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씨네톡] 원작의 가지를 쳐내고 독기를 채웠다…에머랄드 펜넬의 '폭풍의 언덕'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억눌린 욕망 터뜨린, 서로를 갉아먹는 파괴적 로맨스
의상과 공간으로 증명한 잔인한 계급 격차

[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오는 11일 개봉하는 영화 '폭풍의 언덕'은 에머랄드 펜넬 감독의 과감한 가위질과 재해석으로 시작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원작 서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언쇼의 아들 '힌들리'의 부재다. 영화는 방대한 원작의 가지를 과감히 쳐내고 언쇼와 캐서린, 히스클리프, 그리고 넬리와 린턴가(家) 사람들에게 오롯이 집중하며 인물 간의 감정선을 더욱 밀도 있게 압축했다.

[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폭풍의 언덕 메인포스터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2026.02.05 taeyi427@newspim.com

영화는 시작부터 언쇼를 괴팍함을 넘어선 공포의 대상으로 묘사하며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집시 소년 히스클리프를 거두어들인 것은 그였으나, 그는 자신의 기분에 따라 아이의 뺨을 때리거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학대를 일삼는다. 이토록 이율배반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의 그늘 아래서 캐서린은 히스클리프에게 죽은 오빠의 이름을 붙여주며 기묘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학대와 방임 속에 피어난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사랑을 넘어 서로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생존의 문제로 귀결된다.

두 사람의 견고했던 세계에 균열이 일기 시작한 건 린턴가의 등장부터다. 아버지의 노름으로 가세가 기울어가는 '폭풍의 언덕'과 달리, 풍요롭고 우아한 린턴가의 세계는 캐서린에게 새로운 동아줄처럼 다가온다. 결국 캐서린은 린턴가의 에드거와 결혼해 그 재력으로 히스클리프를 지원하겠다는 현실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선택을 꿈꾸게 된다.

담장에 걸쳐 있다가 다쳐 에드거의 보살핌을 받고 돌아온 캐서린의 모습은 이전과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달라진 행색만큼이나 미묘하게 변해버린 공기 속에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은 서로에게 모진 말을 뱉어내며 생채기를 낸다. 캐서린은 내면 깊숙이 자리한 히스클리프를 향한 갈망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이 과정은 하녀 넬리에게 고해성사하듯 털어놓는 장면에서 절정에 달한다.

특히 넬리와 캐서린의 대화 씬은 이 영화의 백미라 할 만하다. 감독은 마치 죄를 고백하는 신도와 이를 듣는 신부처럼 두 사람을 배치했다. 여기서 넬리는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다. 그는 문 밖에서 히스클리프가 듣고 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마치 신의 대리인이라도 된 양 캐서린에게 에드거와의 결혼이 옳다는 답을 유도해낸다. "히스클리프와 결혼하면 나까지 천해진다"는 캐서린의 자조 섞인 한마디는 결국 히스클리프를 떠나게 만드는 방아쇠가 된다.

[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폭풍의 언덕 사진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2026.02.05 taeyi427@newspim.com

에드거와 결혼한 후 캐서린의 삶은 시각적으로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감독은 미장센을 통해 두 세계의 격차를 잔혹하리만치 선명하게 보여준다. 노름에 빠진 아버지 탓에 장작 하나 마음대로 땔 수 없던 언쇼가의 허름한 방은, 에드거의 저택에 이르러 따스한 벽난로와 은은한 조명으로 대체된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대비는 의상에서 드러난다. 집안에서 행해진 도축으로 인해 가축의 피가 튀어 얼룩졌던 캐서린의 치마는 린턴가에 입성한 뒤 화려한 목걸이와 풍성한 실크 드레스로 뒤바뀐다. 이 극적인 시각적 변화는 그녀가 왜 그토록 에드거의 세계를 동경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얼마나 본능적인 생존의 문제였는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이후 부를 거머쥐고 돌아온 히스클리프와의 재회는 감정의 폭발을 불러온다. 특히 히스클리프가 캐서린을 향해 내뱉는 대사는 두 사람의 파괴적인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울=뉴스핌] 정태이 기자 = 폭풍의 언덕 이미지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2026.02.05 taeyi427@newspim.com

"내가 네 가슴을 찢은 게 아니야. 네가 네 가슴을 찢은 거야. 네 가슴을 찢으면서 내 가슴까지 찢어놓은 거야."

이 처절한 절규와 함께 두 사람은 그동안 억눌러왔던 뜨거운 감정을 터뜨리며 서로를 탐닉한다. 가질 수 없기에 더욱 절절하고 닿을 수 없기에 더욱 파괴적인 그들의 사랑은 스크린을 압도한다.

이 파국을 감싸는 것은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황량하고 축축한 질감이다. 어린 시절 서로가 유일한 세계였던 순간부터 엇갈린 운명 속에 서로를 갈망하는 장면까지, 화면을 채우는 거친 바람과 서늘한 미장센은 인물들의 비극적 정서를 완성하는 훌륭한 장치로 기능한다.

캐서린을 연기한 마고 로비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깊은 눈빛과 섬세한 동작 하나하나에 "진짜 캐서린이라면 이렇게 행동했을 것"이라는 설득력을 부여한다. 의상과 소품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그 아우라는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일등 공신이다.

