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경학연구소 안보 전문가 오기 히로히토 인터뷰
"누가 총리가 되든 최소 5년간 방위비 확대 불가피"
우크라戰으로 美의 타국 지원 능력 부족 드러나
'방위 자립성'과 '전쟁 지속 능력' 위해 방산 강화
"핵잠의 군사적 의미 한국 내 논의 깊지 않은 듯"
[도쿄=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외교부 공동취재단 = "과거 냉전 시대 일본의 안보 위협은 소련이었지만 이제는 중국으로 변화했다. 현재는 중국의 해양 진출과 그로 인한 남서제도 방위가 일본 안보의 핵심 과제다."
일본 국제문화회관 산하 지경학연구소(Institute of Geoeconomics)의 안보 전문가인 오기 히로히토 주임 연구원은 중국에 대응하는 방위 체계를 갖추고 중·일 군사 균형을 맞추는 것이 일본 안보의 최대 과제라고 지적했다. 냉전 종식과 중국의 부상으로 일본의 안보 패러다임이 변화하기 시작했고 2022년 '전략 3문서' 개정으로 북한에 대한 위협 인식도 중국으로 역전됐다고 설명했다.
오기 연구원은 지난 12일 도쿄 국제문화회관 회의실에서 외교부 공동취재진과 인터뷰를 통해 일본의 안보 환경 변화와 방위산업 확대 전략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일본이 중국과의 군사적 균형을 위해 지속적인 방위비 증액이 불가피하며 한때 휴면 상태였던 방위산업을 정비하는 방향으로 강력한 정책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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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기 히로히토 일본 지경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지난 12일 도쿄 국제문화회관에서 한국 외교부 공동취재단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공동취재단] 2025.11.12 |
오기 연구원은 일본 방위성과 외무성에서 16년 동안 근무했던 전직 관료로, 일본의 일본 방위정책과 군사 전략, 군사 정보, 방산 정책 및 경제안보 문제를 분석하는 안보 전문가다. 방위성 국방정보본부 전략정보분석실 수석 부국장, 방위성 국방계획 편성과 부국장 등을 지냈다.
오기 연구원은 "2022년 개정된 전략 3문서에서 중국을 '체제 전략적 도전 과제'로 규정한 것은 사실상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지목한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장사정 미사일, 무인 무기체계, 방공 능력 강화 등을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방위비를 기존보다 2배 증액해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누가 총리가 되든 향후 5년간 방위비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단언했다.
오기 연구원은 방위력 향상을 위해서는 국내 산업기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일본 방위산업 시장은 국내적으로만 존재했고 해외 수출이 어려워 '데드 엔드(수요가 정체된)' 시장이었다"며 "2022년 안보 3문서 개정으로 방위예산이 확대되고 그 돈이 주요 방산 기업으로 가기 되면서 방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정비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현재 방위생산기반강화법을 제정하고 연구개발 지원 확대, '방위 이노베이션 기술연구소' 설립 등 산업 기반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미쓰비시중공업(MHI)이 방위조달 계약액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며 업계 중심으로 부상했다. 오기 연구원은 "과거에는 낮은 이익률과 수출 제한으로 방산업의 성장 여지가 없었지만, 이제는 해외 수출을 목표로 하는 정책 시프트가 진행되고 있다"며 일본 방산 기업들이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이 방산 기업을 적극 육성하려는 배경에 대해 오기 연구원은 '방위력 자립성'과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을 꼽았다. 미국산 무기 조달에 의존하는 것에 대한 보완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미국의 산업 기반이 타국의 전쟁을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일본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려면 국내 산업 기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예전에도 인식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 강해졌다"면서 "일본뿐 아니라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고 방위비 확대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독일도 국내 방위 생산 기반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여론도 방위력 강화 자체에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를 위한 세금 증액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존재한다. 오기 연구원은 "저출산·고령화로 사회보장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방위비 증액과의 균형이 일본 정치의 최대 과제"라며 일본 정부는 의료·연금 개혁과 병행해 국민 부담 완화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어느날 갑자기 일본의 안보 위협으로 떠오른 것은 아니다. 중국의 위협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일본이 방위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의 위협을 빌미로 삼는 것은 아닌지를 묻는 질문에 오기 연구원은 "시간적 갭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본이 2022년에 비로소 중국을 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중국과 관계에서 '외교 확대'와 '방위력 향상'이라는 두가지 접근법을 사용하다 외교를 통한 위협 해소에 대한 현실성 저하를 인식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을 최대 안보 위협으로 상정한다는 것은 외교적 리스크를 수반하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2022년이 돼서 외교가 중국과 관계를 개선시킨다는 기대가 저하되고 역으로 긍정적으로 리스크를 질 수 있게 됐다고 본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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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왼쪽)이 지난달 29일 일본을 방문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에 대한 일본의 인식이 어떤지를 묻는 질문에 오기 연구원은 "한국은 일본에 있어서 위협도 아니고 한국이 핵잠수함을 보유할지 안 할지는 한국 정부의 판단"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그는 "군사 전문가 관점에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한국이 핵잠수함을 보유하는 군사적 의미에 대해 한국 국내에서 논의가 깊지 않았다는 인상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핵잠수함으로 북한과 중국 잠수함에 대처하는 능력을 강화할 것인지, 대응 타격 능력을 강화하려는 것인지, 훗날을 위해 '핵딜리버리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오기 연구원은 "한국이 중국 잠수함 대응를 위해 핵잠수함을 갖게 된다면 일본으로서는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전략적 목표의 기반이 어디까지 변화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 잠수함의 위협에 대해 언급했다는 것은 일본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 "일본과 한국 인식하는 공동의 위협 요소가 확실히 늘어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 대응타격용이 한국의 목표라면 핵잠수함은 가성비가 좋지 않다"면서 "이 점은 한국이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opent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