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스포츠 현장은 비교적 간단명료하다. 규칙을 어기면 반칙이고, 도를 넘으면 퇴장이다. 이기면 박수를 받고, 지면 비판을 감수한다. 그러나 여기에 '법'이 개입하는 순간, 이 단순한 질서는 복잡해진다. 상식적으로 이해되는 장면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고, 악의 없어 보이는 행동이 처벌의 경계에 선다.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 없지만, 가혹한 처벌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대호 안양시장과 FC안양을 둘러싼 논란은 이 간극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최 시장의 판정 비판 등 수위 높은 발언을 문제 삼아 FC안양에 제재금 1000만 원을 부과했다. 최 시장은 "구단주인 내가 책임지겠다"며 사비로 이를 대신 냈다. 시민 세금을 쓰지 않고 개인 돈으로 부담했다는 점에서, 언뜻 보기엔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인다.

◆구단주가 사비로 낸 제재금 1000만 원, 기부행위인가
하지만 공직선거법의 시선은 다르다. FC안양은 시민구단이고, 최 시장은 구단주이기에 앞서 선출직 공직자다. 이 구조에서 시장 개인이 구단의 제재금을 대납한 행위는 선거구 내 단체에 금전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에 안양동안경찰서는 기부행위 금지 조항 위반 여부를 따지기 위해 최 시장을 소환 조사했다고 29일 밝혔다.
아직 이 사건은 수사 단계다. 재판은 열리지 않았고, 기소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언급 자체가 조심스럽다. 다만 이 사례는 한 가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책임감 있는 선택'이 공직자의 지위, 영향력과 맞물리는 순간 법은 의도와 무관하게 결과 중심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상에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행동이, 선거법의 틀 안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성남FC 후원금과 제3자 뇌물…시장과 구단주는 동일인이면서 '다른 사람'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연루됐던 성남FC 후원금 사건은 결이 다르지만, 시장과 구단주의 묘한 관계에서 파생됐다는 점에서 FC안양과 닮았다. 한쪽에서는 "구단 후원금을 열심히 유치한 게 왜 구단주 잘못이고, 시장을 위한 뇌물이 되느냐"는 반발이 나온다. 이 대로면 다른 시민·도민구단도 연쇄적으로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어떤 이는 "홍준표 대구시장 등 다른 지자체장도 모두 수사 대상이 돼야 할 것"이라는 볼멘소리를 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시민구단에 대한 기업 후원금이 단순한 광고·후원인지, 아니면 성남시 인허가 등 행정 편의의 대가인지 여부다. 재판은 중단된 상태이고, 워낙 민감한 사안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여기서 접어두자.
다만 당시 검찰이 꺼내 든 '제3자 뇌물'이라는 개념은 눈여겨볼 만하다. 검찰은 성남시장이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이 구단주로 있는 성남FC에 이익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성남FC는 성남시장 개인과는 분리된 제3의 기관·단체로 간주된다. 최대호 안양시장에게 적용된 혐의를 이 틀에 놓고 보면, 여전히 낯설긴 하지만 완전히 이해 불가능한 논리는 아니다.
◆로즈, 기소되지 않았지만 영구제명인 이유
법과 스포츠 규범이 정반대 방향으로 작동한 극단적인 사례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피트 로즈다. 그는 자신의 팀인 신시내티가 이기는 경기에만 베팅했다고 주장했다. 승부조작 의도는 없었다는 항변이다. 실제로 형사 처분을 받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약물 문제로 적발된 다른 스타 선수들에 비해 로즈의 처지를 안타깝게 보는 팬들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그에게 최고 징계인 영구제명을 선고했다. 26년간 유지된 이 족쇄는 로즈가 사망한 1년 후인 지난해에야 해제됐다. 여기서 작동한 것은 형법이 아니라 야구 내부의 규범이다. 제도권 내에서 스포츠 베팅은 합법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감독이나 선수가 자신의 경기에 돈을 걸었다는 사실 자체를 공정성과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위반으로 판단한 것이다.
◆마라톤 결승선의 포옹, 실제로는 무엇을 징계했나
지난해 인천국제마라톤에서 삼척시청 이수민이 여자 국내부 우승을 차지하자, 김완기 감독이 결승선에서 타월로 선수를 감싸 안는 장면이 논란이 됐다. 선수는 강한 접촉에 불편함을 호소했고, 논란은 곧 신체 접촉 문제로 번졌다.
여론은 성추행 프레임으로 급격히 달아올랐고, 김 감독은 결국 팀을 떠났다. 그러나 실제 징계 사유는 달랐다. 삼척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공식 문서에는 해당 장면 대신 직권남용, 인권 침해, 괴롭힘, 직무태만 등이 적시돼 있다. 자격정지 1년 6개월의 중징계는 그동안 누적된 지도 방식과 권력 관계를 문제 삼은 결과였다. 말 그대로 '별건 수사'다. 김 감독은 현재 재심을 신청한 상태다.

◆두 개의 시선, 두 개의 언어
FC안양의 제재금 1000만 원, 성남FC 후원금, 로즈의 스포츠 베팅, 마라톤 결승선의 포옹까지. 사건들은 제각각이지만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스포츠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보였던 선택과 행동이, 법의 언어로 번역되는 순간 전혀 다른 얼굴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책임감 있어 보이던 행동은 기부행위가 되고, 선수를 위한 노력일 수 있는 행동은 징계의 출발점이 된다.
법은 의도를 먼저 묻지 않는다. 구조를 보고, 권력을 본다. 그래서 스포츠의 상식과 법의 판단은 종종 엇갈린다. 이 간극이 불편하다고 해서 외면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 지점에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스포츠를 취재하는 기자의 역할이다. 스포츠가 감정의 산업이라면, 법은 그 감정이 폭주하지 않도록 붙잡는 안전장치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이 두 언어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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