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 피해...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 없어"
"美, 언론의 공적 비판 권한 두텁게 보호 참고해야"
英, 비슷한 법안 입법 후 범죄율 폭증 지적도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른바 '혐오 표현'을 인터넷에서 규제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통과된 가운데, 해당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말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윤성 미국 뉴욕주 변호사(자유와평등을위한법정책연구소, 숭실대 국제법무학과 겸임교수)는 지난 17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이 법은 사실상 인터넷 영역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자유민주주의의 생명선인 '표현의 자유'를 말살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법안은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23일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원안)'으로, 지난 10일 과방위가 마련한 대안(개정안)에 원안의 내용 대부분이 그대로 반영됐다.
전 변호사가 문제로 지적한 부분은 개정안에 신설된 제 44조의 7 제 1항 제 2호의 2와 제 2항이다. 주요 내용을 보면 제 2호의 2는 "공공연하게 인종·국가·지역·성별·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차별을 선동하거나 증오심을 조장하는 내용의 정보를 불법정보로 추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이러한 정보에 대한 거부·정지 또는 제한을 명하도록" 했다.
신설된 제2항은 '허위조작정보'를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해선 안 된다고 규정(풍자와 패러디는 제외)하며 '(제1호)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이거나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허위정보)', '(제2호)타인의 인격권이나 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보', '(제3호) 제1호 및 제2호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의도 또는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생산 또는 선별된 정보'를 규제 대상으로 정했다.
문제는 제재의 정도이다. 개정안이 규정하는 '불법정보', '허위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손해 발생이 인정되는 한, 증명되는 손해액 외에 증명되기 어려운 손해에 대해서도 5000만원까지 법정손해액을 추정, 부과가 가능하다.
또 고의 또는 중과실로 유포한 경우에는 증명·추정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액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도록 했다.
법원에 의해 불법정보나 허위조작정보로 인정된 정보를 2회 이상 유통한 경우 방미통위가 최대 10억원의 범위 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의 과방위 통과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지난 11일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동반연), '진정한평등을바라며나쁜차별금지법을반대하는전국연합(진평연)', '거룩한방파제통합국민대회', '성평등가족부반대대책위원회', '자평법연' 등이 "표현의 자유를 말살한다"며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뉴스핌은 전 변호사를 만나 개정안의 어떤 점을 우려하는지 인터뷰했다.
다음은 전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개정안을 '인터넷판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고 지적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무엇이고 왜 반대하나.
▲지난 21대 국회에서 이른바 '포괄적 차별금지법' 4개 법안(정의당 1건, 더불어민주당 3건)이 발의됐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이유는 '괴롭힘'이나 '차별'이라는 주관적 측면이 강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즉 피해자의 주관적 느낌에 따라 법 위반이 성립된다.
괴롭힘의 종류 중에 '혐오 표현'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어떤 주제에 대한 의견 표출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그런 괴롭힘이 아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동성간 성행위를 했을 때 에이즈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보건적 측면의 유해성을 거론하면 이를 들은 동성애자가 혐오감을 느꼈다고 주장할 수 있고, A는 법을 위반하게 되는 것이다. 개인을 특정하지 않고 행위만 지적을 했는데도 법적 제재를 받게 되는 것이다.
-과방위 통과 과정에 문제는 없었나?
▲의견 수렴 없이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다. 법안이 발의되면 검토하는 절차를 거친다. 국회 각 소위원회마다 소관 법률을 검토하는 전문위원들이 있고 그 전문위원들이 검토 보고서를 제출한다. 지난 9월 1일 최민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검토·심사 보고서를 과방위 단계에서 받았다. 일반적인 절차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10월 23일 발의되고 12월 10일 과방위 검토·심사 보고서 없이 통과했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민주당은 개정안의 연내 통과가 목표고 우선 처리 법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서두르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차별', '증오(혐오)'를 제재하는 것이 어떤 점이 잘못됐나?