다만 연출의 선택과 집중에 아쉬움이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강렬한 교수형 씬을 배치하며 시선을 끌지만 극의 흐름상 굳이 필요한 장치였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taeyi427@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하정우 vs 한동훈 예측 엇갈려 [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가운데 핵심 격전지로 분류되는 경기 평택을(재선거)과 부산 북구갑(보궐선거) 선거구에 대한  출구조사 결과가 초접전인 것으로 3일 나타났다. 다만 북구갑 예측조사 결과가 방송3사(KBS·MBC·SBS) 하정우 민주당 후보 42.6% 한동훈 무소속 후보 41.6%인데 비해 JTBC 하정우 37.6% 한동훈 48.1%로 집계돼 실제 개표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6·3 지방선거일인 3일 경남 평택 을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2026.06.03 khwphoto@newspim.com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 평택을은 김용남 민주당 후보 30.3%,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 30.6%,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31.1% 순이다. 세 후보 격차는 각각 1%포인트(p)도 나지 않는다. JTBC 예측조사에도 경기 평택을은 김용남 민주당 후보 34.20%,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31.6%로 나타났다. 양 후보 격차는 2.6%p로 접전 양상이다. 부산 북구갑은 하정우 후보 42.6%, 한동훈 후보 41.6%,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 15.8%였다. 하 후보와 한 후보 격차는 1.0%p 차이로 초접전 구도다. JTBC 조사에서 부산 북구갑은 한동훈 후보 48.1%, 하정우 후보 37.6%로 격차가 10.5%p까지 벌어지며 한 후보의 우세가 예상됐다. [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6·3 지방선거일인 3일 경남지사 부산 북 갑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2026.06.03 khwphoto@newspim.com 방송3사(KBS·MBC·SBS) 출구조사는 한국리서치·입소스·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이뤄졌다. 조사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됐다. 전국 615개 투표소에서 16개 시·도 투표자 약 10만8727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매 5번째 유권자를 등간격으로 뽑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1.7%p~4.1%p다. 여기에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나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만1357명을 상대로 한 사전투표 기간 여론조사 결과가 최종 예측치에 더해졌다. 이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 방식의 전화 면접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시·도별 최소 ±3.1%p, 최대 ±5.5%p다. JTBC는 이날 오후 6시 투표 종료 직후 자체 분석틀을 활용한 예측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seo00@newspim.com 2026-06-03 19:48
사진
산은·IBK기은 지방이전 재점화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책은행 지방 이전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한국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IBK기업은행 대구 이전이 주요 공약으로 거론되면서다. 금융권은 국책은행 이전이 사전 협의 없이 선거 공약으로 소비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이전 논의가 재점화될 경우 금융권 노사 갈등이 다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한국산업은행] 금융권의 관심은 국책은행 지방 이전 공약에 쏠려 있다. 충분한 사전 논의와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일부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본사 이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서다. 노조 반발에 더해 법 개정이라는 현실적 장벽도 있어 선거 이후 논란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윤석열 정부 당시 부산 이전 추진과 무산 과정에서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같은 논란에 다시 휩싸였다. 현직 부산시장인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는 산은 본사 이전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과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통과 등과 함께 산은을 부산에 유치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산은 부산 이전을 추진하려면 산은법 개정 등 관련 법령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현실화가 쉽지 않은 구조다. 그럼에도 박 후보는 지역 토론회에서 "포기는 없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박 후보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산은 이전을 둘러싼 공방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산업은행 이전보다는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등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은 부산 이전이 이미 윤석열 정부에서 무산된 프로젝트라는 점과 금융권 반발 등을 고려한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산은 이전이 필요하다는 지역 여론도 적지 않은 만큼, 전 후보가 당선되면 향후 구체적인 논의가 재점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사진= IBK기업은행] 기업은행(기은)의 경우에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 모두 대구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후보는 지난 12일 열린 일곱 번째 공약 발표회에서 기은 본점 이전 추진과 대기업 유치를 강조하면서, 이를 통해 지역내총생산(GRDP)을 임기 내 100조 원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추 후보 역시 지난 3월 국민의힘 토론회에서 국내외 대기업 투자와 함께 기은 대구 이전을 관철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기은 역시 산은과 마찬가지로 지방 이전을 위해서는 기은법 개정 등 법령 정비가 우선이다. 이에 김 후보는 다수당 후보라는 점을, 추 후보는 초당적 협력을 각각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금융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잇따른 국책은행 지방 이전 공약과 관련해 수차례 성명을 내 "포퓰리즘에 눈먼 공약"이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히며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지방 이전 공동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조직적인 대응에도 나섰다. 지난달 15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은 이전 공약 폐기'를 촉구하기도 했다. 현 정부가 다소 미온적인 산은 부산 이전보다, 여야 후보 모두 대구 이전을 약속한 기은 사태를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 이후 국책은행 지방 이전이 일방적으로 추진될 경우 금융권의 반발과 혼란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 전 정권에서 산은 이전 사태로 심각한 갈등이 불거져 금융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 만큼, 충분한 논의와 소통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본점 이전은 노동자의 일터와 가족의 삶, 자녀 교육과 돌봄까지 흔드는 문제다. 당사자 설명도, 노조와의 협의도 없이 후보의 공약 한 줄로 금융노동자의 삶을 뒤흔들 수는 없다. 국책은행을 정치적 흥정물로 삼는 모든 시도에 맞서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peterbreak22@newspim.com 2026-06-02 11:31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