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낭비되는 회담 원치 않아"…러 "정상회담 준비 계속" 주장
트럼프 "지금 전선 그대로 영토 그어!"
러, 비공식 외교문서로 '돈바스 완전 통제·나토 불개입' 재확인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과 러시아가 예정됐던 트럼프-푸틴 정상회담을 두고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최근 미국에 우크라이나 평화협상 조건을 담은 비공식 문서를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측의 외교적 셈법에 관심이 쏠린다.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부다페스트 회담이 연기된 이유는 "낭비되는 회담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며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의미 없는 회담이라면 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전선에서의 휴전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실질적인 성과가 없을 회담은 피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이에 대해 "정상회담 준비는 계속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푸틴 대통령의 투자·경제협력 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이날 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 회담을 위한 준비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러 간 실질적 이견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영토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정상회담 성사 및 종전 합의 여부에 결정적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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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 있는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8월 15일(현지시간)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8.27 kwonjiun@newspim.com |
◆ "지금 전선대로 국경 그어!" vs. "돈바스 완전 장악 원해"
이날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 러시아가 지난 주말 비공식 외교문서를 통해 기존 평화 협상 조건을 다시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러시아는 이번 문서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전역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 확보를 요구했으며, 향후 어떠한 평화 합의에도 나토군이 우크라이나에 주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요구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제시한 '현 전선에서 그대로 전투 중단' 구상과 명백히 상충하는 것으로, 러시아가 여전히 강경한 요구조건을 고수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당장 정상회담 개최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워싱턴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가진 뒤 "2주 이내 부다페스트에서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었지만, 러시아의 비공식 문서 내용이 알려지면서 회담 일정은 다시 불투명해진 상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비공개 회담에서 미국 관리들이 "돈바스를 포기하는 대가로 자포리자와 헤르손 일부 지역을 돌려받는 방안"을 비공식 제안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강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현 전선을 기준으로 휴전선을 고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공개 발언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전선 동결을 통한 즉각적 휴전'을, 러시아는 '돈바스 완전 장악 및 서방 군사개입 배제'를 고수하고 있어, 부다페스트 회담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근본적 합의에는 이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미 있는 회담만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은 푸틴과의 담판을 '성과 중심 회담'으로 만들려는 계산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러시아의 강경한 비공식 메시지는 우크라이나 전장 상황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의도이자, 향후 휴전 협상에서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보인다.
한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미·러 모두 회담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조건과 시기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기대하는 빠른 휴전 시나리오는 러시아가 제시한 '돈바스 완전 통제'와 결코 양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백악관은 공식적으로 "부다페스트 회담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외교가 일각에서는 양측이 물밑에서 회담 개최 명분과 의제 조율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