▲'차별'과 '증오(혐오)'를 느끼는 기준이 주관적이고 명확성이 없다는 것이다.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 원칙은 법률에서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이와 관련해 혐오표현 규제에서 '혐오' 또는 '증오'라는 용어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2016년 11월 24일 공공장소에서 과다 노출한 경우 형사 처벌이나 행정 처분을 받게 한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33호 위헌제청 사건에서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은 사람마다 달리 평가될 수밖에 없고 노출됐을 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신체부위도 사람마다 달라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통해 '지나치게'와 '가려야 할 곳'의 의미를 확정하기도 곤란해 죄형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개정안에는 차별금지법과 유사한 내용이 들어 있나?
▲지난 국회에서 시민단체들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했기 때문에, 이제 차별금지법이라는 이름으로 발의를 안 한다. 대신 다른 법안에 기존 차별금지법의 요소들을 쪼개서 발의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최 의원의 개정안이 그렇다.
개정안에 신설된 제44조의 7 제1항 제2호의 2를 보면 "공공연하게, 인종·국가·지역·성별·장애·연령·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차별을 선동하거나 증오심을 조장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이 금지되는 불법정보에 추가하고 있는데 '등을'이라는 단서를 달아 규제 대상 확장성도 내포하고 있다.
신설 조항대로라면 시민단체가 반대하는 동성애와 같은 '성적 지향', 성전환 같은 '젠더 정체성', 특정 국가나 종교적 배후를 가지고 있는 테러행위에 대한 비판도 못하게 된다.
지금 방송법, 집시법 개정안도 소위 '차별', '혐오(또는 증오)'를 금지하는 내용들이 올라가 있는데, 이러한 법안들이 통과되면 표현의 자유가 과도히 억압받게 된다.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설명해달라.
▲'표현의 자유'는 다른 기본권들 중에서도 우월적인 지위를 가진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연방 수정헌법 제1조의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고 있고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도 1991년 9월 16일 "언론의 자유는 바로 민주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기초가 되기 때문에 특히 우월적인 지위를 지니고 있는 것이 현대 헌법의 특징"이라며 "오늘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여론의 형성에서 언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고,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표현의 자유의 우월적 지위는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허위조작정보를 규제하겠다는 신설 조항은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2021년에 소위 가짜뉴스를 규제한다는 명목으로 국회에서 발의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언론중재법)'이 비슷한 내용으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 법은 내용에 대한 비판도 많았지만, 국회의 개정 입법 절차에 대해서도 새벽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거대 정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것으로 인해 논란이 있었다.
해당 법안의 주요 쟁점은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언론, 인터넷뉴스서비스,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을 통해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로 정의된 '허위·조작보도'에 대해 고의 또는 중과실을 '추정'할 수 있도록 했고, 아울러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대해서는 5배까지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당시 '전환기 정의 워킹그룹'이라는 시민단체가 유엔 인권이사회의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에게 이 법에 대해 진정을 제기했다. 아이린 칸 특별보고관은 같은 해 8월 27일자로 된 서한을 우리 정부에 보내 법안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9월24일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단순히 '허위 정보'라는 사실만으로 과도한 징벌을 받도록 한 이 법안은 민주적이고 열린 토론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 당시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직전이었기 때문에 해당 법안의 문제점들로 인해 처리되지 못했다.
근데 이번 개정안 제44조의7 제2항 제1, 2, 3호에 다시 해당 내용들을 올린 것이다. 어떤 언론사가 10억원 과징금을 맞고 존재할 수 있나? 아무도 기사를 못 쓸 것이다.
