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선 "불의, 대가 따라야"...친한계 반발
성공 땐 입지 강화...실패 땐 비대위 체제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국민의힘의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장동혁 지도부는 당게(당원 게시판) 논란을 들어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징계를 밀어붙일 태세다. 이미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중징계를 권고한 터다. 친한(친한동훈)계가 반발하면서 갈등이 정점을 향하고 있다. 대여 투쟁에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적전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 전 대표를 징계하겠다는 장 대표의 의지는 확고한 것 같다.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과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등 한 전 대표와 대립각이 선 인사를 당직에 임명한 데서 이런 기류를 읽을 수 있다. 공석인 윤리위원장 인선에 시선이 모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중징계와 관련해 "당내 화합이 중요하지만 전당대회부터 '밖에 있는 적 50명보다 내부의 적 한 명이 더 무섭다'는 말씀도 드렸다"며 "해당 행위에 엄정 조치하고 당을 하나로 뭉쳐서 싸우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한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장 대표의 이 같은 입장은 이호선 위원장의 입장과 거의 같은 맥락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16일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중징계 권고를 하기 전날인 15일 개인블로그에 구약성경 출애굽기를 인용해 "소가 본래 받는 버릇이 있고, 임자는 단속하지 아니하여 (사람을) 받아 죽이면 그 소는 돌로 쳐 죽일 것이고 임자도 죽일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위원장은 18일 블로그에 "정의는 단순히 균형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악에 대한 분명한 응답"이라며 "들키면 본전이 되어서는 안 되고 불의에는 안 하느니만 못한 대가가 따라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김 전 최고위원과 한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장예찬 부원장은 한 수 더 떴다. 장 부원장은 지난 17일 밤 YTN라디오 '김준우의 뉴스 정면 승부'에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를 몰아내면 내홍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당원게시판 진상 규명과 적절한 정치적 책임은 단결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잘못한 것들을 묻고 넘어가자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내분을 더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동훈의 당원 게시판, 김종혁 건을 털어버리는 게 중도 확장의 선제 조건"이라며 "자중지란을 확대 재생산하는 친한계에 책임을 물은 뒤 장동혁 체제가 새해부터 중도 확장으로 나아갈 때 (전통 지지자들도) '장 대표가 우리와의 약속을 지켰으니 한 번 믿고 지켜보자'며 용인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친한계는 반발했다. 한 전 대표는 18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보수 정당에서 당 대표를 비판한다고 당에서 내쫓는다는 건 보수 정당과 자유민주주의 정당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라며 "그 정체성이 몇몇 사람들의 잘못된 생각에 의해서 더럽혀지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원하는 게 저를 찍어내고 싶은 거라면 그렇게 하면 된다"며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이런 식의 분위기를 만들어 당을 우스운 당으로 만들지 말라"고 직격했다. 김 전 최고위원 등 주변 인사를 건드리지 말고 자신을 찍어내고 싶으면 그렇게 해보라는 것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저와 한 전 대표를 한 묶음으로 삼고 있다"며 "저에 대한 징계를 징검다리로 삼아 한 전 대표에게 넘어가겠다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 위원장을 겨냥해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부정선거를 주장한 이 위원장은 당무감사위원장 자격이 없다"고 했다.
그는 "보통 합리적인 분들이 윤리위원장을 지금 맡으려고 하겠나. 누가 그런 비난들을 감내하려고 하겠나"며 "그냥 '돌격 앞으로' 할 수 있는 분을 앉히려고 하는 게 아닐까"라고 했다.
박정하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김 전 최고위원의 발언을 가지고 중징계를 의결한 것은, 이걸 통해서 어느 정도의 여론 형성이 되는지 또 반발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고 브리지 삼아서 당게 사건까지 가려고 하는 것"이라며 "(장 대표와 이 위원장이) 비슷한 생각의 비슷한 인식 속에서 같이 한 방향으로 얘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지난 17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중징계 권고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당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면 이렇게 중징계해야 하는 건가"라며 "공정하지 못하게 징계하면 당내 갈등이 봉합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지아 의원도 지난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불편한 목소리를 침묵시키려는 의도로, 표현의 자유를 당의 기준에 맞춰 선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위험한 신호"라고 했다.
당무감사위가 한 전 대표에 대해 중징계를 내릴 경우 장 대표와 한 전 대표의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양쪽 편으로 갈려 당내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장 대표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각오하고 밀어붙이는 것으로 봐야 한다. 자신의 정치 미래를 놓고 사실상 위험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당내의 차기 경쟁자가 될 수 있는 한 전 대표의 무장을 해제하고 고립시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친한계의 결속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중징계하더라도 집단 탈당 등 극단적인 분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징계를 하면 한 전 대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나설 수 없게 된다. 원외의 광야 생활이 상당히 길어질 수 있다. 당내외의 정치적 기반을 확충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장 대표가 성공하면 당내 입지를 굳힐 수 있다. 강경 보수층의 지지 기반을 토대로 차기를 준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적어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당내 역풍에 막혀 실패 땐 대표직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과 당 노선 전환을 요구한 30여 명의 의원이 반발할 수 있다. 여기에 나름의 보수 지분을 가진 김문수 전 대선 후보가 한 전 대표와 손을 잡은 것은 장 대표에게는 돌발 악재다.
김 전 후보는 지난 17일 수도권 전현직 의원 및 당협위원장 모임 '이오회'에서 한 전 대표의 손을 잡고 "우리 당의 아주 귀한 보배"라며 "우리 당에서 우리 보배를 자른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당 지도부를 비판하며 한 전 대표 지지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갈등이 격화될 경우 장 대표의 사퇴론이 제기될 수 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계기가 될 수 있다. 지지율이 더 하락한다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위기감이 고조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초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장 대표가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leejc@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