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약이어도 혐의 적용될 수 있어...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어려워"
[서울=뉴스핌] 고다연 기자 = 지난 2일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1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치는 사고를 낸 택시기사 A씨에게 모르핀 성분이 검출돼 도로교통법상 약물운전 등 혐의가 적용됐다. 다만, 모르핀은 감기약 등 처방약에서도 나올 수 있는 성분이기 때문에 경찰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오는 4월부터 약물 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지만 음주 운전과 달리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불법 약물이 아니라도 처방약도 해당될 수 있는데 그 사실을 사전에 알기 어려운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도로교통법령 개정에 따라 약물 운전자에 대한 법정형이 상향돼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진다. 약물운전 측정 불응죄도 신설된다.
현재는 약물 운전 시 3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도로교통법상 운전할 때 복용이 금지되는 약물은 마약, 대마 및 향정신성의약품 등이다.
문제는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에 따라 처벌받는 음주운전과 달리 약물 운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는 점이다. 마약 등 불법약물 외 정상적인 경로로 처방받은 약물 등을 복용했을 때 적용 기준이 다소 모호하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전문가는 약물 운전자 처벌 강화가 사후적 대응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처벌 강화만으로는 사고 발생 억제 효과가 적을 수 있다는 우려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감기약 중에서도 잠이 올 수 있다고 의사들이 사전에 안내하는 약물을 먹었다면 본인 과실이 될 수 있다"며 "처방 주의를 따르지 않았거나 복용량, 복용 방법을 지키지 않았다면 약물 운전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곽 변호사는 "최근 마약 등 약물운전에 의한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음주처럼 상대적으로 간단하게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음주 운전 같은 경우는 구체적 기준이 있는데 약물 운전은 없다보니 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약물 운전 처벌 강화만으로는 억제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법 약물과 별개로 처방약 등의 경우에는 의사가 고지를 분명히 한다거나 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더 효과적이다"라고 짚었다.
약물 운전은 끊이질 않고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광진경찰서는 약물운전 중 전봇대를 들이박은 30대 여성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해당 여성은 처방받은 수면유도제를 복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방송인 이경규가 공황장애 약을 복용하고 운전한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가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기도 했다.
경찰청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 등에 따르면 약물운전으로 인한 운전면허 취소 건수는 2019년 57명에서, 2023년 113명으로 증가했다.
gdy1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