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고위 관계자 "윤영호 의지에 맞춘 것"
[서울=뉴스핌] 백승은 기자 =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전 2027년 대선을 준비한 정황이 드러났다. 청와대에 보좌진을 투입하는 등 '기반'을 만들기 위해 정책 투표수 자금이 필요하다는 고민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19일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정원주 전 비서실장,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윤 전 본부장의 아내 이 모 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4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오전에는 윤정로 전 세계일보 부회장이, 오후에는 엄윤형 세계본부 기획조정국장이 출석했다.
엄 전 처장의 증인신문 중 2021년 10월 14일 자 '대륙회장 회의 회의록'이 현출됐다. 당시 윤 전 본부장과 정 전 비서실장 등 총 11명이 회의에 출석했다.
통일교 대륙회장이란 각 대륙을 대표하는 지도자를 뜻한다. 엄 국장은 "대륙회장 회의를 하면 세계본부가 나아갈 방향을 공유하는 경우, 대륙별 활동을 보고 듣거나 한다"라고 설명했다.
회의록에는 주진태 통일교 회장이 '우리의 목표는 청와대에 보좌진이 들어가야 한다. 두 번째는 여든 야든 국회의원 공천권을 줘야 한다'라며 '그러려면 정책 투표수 자금이 있어야 한다는, 여기까지 고민해야 한다. 잘못 선택하면 큰일난다'라고 말했다고 기록돼 있었다.
또 회의록에는 주 회장이 '2027년 전까지 우리(통일교)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신중하게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관련해 김건희 특별검사(특검) 측이 '잘못 선택하면 큰일난다'라는 문장에 대해 "대선 후보 선택을 신중해야 한다는 대화냐"라고 묻자 엄 국장은 "기록상 그런 것 같다"라고 했다.
다만 '정책 투표수 자금'에 대해 엄 국장은 "저도 기록만 한 것이고, 내용은 주진태의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따로 논의한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어 회의록에 따르면 박영배 통일교 영남지구 회장(현 세계피스로드재단 이사장)은 '국회의원 공천권, 청와대 기반 입성, 이 기반을 이루려면 결코 쉽지 않다. 여기까지 가야 안착 기반이 이뤄진다. 그리고 2027년까지 이렇게 가면 대권 도전도 가능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특검 측은 이 발언에 대해 "통일교는 종교 단체지 않냐. 종교 단체 고위급 인사 회의에서 대선이나 국회의원 공천권, 청와대 등이 나온 배경이 뭐냐. 어떤 것 때문에 저런 논의가 이뤄지냐"라고 물었다.
잠시 침묵하던 엄 국장은 "당시 윤영호가 추진하던 정책에 맞춰 (통일교 내) 지구장들이 계획하고 고민하고 논의하던 상황이었다"라며 "윤영호의 의지 맞춰 진행한 것 아닐까"라고 답변했다.
이어 특검 측이 "계속 (회의에서) 나온 것은 정치권에 영향을 미치는 것 관련 내용이다"라며 "단순하게 '평화 서밋'을 통해 통일교의 영향력을 사회 전반 아니라 국회의원 선거나 대권에 도전한다고 (회의록에) 나와 있어서 질문한 것"이라고 했다.
엄 국장은 "그런 내용들이 논의됐다고 실행된 게 (아니다)"라고 말을 흐린 뒤 "저희가 세운 정책이 국가 정책에 이뤄지길 바랐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앞서 출석했던 윤 전 부회장은 정치권과 통일교를 연결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윤 전 본부장과의 만남도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측이 '왜 정치권과 통일교를 연결하려 했냐'고 묻자 윤 전 부회장은 "제가 만나는 게 일이다. 우리(가 하는 일)를 이해시키고 설명하고 하는 게 내 일"이라며 "정치권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힘과 (통일교 측을) 연결한 게 아니라 저는 많은 인사를 만나서 천주평화연합(UPF, 통일교 계열 단체)에 참석해 왔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라며 "돈이랑 연결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100wins@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