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정책 독단적 추진과 이민자 단속 우려 등 정책 갈등 폭로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수지 와일즈 백악관 비서실장이 폭로성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핵심 인사들을 거침없이 비판해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알코올 중독자 성향'이라고 평가했는가 하면 JD 밴스 부통령을 '음모론자'로 지칭했으며, 팸 본디 법무부 장관이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의 관련 기록(앱스타인 파일)을 조기에 처리할 기회를 놓쳤다고 결론지었다.
와일즈 비서실장은 16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대중문화 월간지인 '배니티 페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알코올 중독자의 성격(an alcoholic's personality)을 가진 인물"로 규정했다. 그는 알코올 중독자로 유명 스포츠 캐스터였던 아버지 슬하에서 자란 경험을 언급하며 "그런 강한 개성(big personalities)에 대해 약간의 전문가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록 술은 마시지 않지만 "자신이 못할 일은 없다고 믿는 식의 행동을 보인다"는 취지로 설명해 논란을 키웠다.
보다 민감한 부분은 이른바 '보복성(score settling) 법 집행'을 사실상 인정한 대목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와일즈 비서실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초반, 대통령과 "취임 후 90일 안에 앙갚음을 끝내자"는데 대략적인 합의를 봤지만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사기 혐의로 기소했던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을 사기 대출 혐의로 기소한 트럼프 대통령 측의 법적 대응을 두고 "하나의 보복(retribution)에 해당할 수 있는 예외적 사례일 수 있다"고 인정했으며,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 대한 조치 역시 "사람들이 앙갚음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화살은 행정부 내부로도 향했다. 그는 JD 밴스 부통령에 대해 "10년 동안 음모론자(conspiracy theorist for a decade)였다"며, 트럼프 비판자에서 열렬한 지지자로 돌아선 것은 "상원의원 선거를 위한 어느 정도 정치적인(sort of political) 변신"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와일즈는 "만약 2028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 나선다면 밴스는 매우 강력한 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해, 비판과 동시에 잠재적 후계자로서의 경쟁력도 인정했다.
반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 대해서는 톤이 달랐다. 와일즈는 루비오를 두고 "자신의 원칙을 쉽게 어길 사람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비판자에서 지지자로 돌아선 과정이 "어느 순간 정치적 결단을 내린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었다(he had to get there)"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밴스의 '정치적 계산'과 루비오의 '원칙 중심' 변신이 묘하게 대비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팸 본디 법무장관에 대한 평가도 거칠었다. 와일즈는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자료(엡스타인 파일) 초기 대응을 언급하며 본디가 사안의 민감성을 "완전히 놓쳤다(completely whiffed)"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이 해당 파일을 읽어봤으며 문서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등장하지만 "트럼프가 나쁜 일을 하는 장면은 아니었다"고 말하며,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해 온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틀렸다"고 시인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에 대한 언급도 거칠었다. 와일즈는 머스크를 "이상하고 이상한 괴짜(odd, odd duck)"이자 "공개적으로 케타민(마약성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an avowed ketamine user)"이라고 말했다. 와일즈는 이후 이 발언의 일부에 대해 "그런 말을 했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부인했지만, NYT는 녹취를 통해 실제 발언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정책 현안에 대한 내부 갈등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와일즈는 올 봄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관세 인상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참모들 사이에 "엄청난 의견 불일치"가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의견이 조율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조언을 무시하고 발표를 강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 인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결과를 초래했다"고 토로했다.
와일즈는 이민자 단속과 관련해서도 "추방 절차를 훨씬 더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과도한 단속 관행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또 베네수엘라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실제 목표가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교체하는데 있음을 시사했다. 와일즈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가 항복할 때까지 계속 배를 폭파(blowing up boats)하고 싶어 한다"고 전하면서도, 베네수엘라에 대한 지상군 투입 등 군사 옵션은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논란이 커지자 와일즈는 배니티 페어 보도를 "부정직하게 짜여진 흠집 내기 기사(disingenuously framed hit piece)"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와일즈 비서실장의 이번 발언은 내부 폭로에 가까운 충격적 인터뷰라는 지적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적나라한 갈등과 권력 역학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