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처방가, 국내 대비 최대 50% 저렴
온라인 커뮤니티서 일본 병원 정보 공유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를 처방받기 위해 일본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국내 대비 저렴한 가격이 원정 열풍을 부추기고 있는 가운데 체질량지수(BMI)와 관계없이 이뤄지는 무분별한 처방이 약물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3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환자들이 일라이릴리의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를 처방받기 위해 일본을 찾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후쿠오카에서 마운자로 저렴한 곳을 발견해 예약했다"며 "진료비 1000엔에 마운자로 2.5mg 15000엔, 5mg 25000엔에 처방해주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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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운자로 처방이 가능한 일본 비대면 진료 플랫폼 뷰티나우 캡쳐 |
실제 포털사이트에 '마운자로 일본'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도쿄 신주쿠와 후쿠오카, 요나고 등에 위치한 '성지'로 불리는 일본 병원들을 공유한 커뮤니티 및 블로그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역에서 가까워 접근성이 좋거나, 일본어를 못하는 한국인을 배려해 번역기를 활용해 예약을 도와주는 한국 친화 병원도 소개하고 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뷰티나우를 통해 일본에 떠나기 전 한국에서 비대면 진료를 먼저 받고, 일본 일정에 맞춰 호텔로 마운자로를 배송받는 방법도 공유되고 있다.
이처럼 마운자로 일본 원정 처방이 유행처럼 확산하고 있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 탓이다. 현재 마운자로의 국내 출고가는 2.5mg 28만원, 5mg 37만원, 고용량(5mg·10mg) 52만원이다. 반면 일본 성지로 알려진 병원들에서 처방받을 경우 2.5mg 12만원~15만원, 5mg 20만원~25만원, 고용량 30만원~40만원 대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일본 원정 처방의 문제는 가격이 저렴한 데다 처방 문턱이 낮아 정상 체중 범위에 있는 이들이 약물을 오남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마운자로를 포함한 비만치료제 오남용 우려가 커지면서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운자로와 위고비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마운자로의 경우 식약처가 관세청에 유해 통보를 한 품목으로 요건 확인을 받아야하나, 대부분의 환자들은 일본 현지에서 마운자로를 처방받아 직접 휴대하는 이른바 '핸드캐리' 방식으로 국내에 들여오고 있는 실정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마운자로는 식약처에서 유해 통보를 한 품목으로 원칙상 여행자 휴대든 특송이든 가져올 수 없다"며 "다만 여행자들을 100% 검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일부 반입이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본 외에 인도 마운자로 직구를 홍보하는 게시글이 확산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온라인 사이트의 중간 판매자를 통해 구매하는 방식으로, 상온 배송 과정에서 약물이 변질되거나 위조품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해외 대비 높게 형성된 마운자로 가격과 품귀 현상이 원정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운자로 처방 경험이 있는 30대 직장인 김모(35)씨는 "3개월 치를 한 번에 처방받을 경우 일본을 오가는 왕복항공비를 고려하더라도 한국보다 저렴하다"며 "굳이 한국에서 비싼 금액을 주고 처방받느니 후쿠오카 등 가까운 지역을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에서 마운자로를 유통하고 있는 한국릴리는 일본과 한국의 마운자로 가격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국가 별 마운자로의 공급가의 경우 제품의 전반적인 가치와 임상적 효과 및 안전성 프로파일뿐 아니라 각 국가의 시장 및 규제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릴리는 마운자로 2.5mg과 5mg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품절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국내에서 당면한 마운자로에 대한 강력한 수요와 그로 인해 발생한 공급과의 불균형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증가하는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s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