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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 17년]①검사석 앉은 배심원들…판사 "질문 있나"에 고요한 정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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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성추행 사건' 참여재판 현장
판사 "의견·증거 구분해야"…배심원에 법리 설명
배심원들 판사에게 질문하지 않아
하루 만에 증거 조사~선고 '속전속결'

[편집자주] 이재명 정부 들어 사법개혁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국민 중심의 사법제도 개혁의 일환인 국민참여재판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된 지 17년이 지났지만, 실제 현장에선 신청률이 저조하고 배제·철회 사례가 많아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여전하다. 뉴스핌 [국민참여재판 17년] 기획은 국민참여재판의 현주소를 짚고, 나아갈 방향을 함께 모색한다.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 남성 2명과 여성 6명, 총 8명의 배심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417호가 국민참여재판 전용 법정이 아닌 탓에 배심원들은 검찰석에 자리를 잡아야 했다. 맞은편 앉은 피고인과 변호인은 배심원들의 입장을 긴장된 표정으로 지켜봤다.

"사실을 정당하게 판단하고 법과 증거에 의해 진실하게 판결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배심원들이 일제히 일어난 뒤, 1번 배심원을 맡은 한 여성이 선서문을 낭독했다. 방청석에 앉은 취재진과 시민 10여 명도 숨죽인 채 그 모습을 바라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이현경)의 선언과 함께,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30대 후반 남성 A씨의 국민참여재판이 시작했다.

재판장은 본격 심리에 앞서 배심원들에게 참여재판 절차와 법적 유의사항 등을 설명했다.

"배심원들은 재판에서 많은 진술을 듣게 되겠지만, 의견과 증거를 구별해야 합니다. 메모지를 반으로 나눠 왼쪽엔 의견, 오른쪽엔 증거를 적으세요. 유·무죄 판단은 오른쪽, 즉 증거에만 근거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증거재판주의입니다."

특히 '의견'과 '증거'를 구분하라고 거듭 강조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배심원들이 피고인이나 증인의 진술에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취지로 보였다. 다만 법적 지식이 부족한 배심원들이 5분가량의 짧은 설명만으로 형사법 대원칙인 '증거재판주의'를 제대로 이해했을지 의문이 남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이현경)는 지난달 17일 오전 대법정 417호에서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30대 후반 남성 A씨의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했다. 위 사진은 해당 사건과 무관함. [사진=뉴스핌 DB]

이날 재판을 받은 A씨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알게 된 30대 초반 여성 B씨와 세 차례 단체모임을 가진 뒤, 네 번째 일대일 만남에서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공소장에 적힌 대로 B씨의 머리카락과 어깨, 허리 등을 만진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사건 발생 당시 서로 호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해당 신체 접촉이 사회 통념상 강제추행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쟁점은 ▲사건 당시 두 사람의 관계 ▲신체 접촉 부위와 경위 등을 종합해 A씨의 행위를 강제추행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재판장은 "판례상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의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써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의미한다"며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을 배심원들에게 상세히 설명했다.

검찰과 피고인 측이 모두진술을 마친 뒤, 재판은 증거조사 단계로 넘어갔다. 검찰 측은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사건이 벌어진 위스키바의 폐쇄회로(CC)TV 캡처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해당 사진에는 A씨가 B씨의 허리를 손으로 감싸는 장면 등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B씨 역시 A씨를 향해 몸을 틀어 대화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다"고 맞섰다.

B씨에 대한 증인신문과 CCTV 영상 재생은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비공개로 진행됐다. 취재진을 비롯한 방청인들이 약 2시간 동안 법정 밖에서 대기해야 했다.

이어 사건 현장에 B씨를 데리러 왔던 남성 지인 C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공개로 진행됐다. C씨는 A씨와 B씨 모두를 알고 있었다. 

검찰은 A·B씨가 서로 호감을 갖는 사이가 아니었단 점을 부각했다. 검사가 "혹시 두 사람이 사귀려는 분위기가 있었나요?"라고 묻자 C씨는 "전혀 없었습니다"라고 답했다. 반면 A씨 측은 C씨가 신체접촉 자체를 직접 목격하지 않았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변호인이 "증인은 추행 장면을 직접 본 건 아니고, 사건 이후 B씨로부터 전해 들었죠?"라고 묻자 C씨는 잠시 머뭇거리며 "네"라고 답했다.

사건 발생 당시 위스키바 CCTV에 찍힌 A씨와 B씨의 모습. [사진=A씨 측 변호인 제공]

재판장이 C씨에게 몇 가지를 물은 뒤 배심원들에게 "질문하고 싶은 분 있으면 손을 들어 달라"고 했지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질문을 통해 사건 당시의 사실관계나 두 사람의 관계를 면밀히 파악하려는 적극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검찰은 최종진술에서 "피해자가 호의를 베풀었다고 해서 신체접촉을 허락한 것은 아니다"며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변호인은 "30대 결혼적령기 남녀의 오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건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변호인은 18세기 영국 법학자 월리엄 블랙스톤 말을 인용해 '백 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단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며 배심원들에게 무죄를 호소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이 자리에 서기까지 무겁고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며 "상대가 조금이라도 불쾌감을 표시했다면 중단했을 것이다. 한 남성과 여성이 오픈채팅방에서 알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해를 강제추행으로 보는 건 가혹하다"고 읍소했다.

변론이 끝난 뒤 배심원들은 유·무죄를 논의하는 평의에 들어갔다. 배심원들은 재판장으로부터 평의 절차를 안내받은 뒤 법정에서 퇴정했다.

약 2시간 만에 평결까지 마무리됐다. 사실관계가 단순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빠른 속도였다. 평결 결과는 무죄였다. 예비 배심원을 제외한 배심원 7명 중 5명이 무죄, 2명이 유죄 의견을 냈다. 재판부도 배심원 평결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의 신체 접촉에 별 반응을 안 보였고 오히려 귓속말을 하는 등 대화를 나눈 것이 확인된다"며 "다른 남성에게 데리러 오라고 한 점을 보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범죄의 증거가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무죄가 선고되자 A씨는 울먹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배심원과 재판부를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A씨 변호인인 오반석 변호사(법무법인 정률)는 재판 종료 직후 기자와 만나 "강제적 상황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 A씨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며 "배심원들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핌DB]

hong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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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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