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은행(BOJ)의 역사적인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엔화 약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달러/엔 환율이 1달러=160엔대 초반까지 상승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엔화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데에는 통화 정책 메시지의 모호성과 미일 금리차 확대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BOJ는 19일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인상하며 30년 만의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BOJ의 발표 직후 채권시장에서는 장기금리의 지표가 되는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9년 만에 처음 2%대로 올라섰다.
하지만 엔화는 주요 통화 대비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금리 인상 발표 직전 1달러=155엔대 후반에서 움직이던 엔화는 이후 매도세가 이어지며 157엔대 후반까지 내려섰다. 유로화 대비로도 184.70엔까지 떨어지며,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BOJ가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두었으나, 구체적인 시기와 속도에 대한 명확한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아 시장의 실망감을 샀다는 평가다.

◆ 시장은 160엔대 진입 가능성 주목
시장에서는 달러/엔 환율이 연말 158엔, 내년 초에는 160엔대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엔화에 대한 약세 베팅 심리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옵션 시장에서도 엔화 매도 포지션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 투자자들이 엔화 약세 흐름이 단기간에 반전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평가다.
주목할 만한 것이 중립금리다. BOJ는 중립금리는 1~2.5% 정도의 폭으로 추정해 왔고, 최근에는 이 수준이 더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해 시장에 매우 '매파적 긴축' 기대를 키워왔다.
하지만 금리 인상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중립금리를 "특정하기 어렵고 폭넓게 볼 필요가 있다"고만 언급하며 범위를 좁히지 않았고, 구체적인 추가 인상 속도도 제시하지 않았다.
시장은 "기대한 만큼 매파적이지 않았다"며 실망했고, 그 결과 엔 매도·달러 매수 쪽으로 포지션이 기울며 엔저 압력이 강화됐다. 바클레이즈증권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엔화 매도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엔화가 주요 심리적 저항선인 155엔을 돌파한 이후, 일본 정부와 BOJ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본 재무성은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어, 당국의 움직임이 향후 환율 방향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과거에도 엔화가 달러당 160엔대에 진입했을 때 일본 당국이 개입을 단행한 사례가 있어,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분석도 시장 일각에서 나온다.
전문가들은 BOJ의 금리 인상만으로는 엔화 약세 압력을 완전히 되돌리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는 한 미일 금리차가 여전해 엔화에 대한 매도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