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경비 임무를 하던 미국 주방위군 두 명을 향해 총격을 가한 용의자가 과거 아프가니스탄에서 미 중앙정보국(CIA)의 지원을 받던 특수부대 출신으로 확인되면서, 피격 사건이 단순 범죄를 넘어 미국 내 이민·안보 논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카슈 파텔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용의자가 라흐마눌라 라칸왈(29)로, 아직 범행 동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FBI는 사건 직후 워싱턴주에 있는 용의자 관련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휴대전화·태블릿·노트북 등을 확보하고 가족을 조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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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현지시간) 추수감사절을 맞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군 장병들과 통화한 후 기자들에게 발언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용의자는 CIA가 조직·지원한 아프간 대테러 특수부대 '제로 부대(Zero Units)' 소속으로,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그는 미군·CIA와 함께 현지에서 야간 습격과 비밀 작전을 수행하던 준(準)군사조직 출신으로 알려졌다.
미 국토안보부(DHS)에 따르면 라칸왈은 2021년 미군 철수 직후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가 운영한 아프간 작전 협력자의 재정착을 위한 프로그램 '동맹 환영 작전(Operation Allies Welcome)'을 통해 입국했다.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그가 입국했을 당시 누적 7만 명 이상의 아프간 국민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땅을 밟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이민·난민 심사 실패'에 돌리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날 플로리다주 팜비치 자택에서 추수감사절을 맞아 군 장병들과 통화한 후 기자들에게 "새라 벡스트롬(20)이 숨졌고, 함께 공격받은 앤드루 울프(24)는 생명이 위독하다"며 "미국에 들어오고 머무르는 사람들을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라칸왈이 2021년 '혼란 그 자체였던' 미군 철수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채 수천 명과 함께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 정부 문건에 따르면 라칸왈의 망명 승인 시점은 올해 4월 23일, 즉 트럼프 취임 이후였다고 익명의 정부 관계자가 로이터에 귀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망명에 있어서, 그들이 비행기로 입국하면 그들을 내보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어떤 방법을 쓰든 그들을 모두 내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용의자의 아내와 다섯 자녀도 추방 대상이냐는 질문에는 "전체 상황을 살펴 보고 있다. 비극적인 상황"이라고 답했다.
팸 본디 법무장관은 폭스뉴스에서 라칸왈이 "테러 혐의로 기소할 것이며 최소 종신형, 사망자 발생에 따라 사형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라칸왈은 체포되기 전 교전으로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한 상태이며, 중태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적인 이민 정책 재검토에 착수했다. 국토안보부 관계자들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승인된 모든 망명 신청을 전면 재검토하고, 19개 국가 출신 이민자들에게 발급된 영주권 기록도 다시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아프가니스탄 국적자와 관련된 모든 이민 신청은 즉시 무기한으로 중단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가 8월 발령해 법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D.C. 치안·이민 단속용 주방위군 동원 정책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피격된 두 명은 이 임무의 일환으로 현장에 배치된 웨스트버지니아 주방위군원이었다. 트럼프는 사건 직후 500명 추가 투입을 지시했으며, 워싱턴D.C.에는 현재 약 2,200명 규모의 병력이 배치돼 있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