제보자로부터 제보를 듣고 어느 정도 신뢰가 있고 확실하다면 공익적 가치를 위해 언론이 보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수사기관이 수사를 시작하며 진실을 찾아가는 절차를 밟는 것인데, 그 단계 자체가 막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언론의 자유를 더 크게 보장해주고 있다. 미국 '설리번 사건'을 예로 들어보겠다. 1960년 3월29일 뉴욕타임스는 앨라배마주립대에서 열린 흑인 인권운동 시위를 강경 진압한 경찰을 비판하는 인종차별 철폐 광고를 실었다. 이를 본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의 시의원이자 경찰 업무를 관장하던 설리번이 해당 광고가 시 경찰력에 대해 허위로 기술했다며 광고를 게재한 인권운동가들과 뉴욕타임스를 대상으로 명예훼손 소송을 걸었고, 1·2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대법원은 정부 공무원에 대한 명예훼손에 대해, '연방 수정헌법' 제1조를 통한 표현의 자유 보장을 언급하며 '진실의 항변의 입증 책임을 피고(명예훼손의 표현을 한 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헌법 불합치라고 지적하며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즉, 공무원은 문제된 기사의 '실질적 악의(진술이 허위였음을 알았거나, 허위 여부에 대한 의식적 무관심)'를 입증하지 못하면, 그 공무 수행과 관련된 명예훼손적 허위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연방 판례법을 정립한 것이다. 미국은 정치인과 공무원에 대한 언론의 모니터링과 비판 권한을 두텁게 보호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권력의 투명성과 높은 도덕성을 담보하고 민주주의를 지속할 수 있다는 미국인들의 신념이 반영된 것이다.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대장동 사건'이 논란이 되기 전에 최초로 보도한 기자는 제보자로부터 제보를 받고, 내용이 상당한 신빙성이 있음을 확인한 후 보도했다. 그런데 보도 직후, 화천대유 측은 즉각적인 기사 삭제를 요구하며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자를 형사고소 했다. 이에 더해 10억원의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그러나 기자는 이러한 협박에 굴복하지 않았고, 지금은 특종을 터트린 언론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언론의 객관성에 대한 규제가 언론의 자유와 공익 수호를 해치지 않도록 합리적인 균형을 보여주는 사례다.
-개정안과 같은 법률이 통과된 다른 나라가 있나?
▲영국은 2003년 통신법 제127조를 제정했다. 내용을 보면 '타인에게 분노, 불쾌감 또는 불필요한 불안을 야기할 목적으로 공공의 전기 통신망을 사용하여 과도하게 모욕적이거나 외설적인 또는 음란하거나 위협적인 내용의 메시지 등을 전송하는 행위'를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피해자의 차별금지사유(인종, 종교, 장애, 성적 지향 또는 트랜스젠더 정체성)를 이유로 적대감을 표출하며 저질러진 경우'에는 '양형법' 제66조에 따라 가중처벌(혐오표현 범죄)'하도록 했다.
문제는 입법 이후 범죄 증가율이다. 영국 경찰 통계에 따르면 2015~2016년(혐오범죄 5만7676건 발생)에 비춰봤을 때, 2019~2020년(혐오범죄 10만5090건 발생)은 범죄율이 82% 증가했다.
혐오범죄를 처벌하고 있는데도 범죄가 증가한다는 것은 범죄 예방 효과가 없는 것인가? 아니면 혐오범죄에 관한 형사법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인가? 범죄화 입법의 필수 요건인 당벌성(형벌을 부과할 가치)은 법익침해 빈도, 사회적 비난가능성 및 그 침해가 야기하는 위협감정을 고려해야 하는데 과연 혐오표현의 범죄화 또는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가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고 있나?
영국 전직 경찰관 해리 밀러는 트위터에 "트랜스젠더 여성은 진짜 여성인가?"라는 글을 올린 것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심지어 단정도 아닌 질문을 한 것 정도인데 말이다. 2019년 1월25일 영국 BBC기사("Man complains of 'Orwellian police' after tweet investigation")를 보면 밀러는 "경찰이 내 생각을 감시하고 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가 생각났다"면서 "영국이 오웰의 나라가 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점은?
▲개정안은 인터넷 영역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차별금지법에 기독교 시민단체들이 특히 반대했던 이유는 목사들이 교회에서 성경에 기반해 '동성애'에 대한 비판 설교를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와 같은 제재안을 개정안에 넣었다.
또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생명선인데, 개정안은 이를 말살할 위험성이 있다. 특정 종교를 떠나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존속과 국민 기본권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은 찬성과 반대 모든 의견이 자유롭게 공론의 장을 통해서 표출되고, 여론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권력이 견제를 받는다. 개정안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
전 변호사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에서 미국법 석사 학위를, 미국 아메리칸 대학교에서 국제법 석사 학위, 숭실대 법학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LG전자 사내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현재 숭실대 국제법무학과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calebca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