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발이 아버지','야동 순재','직진 순재' 애칭
'허준','이산','상도' 출연... 사극 전성시대 이끌어
14대 국회의원으로 당선, 한때 정치 활동도
구순 바라보면서도 연극무대에서 열정 불태워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원한 청년 배우 이순재가 별세했다. 향년 91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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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배우 이순재. 2025.11.25 oks34@newspim.com |
유족들은 고인이 25일 새벽, 영면에 들었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연극 무대와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청년 못지않은 노익장을 과시했던 고인은 지난해 10월 건강이 악화되면서 활동을 중단했다. 한때 건강이 호전되면서 다시 활동을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끝내 고령의 나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세상과 작별했다.
1935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났다. 일제강점기에 만주에서 생활하던 부모님과 떨어져 서울에서 조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서울 아현국민학교를 거쳐 서울중학교에 진학했다. 중학 시절 만주에서 돌아온 부모님이 비누 공장을 경영하면서 안정된 생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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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이순재. 2025.11.25 oks34@newspim.com |
1950년 한국 전쟁 때 가족과 함께 피난을 가서 대전고등학교에서 학업을 이어갔다. 대전고등학교 재학 시절 연극 '햄릿'을 무대에 올렸다. 서울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한 고인은 서울대학교 연극반을 재건해 전국 대학 연극 경연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1964년 TBC에서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1966년 정진우 감독의 '초연'에 출연하면서 배우로서 필모그래피를 쌓기 시작했다. 1967년 한 해 동안 '한'(유현목, 1967), '단발머리'(김수동, 1967), '빙점'(김수용, 1967), '대괴수 용가리'(김기덕, 1967), '막차로 온 손님들'(유현목, 1967) 등에 출연했다. 당시에는 주로 냉소적이면서 반항적인 청년의 이미지로 등장한 영화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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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이순재. 2025.11.25 oks34@newspim.com |
1976년에 출연한 최인현 감독의 '집념'으로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남우상을 수상했다. '집념'은 허준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으로 영화에서 허준 역할을 맡았다. 훗날 이순재는 드라마 '동의보감'(1991), '허준'(1999)에도 출연하여 허준 역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1980년 방송 통폐합으로 TBC에서 KBS로 자리를 옮겨 활동했다. MBC 드라마 '제2공화국'에서 윤보선 전 대통령 역할을 맡으면서 눈길을 끌었다. 1991년 출연한 MBC 주말 연속극 '사랑이 뭐길래'는 6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보수적이면서도 따뜻한 품성을 지닌 아버지로 출연하여 '대발이 아버지'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국민 배우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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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이순재. 2025.11.25 oks34@newspim.com |
2006년에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 출연해서 '야한 동영상'을 보다가 들키는 장면 때문에 '야동 순재'라는 캐릭터로 더욱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사모곡', '인목대비', '상노', '풍운', '독립문' 등 수많은 사극에 출연했으며 '상도'(2001), '이산'(2007) 등에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순재는 제14대 국회의원(민주자유당)을 지내는 등 잠시 정치권에 몸을 담기도 했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 후보로 서울 중랑갑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되기도 했다. 또 최근까지 가천대 연기예술학과 석좌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순재는 새 천년에 들어서면서 다시 연극 무대를 찾았다. '세일즈맨의 죽음'(2000)으로 다시 연극 무대에 선 뒤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연극 무대에 서 왔다. 그는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장수상회'(2016), '앙리 할아버지와 나'(2017), '리어왕'(2021)에서 열연을 펼쳤다. 특히 '리어왕'에서는 200분 공연의 방대한 대사량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찬사를 받았다. 2023년에는 연출자로 나서 러시아 문호 안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를 후배 배우들과 함께 대극장 무대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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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지난해 KBS에서 연기대상을 받은 배우 이순재. [사진 = KBS] 2025.11.25 oks34@newspim.com |
지난해에도 이순재의 연기 열정은 식지 않았다. 지난 10월 건강 문제로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 전까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와 KBS 2TV 드라마 '개소리' 등에 출연하며 마지막 연기 혼을 불태웠다.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가 됐다.
이순재는 '딴따라'라고 무시당하던 시절부터 무대에 올라 연기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일조했다. 또 쉼 없이 무대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면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기도 했던 영원한 청년 배우였다. oks3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