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연말을 앞두고 재계에 인사 태풍이 예고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30대 그룹에서 600명에 달하는 대표이사가 임기 만료를 맞는다. 삼성·SK·현대차·LG 4대 그룹에서만 100여 명의 최고경영자들이 연임과 교체의 갈림길에 섰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는 15일 '국내 30대 그룹 2026년 상반기 중 임기 만료 사내이사 현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자산순위 상위 30개 그룹을 대상으로, 상장·비상장 계열사 내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등 등기임원을 기준으로 집계했다. 조사 기준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공정위 공시 자료이며, 동일인이 복수 등기이사를 겸직할 경우 별도 인원으로 산정했다.

재계 주요 대기업 [사진=뉴스핌 DB]

조사에 따르면 내년 6월 말까지 임기가 끝나는 사내이사는 총 1269명이다. 이들은 연말과 내년 초 사이에 연임, 보직 이동, 퇴임 중 하나를 선택받게 된다. 특히 대표이사급 경영자는 596명으로 전체의 47%를 차지했다. 약 600명에 달하는 CEO의 거취에 따라 2026년 미등기임원 인사 폭도 달라질 전망이다.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에서는 내년 상반기 중 임기 만료 사내이사가 220명으로, 이 중 107명이 대표이사급이다. SK그룹은 99명(대표이사 47명)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 48명(21명), LG 39명(20명), 현대차 34명(19명) 순이었다.

삼성에서는 정해린 삼성물산·삼성웰스토리 사장,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 남궁홍 삼성E&A 사장,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특히 정해린 사장은 두 계열사에서 연임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9년 10월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미등기임원으로 활동 중이며, 복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는 노태문 사장과 송재혁 사장의 대표이사 승진 여부도 주목된다.

SK그룹에서는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부회장, 이호정 SK네트웍스 사장, 김철·안재현 SK케미칼 사장,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이사 등이 내년 3월 임기 만료 대상이다. 장동현 부회장은 그룹 내 유일한 부회장급으로 인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김철 사장은 2017년부터 10년째 SK케미칼을 이끌어 장수 CEO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사장,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이 내년 정기주주총회 이전에 임기 만료를 맞는다. LG그룹에서는 현신균 LG CNS 사장과 이정애 전 LG생활건강 사장이 내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이정애 사장은 최근 조기 퇴임했고, 후임으로 이선주 사장이 선임됐다.

임기만료 사내이사 현황 [사진=유니코써치]

카카오그룹은 올해도 임기 만료 사내이사 수가 가장 많았다. 내년 상반기까지 101명의 사내이사가 임기 만료되며, 이 중 71명은 대표이사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신호철 카카오페이증권 대표, 장철혁 에스엠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내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정신아 대표의 연임 여부가 관심사다.

이외에 롯데(95명·대표이사 40명), 한화(90명·41명), 포스코(78명·39명), LS(64명·24명), GS(61명·39명), SM(58명·21명), 농협(57명·29명), 네이버(49명·12명), KT(42명·39명)도 다수의 사내이사가 내년 상반기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 정준호 사장,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대표, 이희근 포스코 대표의 거취도 주목된다. 한화와 신세계는 이미 8월과 추석 전 임원 인사를 조기 단행했으며, 다른 그룹으로도 조기 인사 기류가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새 정부 출범과 미국 관세 등 대외 변수로 기업 환경이 녹록지 않았다"며 "내년 AI 트렌드에 맞춰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젊은 인재와 외부 전문가 영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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