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금사협, 잠정 합의안 체결
올해 TF 구성해 내년 4.5일제 검토
은행 고객 불편 관건, 대비책 필요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금융노사가 내년부터 주 4.5일제를 도입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올해 노사 양측의 실무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부터는 은행 영업점의 매주 금요일 오후 휴무가 본격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고객 불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해 근로시간 단축에 앞서 이를 보완할 대책마련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위원장 김형선, 금융노조)과 금융산업사용자협회(회장 조용병, 금사협)는 올해부터 4.5일제 도입을 위한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한다.
구체적인 TF 규모와 구성방식, 운영시기 등은 다음 주 월요일(13일) 금융노조 대표자 회의 등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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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왼쪽)과 조용병 금융산업사용자협회 회장이 지난 2일 ▲임금 3.1% 인상 ▲금요일 1시간 단축근무 ▲주4.5일제 도입 TF 운영 등의 '2025년 산별중앙교섭' 잠정 합의안을 체결한 후 악수를 하는 모습. [사진=금융노조] |
양측이 지난 2일 최종 확정한 합의안에 따라 구체적인 4.5일제 도입 논의는 내년부터 시작한다. 올해는 실제 도입에 필요한 논의 대상을 수집, 선별해 차질없는 제도 안착을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신 올해는 금요일 1시간 단축근무부터 시행한다. 금사협은 현행 영업시간(오전 9시~오후 4시) 유지를 전제로 단축근무를 적용하기 때문에 실제 고객들이 영업점을 이용하는 시간에는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양측의 교섭이 시작된 올해 4월만 하더라도 4.5일제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6개월만에 결국 내년 선제도입의 발판을 마련하면서 향후 금융노조의 영향력도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금융노조가 이재명 정부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원 사격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양측 논의에서도 금융노조의 입김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금사협은 그동안 4.5일제 관련 논의 자체를 거부하다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공식적인 지지발언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압박 등이 이어지자 입장변화를 보인바 있다.
김형선 위원장 등 현 집행부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박홍배 전 위원장의 국회진출로 지난해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올해 말이면 임기(잔여임기)가 끝난다.
내부적으로도 무리수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던 4.5일제 선제도입을 위한 확실한 계기를 마련함에 따라 연말에 진행될 차기 위원장 선거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7일간 철야 단식농성을 하며 이번 합의안 도출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관건은 국민 여론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금융권에서 근로시간단축까지 추진한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분위기는 비판적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4.5일제가 고객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에 금융노조는 내년에 4.5일제가 도입될 경우 매주 금요일 오전 근무만 한다는 방침속에서도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간담회에서 제안한 은행 영업시간을 현행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전 9시30분~오후 4시30분으로 조정해 마감시간에 몰리는 고객들의 불편을 줄이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비대면 은행업무가 정착돼 근무시간단축에 따른 불편이 우려 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인터넷뱅킹을 통해 입출금 등의 업무를 이용한 비중은 77.7%에 달했지만 오프라인 영업점은 5.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권 4.5일제 선제도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차가운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마련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노동시간 단축이 노사 양측의 공동 의제가 됐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며 "잠정 합의안은 마련됐지만 구체적인 내용들이 확정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