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과 대형주 이탈은 부담…실적·신뢰 회복이 관건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코스닥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국내 증시가 지난해 4월 저점 이후 빠르게 반등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코스닥이 최근 들어 '키 맞추기' 흐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5년 12월 코스닥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하면서 연초 코스닥 랠리에 대한 기대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코스닥을 둘러싼 구조적 한계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과 유동성 지원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시장 신뢰 회복과 질적 성장은 아직 과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특히 상장 이후 주가 변동성, 대형주의 이탈 구조 등이 코스닥 랠리 지속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AI) 산업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코스피가 숨 고르기에 들어가자 로봇·바이오 등 신성장 테마를 중심으로 코스닥으로 관심이 이동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계절적으로 1~2월 코스닥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여왔다는 점도 연초 반등 기대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1~2월에 강세를 보이는 코스닥 시장의 계절성,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금리 인하, 정책 모멘텀, 코스닥 활성화 추진 가능성 등을 바탕으로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코스닥 시장의 상승이 기대되는 가운데 로봇·바이오와 같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책 모멘텀도 코스닥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코스닥 신뢰+혁신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상장·공시·퇴출 제도 전반에 대한 손질을 예고했다. 코스닥 벤처펀드 소득공제 확대, 연기금·외국인의 코스닥 참여 확대, 거래세 인하 또는 면제 논의 등도 이어지면서 이른바 '천스닥' 재도전에 대한 기대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닥 지수 목표를 1100으로 제시하며 "코스닥 활성화 정책 기대감에 코스닥 지수는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코스피 지수와의 수익률 차이는 여전히 31.6%포인트 수준"이라며 "향후 정부의 상장·퇴출 구조 개편과 기관투자자 유입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코스닥 지수의 추가 상승 여력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대형 반도체 기업의 설비투자(CAPEX) 확대에 따른 코스닥 IT 업종의 실적 개선도 지수 상승을 뒷받침할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자금 유입 환경도 과거와는 다르다는 평가다.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출범으로 반도체·AI·바이오·로봇 등 첨단 산업에 대한 중장기 투자 기반이 마련됐고, 증권사 종합투자계좌(IMA) 제도 도입 역시 중소형주로의 자금 유입 통로로 주목받고 있다. IMA는 조달 자금의 일정 비율을 모험자본에 투자해야 하는 구조로 의무 비율이 단계적으로 상향될 예정이어서 코스닥에는 중장기 호재로 작용한다.
산업 측면에서는 'AI 다음 로봇'이라는 기대가 코스닥 테마를 자극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로봇 산업 관련 행정명령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과 함께, 미 상무부가 로봇·첨단 제조업을 전략 산업으로 지목하면서 글로벌 정책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들도 로봇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관련 밸류체인에 속한 코스닥 기업들이 재조명받고 있다.
바이오 업종 역시 코스닥 기대를 떠받치는 축이다. 정부의 바이오산업 육성 기조와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 속에 지난해 다수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마무리했다. 연말 IPO 최대어로 꼽혔던 알지노믹스는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300% 급등하며 코스닥 디스카운트 완화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가 곧바로 시장의 질적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7월 IPO 제도 개편 이후 기관투자가의 의무 보유 확약 비율이 확대되면서 상장 직후 시장에 풀리는 유통 물량이 줄었고, 이는 주가 급등과 변동성 확대를 동시에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상장 이후 보호예수 확대 등은 긍정적이지만, IPO 직후 유통 물량 감소로 인한 주가 변동성 확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코스닥을 떠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점도 구조적 한계로 언급된다.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유동성과 수급이 풍부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코스닥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나스닥이 혁신 기업의 종착지 역할을 하는 것과 달리, 기술특례상장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던 알테오젠마저 유가증권시장 이전을 추진하면서 코스닥의 2부 시장 이미지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올해 코스닥이 정책·자금·테마라는 세 가지 기대 요인이 맞물린 국면에 진입했지만, 랠리의 지속성은 제도 신뢰 회복과 기업 실적이라는 본질적 조건에 달려 있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연초 반등을 노린 투자 전략 역시 과도한 테마 추종보다는 실적 가시성이 높고 시장 내 잔존 가능성이 큰 종목 중심의 선별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rkgml92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