(0명→21명), 성동구(9명→18명)에서 집을 판 외국인들이 늘었다.
◆ "외국인 거래, 실수요 중심 재편…시장 안정성 높아질 것"
반면 매수세는 줄었다. 지난달 기준 서울 부동산을 매수한 외국인은 177명이다.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4명 늘어났지만 전달(208명)과 비교하면 14.9% 감소했다.
시장에선 외국인 토허구역 지정이 1년간 유지되는 만큼 당분간 고가 단지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 수요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직 하락장이 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시기에 매도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규제가 강화된 이상 이전처럼 외국인들의 고가주택 매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규제로 외국인 거래뿐 아니라 국내 투자심리에도 일정한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외국인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그동안 고가 단지가 밀집된 지역의 집값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던 만큼 매도세 확대는 관망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강남3구와 용산 등 외국인 거래가 잦던 지역에서는 거래량이 일시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거론된다.
외국인 투자 패턴도 투기에서 실거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실거주 요건 충족이 어려운 투기성 매수는 줄겠지만 장기 체류 목적의 실수요 매입은 일정 부분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 거래 비중은 다소 줄어들더라도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며 시장의 안정성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허가구역 지정이 단기적으로 매도세 확대와 거래량 감소를 불러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시장이 안정화된다면 1년 이후에도 정부가 규제를 지속할 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